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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바오로딸

소련서 23년 억류 취제크 신부, 手記 '러시아에서… ' 출간

by 바오로딸 2017. 8. 18.

어떻게 살아남았냐고요? 하느님의 섭리죠

 

2017.08.18. 조선일보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소련서 23년 억류 취제크 신부, 手記 '러시아에서' 출간

 

"2757끼를 혼자 먹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31개월 만에 풀려난 캐나다 교포 임현수 목사가 공개한 북한 억류 생활의 일부다. 앞서 735일 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재미교포 케네스 배씨는 억류 생활을 담은 수기 '잊지 않았다'(두란노)를 통해 북한 체제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폭로하기도 했다.

 

최근 재출간된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바오로딸출판사)는 무려 23년간 소련에 억류됐던 예수회 소속 미국인 월터 취제크(1904~1984) 신부의 수기다. 이 수기는 공산 정권의 종교 탄압 실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또 역경 가운데 더욱 빛나는 불굴의 신앙심도 보여준다.

 

취제크 신부가 23년간의 소련 억류에서 풀려나 196310월 뉴욕 공항으로 돌아왔다. /취제크 신부 기념 사이트

  

폴란드계 미국인 취제크 신부가 소련에 들어간 것은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다. 어릴 때부터 고집 세고,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기를 즐겼던 취제크 신부는 소련의 종교 탄압 실상을 알게 되면서 선교를 자원했다. 전쟁의 혼란기를 틈타 우랄산맥 깊숙한 작업장에 위장취업했던 그는 이듬해 비밀경찰에 체포된다. 혐의는 '독일 스파이'. 미사를 위해 감춰뒀던 포도주는 '니트로글리세린', 가루치약은 '화약가루', 어린이에게 알파벳을 가르쳤던 쪽지는 '비밀암호 해독서'로 둔갑했다.

 

이때부터 1963년까지 23년간의 긴 억류 생활이 시작됐다. 비밀경찰은 끊임없이 '이름, 생년월일, 죄목'을 묻고는 스파이 혐의를 시인하라고 강요한다. 독일과의 전쟁이 끝나자 이번엔 '바티칸의 스파이'로 몰린다.

 

그는 독방 감옥에서 5, 악명 높은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15년간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그 과정에서 신앙을 지켜가려는 노력은 눈물겹다. 잠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이면 미사 경문 등을 모두 외워서 미사를 드리고, 여자수용소에 수감된 수녀들과는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쪽지를 주고받으며 고해성사를 들어주기도 한다.

 

1947년 예수회 사망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장례미사까지 치러졌던 취제크 신부는 1963년 소련 스파이들과 맞교환하는 조건으로 풀려나 기적적으로 귀국하게 된다. 이후 그는 영성지도자로 활동하다 1984년 선종했으며 현재 시복시성(諡福諡聖) 절차가 진행 중이다.

 

취제크 신부는 서문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사람들이 '러시아에서 생활이 어떠했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남았습니까?'를 묻는데, 하도 여러 사람이 똑같이 묻기에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주저 없이 '하느님의 섭리'라고 대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8/20170818000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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