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늑대아이’

사랑하되 내려놓을 줄 아는 것

<가톨릭신문 2015.05.03 발행>


  

 ▲ 영화 ‘늑대아이’ 한 장면.

대소녀인 딸이 엄마를 회상하며 시작되는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감동적인 모성애와 더불어 자녀를 통해 성장하는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해주는 수작이다. 사뭇 친숙하면서도 대립적인 조합으로 판타지 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인간-늑대 커플이 여기에서는 엄마와 자녀관계로 변주되어 인위적인 통제와 자연의 섭리, 상실과 성장의 역동성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수채화로 펼쳐냈다.


주인공인 여대생 ‘하나’는 무뚝뚝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남학생과 사랑에 빠진다. 그의 정체가 늑대인간임을 알면서도 함께 가정을 이룬 하나는 유키라는 딸과 아메라는 아들을 낳는데, 이 아이들은 화가 나거나 흥분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를 쑥 내밀며 늑대로 변해버린다.

출산과 양육으로 허약해진 아내를 위해 사냥을 하던 남편이 어느 날 죽은 늑대의 모습으로 발견되고, 하나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혼자서 아이들과 씨름한다.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거세지는 동물본성 때문에 더 이상 도시에 머물 수 없게 되자 남편의 고향인 산골로 이사한 하나는 거의 폐허가 된 집을 반짝거리는 새집으로 바꾸어놓고, 따뜻한 이웃들 도움을 받으며 전원생활에 적응해간다.

대자연을 무대로 뛰놀면서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는 유키와 소심하고 허약한 아메를 혼자서 키우는 일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지만, 남들과 다른 운명을 타고난 아이들이 각자 길을 찾아가게 해준 것은 남편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힘이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숲 속의 작은 늑대처럼 놀던 유키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점점 아리따운 소녀로 성장하고, 조용히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던 아메는 어느 날 자기 안에 숨어있던 본능을 깨달으면서 누나와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다.

‘늑대아이’는 전혀 다른 두 인격체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각각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홀연히 자기 곁을 떠나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아들을 눈물과 축복으로 떠나보낼 줄 알게 된 한 엄마의 눈물겨운 성장기다.

하나가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이제 자기 인생을 위한 과제를 풀어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를 보면서 태어나자마자 치열한 경쟁체제에 던져지는 우리나라 아이들과 자녀의 미래에 자신의 미래까지 걸고 사는 엄마들이 떠올라서 마음 한구석이 쓰렸다.

최선을 다해 돌보되 아이들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지 않는 것,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로봇처럼 조종하지 않는 것, 아이들을 사랑하되 집착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것, ‘늑대아이’ 엄마에게 이런 육아법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정상적인 교육체제가 너무나 견고하여 당장 바꿀 수는 없더라도 아이들 안에서 숨 쉬는 생명력과 자유만큼은 존중하고 믿어주는 부모가 많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경희 수녀는 철학과 미디어교육을 전공, 인천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등에서 매스컴을 강의했고, 대중매체의 사목적 활용방안을 연구 기획한다.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현재 광주 바오로딸미디어 책임을 맡고 있다.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기사보기 :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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