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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바오로딸

거룩한 부르심 찾아 수녀원에서 보낸 ‘힐링 하루’

by 바오로딸 2013. 4. 23.

거룩한 부르심 찾아 수녀원에서 보낸 ‘힐링 하루’

성소 주일 맞아 성바오로딸수도회 방문한 주일학교 청소년과 교사들

21일 성소 주일을 맞아 서울대교구 상계동 · 석관동 · 방이동성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청소년과 교사들이 성바오로딸수도회를 방문했다. ⓒ한수진 기자

 

 

“하느님은 우리 모두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부르심을 알아듣고 응답하려면 우선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합니다. 하느님에게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말이죠.”

김현경 수녀의 이야기에 70여 명의 10대 청소년들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조명이 꺼지고 만화영화가 시작되자 아이들의 눈은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듯 화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들은 4월 21일 성소주일을 맞아 성바오로딸수도회 본원을 방문한 서울대교구 상계동 · 석관동 · 방이동성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이다. 같은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는 청년들과 성바오로딸수도회 청원자와 지원자들도 학생들과 함께 ‘나를 찾아가는 여행’에 동참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펀치넬로’라는 나무소년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는 다른 사람이 멋지거나 착한 일을 했을 때 금색 별 스티커를,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했을 때에는 회색 벌점 스티커를 몸에 붙여준다. 펀치넬로는 별 스티커를 얻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수줍음 많고 어수룩한 그의 몸에는 회색 벌점만 늘어간다. 우연히 펀치넬로는 별도 회색 벌점도 붙이지 않은 여자아이 루시아를 따라 나무사람을 만든 엘리를 찾아간다. 엘리는 벌점으로 주눅 든 펀치넬로에게 “내가 너를 만들었고 너는 정말 특별하다”고 몇 번이고 반복해 알려준다.

펀치넬로의 이야기를 매개로 참가자들은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하느님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뻤던 일 4가지’ 등의 질문에 답하며 과거와 현재의 내 모습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냈다.

고3이 되기 전에 마지막 기회로 성소주일 행사에 참여했다고 밝힌 이관형 군은 ‘너희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는 항상 되어있다’는 엘리의 대사가 “나에게 해주시는 말씀으로 들렸다”고 했다. 이 군은 영화를 보면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고 다른 길로 빠질 뻔 했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렸다면서 “지금까지 하느님과 부모님도 엘리처럼 나를 기다려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 신자인 조수아 양은 “하느님께서 나의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시겠지만 특히 내가 긍정적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가장 예뻐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이 원하는 바에 비추어 나에게 주는 점수로는 99점을 매겼다. 나머지 1점은 “앞으로 채워나갈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 수녀원에서 보낸 성소 주일은 하느님의 사랑을 맛보며 내 존재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한수진 기자

“하느님은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셨다”

이날 성소주일 프로그램은 참가한 주일학교 교사들에게도 성당 활동과 학교 혹은 사회생활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상계동성당 주일학교 교사 김대성 씨는 ‘나는 잘못된 것을 만들지 않는다’는 엘리의 대사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지 찾지 못했지만 하느님이 모든 사람들을 각각 다르게 만드시면서 나 역시 특별하게 만들어주셨으리라 믿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같은 대사에서 “내 주변의 사람들도 내가 싫어하든 나쁘다고 여기든 상관없이 모두 하느님이 만드신 완성작”임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석관동성당 주일학교 교감 김혜수 씨는 “학생들에게 성직자와 수도자의 삶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왔는데, 오히려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같은 성당에서 교사 활동을 하는 차 효주아녜스 씨도 “쓸데없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각자 미래 희망을 종이에 적고 서로에게 댓글을 달아주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햇빛이 환하게 드는 수녀원 마당에 줄을 달아 희망을 적은 종이를 매달고 나의 꿈과 다른 이들의 꿈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만큼 응원의 댓글을 꾹꾹 눌러 적었다.

   
▲ 수녀원 마당에 걸린 참가자들의 미래 희망에 응원의 댓글을 달고 있다. ⓒ한수진 기자

성바오로딸수도회에서 지원기를 보내고 있는 예비 수녀 안은영 씨는 학생과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몇 번이나 눈물을 참느라 애썼다고 했다. 슬픔의 눈물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음이 기쁘고 감사한 눈물이었다. 안 씨는 “성소 주일을 맞아 내가 처음에 이 길을 가고자 했던 이유와 감정을 다시 바라보고 싶었는데 충분히 그런 시간을 가졌다”면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기쁘고 이들과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나를 이곳에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마치며 김현경 수녀는 참가자들에게 “오늘의 주제를 한마디로 정리해보라”고 주문했다. 주일학교 학생, 교사, 예비 수녀들은 이구동성으로 “나”를 외쳤다. 김 수녀는 “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낄 때 성소의 씨앗을 싹 틔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느님이 어떠한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마음 깊이 깨달을 때 그분의 부르심을 온전히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것이다.

시험 점수와 스펙에 따라 평가받고 비교 당하는데 익숙해있던 주일학교 청소년들과 청년 교사들에게 수녀원에서의 하루는 하느님의 사랑을 맛보며 내 존재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앞으로 이들에게 하느님의 부르심은 곧 하느님의 사랑으로 다가올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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