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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바오로딸

[스크랩] 이 마을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간다

by 바오로딸 2012. 6. 25.

입력 : 2012.06.22 03:14

[평창 성필립보 생태마을 12년째 일구는 황창연 신부]
10만㎡ 조성… 年 3만명 방문
"유기농 먹고 숲 바람 쐬고 평상에 누워 별똥별 세고… 아토피도, 마음도 금새 낫죠"

"아토피로 고통받는 아이들은 온몸이 농으로 뒤덮여 진물이 흘러요. 더 심하면 시력까지 극도로 나빠지죠. 하지만 과자, 라면, 피자 이런 것만 먹던 아이들이 유기농 자연식을 먹으며 숲 속 바람을 쐬면, 대개 2주일 만에 꾸들꾸들 딱정이가 져서 떨어지고 새살이 돋는 게 보입니다. 정말 놀랍지요."

강원도 평창 성(聖)필립보 생태마을 관장 황창연(47) 신부는 "생각해 보면 간단한 원리"라고 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고 거스르면서 생긴 병이 '하느님 주신 대로' 돌아가면 치유받는다"는 것이다. "방학 때 한 달이 지나면 더 이상 긁지 않고, 길어도 두 달이면 피부가 제 빛깔을 찾아요. 하지만 껌이라도 한번 씹으면 다시 벌겋게 아토피가 올라옵니다."

"하느님 주신 대로의 자연스러움"

황 신부는 평창 삼방산 기슭 10만㎡(약 3만평) 땅에 2000년 12월 성필립보 생태마을을 세워 12년째 손수 넓히고 가꿔왔다. 지금은 연 3만여명이 찾아와 알록달록한 야생화 길을 산책하고, 2만㎡(6000여평) 텃밭에 자라는 60여종 유기농 작물을 가꾸며, 밤이면 천문대나 강가에 마련된 평상에서 쏟아지는 별을 바라본다. 직접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에, 상추 치커리 부추 미나리 같은 쌈 채소 등을 실비로 즐길 수 있다.

지난 14일 강원도 평창 성(聖)필립보 생태마을로 1박 2일 피정을 온 서울 염리동성당 노인대학 어르신들이 황창연 신부(가운데 신부복 입은 사람)와 함께 유기농 상추를 따며 활짝 웃고 있다. 황 신부는“자연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험하도록 해주는 것도 이 시대 교회가 할 수 있는 예언자적 역할”이라고 했다. /성필립보 생태마을 제공

휴식과 피정, 환경교육과 체험학습이 다양하게 이뤄지는 생태마을에서는 가족 프로그램이 특히 강조된다. "가족을 잇는 소중한 끈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도시에서 온 가족들은 특히 평창 밤하늘의 별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평상에 누워서 새벽 4시까지 손잡고 별을 보던 가족도 있었어요. 아침에 아버지가 제게 그러더군요. '내 인생에 이렇게 아름다운 밤은 없었다'고요."

밤이면 별똥별이 쏟아지는 곳

황 신부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를 보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신학교 학부 4학년 때였다. 1992년 수원교구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아주대 환경공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까지 땄다. 1999년 황 신부는 고(故) 김창린 필립보 신부(지난 5월 17일 87세로 선종)를 찾아가 부탁했다. "생태마을을 꾸며서 아이들에게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겠습니다." 김 신부는 장학기금으로 쓰기 위해 평생 모아온 돈을 흔쾌히 내놓았다. 생태마을의 이름은 김 신부의 세례명에서 따왔다.

"생태마을 전국에 40곳 만들 것"

성 필립보 생태마을은 이제 직원 23명에 농번기엔 지역 주민들도 함께 와서 일하는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 됐다. 매월 5000원, 1만원씩 회비를 내고 가을엔 무농약 배추 30포기를 선물로 받는 '되살림 후원회' 회원도 2만명이다.

황 신부는 지금 경기도 여주에 약 15만평 규모의 제2 생태마을을 준비 중이다. "이런 생태공동체를 40곳 만드는 게 꿈이에요. 자연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험하도록 해주는 것이 이 시대 교회가 할 수 있는 예언자적 역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황 신부는 최근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바오로딸)라는 제목의 책도 펴냈다. 7월 말까지 환경 UCC 공모전을 해서 25개 작품에 대해 성 필립보 생태마을 2박 3일 4인 가족 무료체험권을 줄 계획이다. "산골에 오래 살다 보니 오후 8시면 자고 새벽 4시면 깨요. 해 떨어지면 자고 해 뜨기 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게 몸에 익은 거죠. 저는 그게 정말 행복해요. 더 많은 분이 이곳에 와서 함께 행복하면 좋겠어요."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원문 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21/20120621030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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