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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바오로딸

'하느님의 자비' 실천하는 풀타임 그리스도인-교황 첫 강론집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 출간

by 바오로딸 2014. 5. 26.

'하느님의 자비' 실천하는 풀타임 그리스도인교황 첫 강론집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 출간
한상봉 기자  |  isu@catholicnews.co.kr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10월 2일 일반알현에서 신자들에게 “아무 두려움 없이 하느님의 성성에

물들도록 우리 자신을 내맡깁시다”라고 권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화의 소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어 “성성은 어떤 특별한 일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활동하시도록 모든 것을 맡기는 데

있다”고 전했다.

교황은 친절하게도 성성(거룩함)이란 “우리의 나약함과 하느님 은총의 힘이 만나는 데 있다”고

함으로써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고, 성인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리고 이 거룩함의 길은

“우리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고 이웃에게 봉사하기 위해 자애를 실천하고 모든 일을

기쁨과 겸손으로 행할 수 있도록 이끄시는 하느님의 활동을 신뢰하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일러주었다.

   

▲ 성 크리소스토모는 평신도들이 '지옥만 면하면 된다'는 식의 신앙을 갖지 말라고 이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화의 소명을 가진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은 성화의 소명 받아
교황의 강론, 한국교회에 지침 주고... 
한국사회에 방향타 제공할 것

토마스 머튼은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죄를 거부하고 자신을 아무런 타협 없이

그리스도께 봉헌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소명을 완수하고, 자신의 영혼을 구하며, 하느님의 신비

안에 들어가 자신을 완전히 ‘그리스도의 빛 안에 잠기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콘스탄티노플의 주교였던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젊은 시절 사막으로 가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훗날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그리스도에게 속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거룩함으로 부르심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부와 수사와 수녀들은 완전함을 향해 성숙해야 하고 진전을 보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평신도들은 은총의 상태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성직자들의 옷자락에 매달리거나

홀로 ‘완전함’에 불린 전문가들에게 이끌려 천국에 들어가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크리소스토모는 평신도들이 ‘지옥만 면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비판하며 “나무는 단지 살아있기만

해서는 안 되며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성인’이 될 것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인물이다. 개별 그리스도인들이 그러하다면,

당연히 교회 역시 성인됨을 준비하는 학교이며 근거지가 되어야 하고, 스스로 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성(聖)교회’라는 말이 제 몸을 찾을 것이다.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하느님 안에 잠기고 성화되어, 이 세상을 복음화시키는 근거가 되기 위해

청사진을 제시한 교황이 바로 프란치스코다. 이탈리아 출판인 줄리아노 비지니가 엮은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바오로딸, 2014)은 이 교황이 착좌 미사부터 수요일 일반 알현,

평화를 위한 기도 모임, 아파레시다 대성당에서 봉헌하신 미사 등 다양한 기회에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교회구성원들에게 “부탁하고 하소연한 39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강우일 주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는 “이 책은 오늘의 한국교회에 분명한 지침이 되고,

세상 어느 곳보다 세계화에 내몰려 신음하는 우리 사회에도 방향타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했다.

“이 시대 한국이라는 땅에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할지 끊임없이 자문하도록 우리를

재촉하고 일깨운다”고 했다. 여기서 교황의 초대는 단순하다. “복음의 기쁨에 젖어 주님과 함께

우리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곳으로 나가라는 초대”다.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귀를 막으며 내 안에, 교회 울타리 안에 들어앉아 있기보다는 다치고 깨질

위험을 감수하면서 세상을 향해 나갈 때만이 교회의 진정한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고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장감으로 가득한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어느새 새로운 희망,

새로운 용기가 솟는 것 같아 마음이 흥분됩니다.”

교회의 가난한 어부들, 
하느님의 깊은 물속에 ‘자비’의 그물 던져라


   

▲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 줄리아노

비지니 엮음, 바오로딸, 2014

밀라노 가톨릭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기도 하는 편집자 줄리아노 비지니는 “교황은 사도좌에서 직무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말과 행동과 확고한 결정을 통해 교황으로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편교회에 대한 전망과 의지가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내셨다”고 말한다. 특히 2013년 11월 24일 발표한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은 교황 자신과 교회가 걸어야 할 길을 총체적으로 제시한 ‘대헌장’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교회가 언제나 더 순수하고 충실하게 복음을 선포하고 증거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교회의 부족함도 알고 있다고 줄리아노 비지니는 말한다. 

“교회의 가난한 어부들이 부서지기 쉬운 배와 낡은 그물을 가지고 일하고 있으며, 갖은 노고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거두지 못하는 때가 많다는 것을 교황님은 잘 알고 계십니다. ... 그러나 교회의 힘은 인간적 능력이나 인간적 수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깊은 물속’에 숨겨져 있으며, 교회는 그 속에 그물을 던지라고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십니다.”

‘문제는 어떻게 그물을 던져야 하는가’인데, 그 방법을 교황은 이 책의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하느님의 자비’라고 말한다. 교황이 거듭 지향하는 교회의 모습은 ‘자비의 집’이다.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의 자비를 느끼거나 스스로를 포기하는 일 없이, 살아계신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조명된 충만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언제나 당신의 교회 안에 현존하시며, 이 분을 만나는 이들은 신앙의 기본원리뿐 아니라

용서와 화해, 형제애와 사랑의 필요성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기쁜 마음으로 이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는 증인으로서 용서와 화해, 형제애와 사랑을 실천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 게 교황의 생각이다.

탁상공론 하는 파트타임 신앙에서 풀타임 그리스도인으로 가야..
교황의 기본노선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

교황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거룩함으로 나아갈 소명’을 일깨우는데, 이는 복음을 듣고, 선포하고

증거하는 단계를 밟아간다. 여기서 그리스도인들은 ‘파트타임’이 아니라 ‘풀타임’으로 투신해야 한다.

‘풀타임 그리스도인’은 “제 자리에 앉아 자신의 신앙을 반추하거나 탁상에서 그 신앙을 두고 토론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 밖으로 나가서 용기 있게 자신의 십자가를 지는 사람, 모든 사람과

복음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거리로 나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교황이 말하는 ‘복음화’는

교회의 ‘바깥’을 향해 있다.

바깥을 향하면서, 그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을 돌보려는 태도가 ‘복음화의 길’이다.

교회는 일차적으로 가난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이들이 사목적‧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 가난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당신의 삶에서, 그리고 당신의 사명을 수행하시면서 그들에게 특별한 자리를

내어주셨기 때문”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가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 가난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며,

가난한 이들에게 특별한 자리를 내주신 것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그래서 교황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기본노선으로 삼았다. “그리스도는 가난한

사람들과 공고히 연대하셨을 뿐 아니라 그들이 지닌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해 주고 정의를

실현하셨으며 참된 의미의 ‘인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앞장섰다”고

믿는다. 교회는 당연히 그분의 제자로서 그 노선을 따라야 한다는 게 교황의 확신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권력과 돈, 출세주의, 이기주의, 무관심, 그리고 ‘세속의 영’이라고 표현되는

우상들을 허물어버리고 스스로 정화되어야 한다. ‘자신을 향한 복음화’를 감행할 수 있는 교회는

살아있는 교회다. 교황이 가장 우려하는 현실이 ‘생기 없고 졸린 듯한 신앙’이다. 교황은 오히려

“예상치 않게 맞닥뜨릴 수 있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복음 안에서 기쁘게 세상의 도전에 맞서는

신앙”을 요청한다. 그래야 교회는 거듭 활기찬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2013년 9월 25일 일반 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말은 여전히 우리에게 도전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자문해 봅시다. 이 세상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고통 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무관심한가, 아니면 가족 가운데 하나가 고통 받는 것처럼 느끼는가?”

교황은 이런 질문도 던진다. “나는 내가 속한 단체를 위해, 내 조국을 위해, 내 친구들을 위해 교회를

사유화하는 사람은 아닌가?” 하고 묻고는, “이처럼 이기주의와 신앙의 부족으로 ‘사유화된 교회’를

바라보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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