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필립 지음, 조안나 옮김, 성령 안에 머물러라, 바오로딸, 2012

 

영혼의 기쁜 손님

나는 아직 초보 운전자다. 차를 끌고 길에 나서면 무섭고 떨려서 옆에다 운전 선배님을 모시고 다녀야 한다. 한번은 차선을 바꾸다가 옆 차에 살짝 스치기만 한 것 같은데 상대방 차가 저 앞에다 차를 세우면서 나를 부른다. 이야기인즉 자기 차가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조수석에 앉은 이가 허리를 다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험사에 연락했으니 기다리라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나도 보험사에 연락을 하고 기다렸다가 양쪽 보험사 직원이 와서 7대 3으로 타협을 하고 일이 끝났다.

참으로 난감한 순간이었는데 옆에 아무도 없었다면 어리바리한 나는 어떻게 했을까? 상대방은 분명히 보험혜택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고, 또 보험사 직원이 말하는 대물이니 대인이니 하는 용어도 못 알아듣겠고,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도무지 판단이 안 서는데 이럴 때 바로 옆에서 도와주는 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듯이 하느님께 가는 길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이 왜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염려와 사랑이 담긴 마음으로 우리에게 보호자를 보내주실 것을 약속하신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요한 14,16-18) 얼마나 고마운 주님이신가?

자동차 사건을 통해 보호자, 도움 주는 이의 존재가 얼마나 고마운지를 깨달았는데 마침 그처럼 보호해주시고 인도해 주시는 성령 안에 거룩하게 살아가라는 [성령 안에 머물러라]라는 책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이끄시려고 낮에는 구름기둥을, 밤에는 불기둥을 보내셨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 기둥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고 기둥이 멈추면 그들도 멈추었다. 그들은 기둥을 앞지르지 않고 오직 따라만 갔으며 기둥에서 결코 멀어지지 않았다. 우리도 성령께 대해 이런 태도를 지녀야 한다.” (본문103쪽)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는 누구나 하느님을 닮고 싶은 갈망을 지니고 살아가리라. 그런데 그 성덕은 우리 힘으로 이룰 수 없고 오로지 성령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성령의 이끄심을 온순하게 충실히 따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영감을 꽃피우게 해주시며 성령의 열매인 성덕으로 아름답게 꾸며주시는 분, 성령을 찬미하는 송가로 이제 곧 맞이할 성령강림 대축일을 준비하고 싶다.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 생기 돋워주소서/ 주님 도움 없으면 저희 삶 그 모든 것 이로운 것 없으리/ 허물은 씻어주고 마른 땅 물 주시고 병든 것 고치소서/ 굳은 맘 풀어주고 찬 마음 데우시고 바른길 이끄소서”

 

- 박문희 고로나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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