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증명할 수 있나요?

  - 영화 <콘텍트 Contact > 


                                                                   안정도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 조디 포스터(앨리 애로웨이), 매튜 맥커너히(팔머 조스) | SF, 드라마 

   1997년 | 미국 | 145분


                    사진출처 : http://blog.daum.net/jjooni73/1287

 

 2013년 <그래비티>, 2014년 <인터스텔라> 등이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우주영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장르이다. 그렇지만 우주 영화가 본격적으로 친숙하게 다가온 것은 1997년에 제작되었던 <콘택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마다 이런 우주영화들이 연이어 제작되고 관객들도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여전히 의문과 신비로 남아 있는 우주라는 영역에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만나길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 <콘택트>는 한 여성과학자가 우주에서 겪었던 경험을 통해, 미지의 세계에 대해 우리가 갖는 막연한 의심과 두려움을 넘어선 실재적인 신비를 알려준다.

  콘택트는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거대한 지구가 화면 가득히 덮이며 80~90년대에 유행했던 음악이 들린다. 그리고 화면이 줌 아웃되면서 지구에서 점차 멀어진다. 이어 뉴스 기사가 들리고 광활한 우주가 보이다가 주인공인 소녀 앨리의 눈에서 줌 아웃 된다. 후에 앨리가 보게 될 우주의 신비에 대한 복선을 암시하는 것이다. 

 “CQ, 여긴 W-9 GFO 응답하라”

 지구 밖에 미지의 존재가 분명히 있다고 확신했던 소녀 앨리. 그녀는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분명한 존재자'와의 교신을 기다리며 단파 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이런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시켜 천체과학자가 된 앨리는 ‘세티 프로젝트’(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외계의 생물체와 교신을 수행한다.

 또 다른 주인공은 유명 작가이자 신학자인 팔머다. 그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인간 행복의 근원을 찾는다.

 앨리와 팔머는 과학과 신학이라는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듯 하지만 진리에 대한 탐구에 대해선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앨리와 하느님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는 팔머는 조금은 다른 입장을 가진다. 그는 신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는 앨리에게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증명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감독은 중심이 되는 인물인 여성과학자와 신학자를 통해 증명되는 것들과 그렇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인간 내면의 갈등을 침착하게 전개해 나간다.

 외계생물체와 접촉을 시도하던 앨리는 드디어 베가성으로부터 복잡한 암호가 담긴 소리를 듣게 된다. 암호 해독과 운동수단 제작에 성공하며 앨리는 마침내 꿈의 베가성으로 가게 된다. 그녀는 베가성의 외계인을 드디어 만나, 대화까지 나눈다. 그렇지만 앨리에게는 전 세계인들에게 그 만남을 증명할 만한 기록이나 자료가 아무것도 없다. 특별 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서게 된 앨리는 소신 있게 자신이 배가성에서 겪은 신비로운 체험을 이야기한다. 이때 감독은 앨리 뒤의 수많은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흐릿하게 보여주면서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를 준비한다.

  


사진출처: http://noproblemmylife.tistory.com/1054


청문회에 선 앨리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무려 1조원의 비용을 받아 실행한 이 프로젝트에 대해 결국 증명할 만한 그 어떤 것도 내놓지 못한다. 감독은 앨리와 배심원들, 그리고 팔머를 교차 편집하면서 앨리와 대립되는 인물들을 통해 극 중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제 감독은 서서히 앨리를 클로즈업하며 그녀의 대사에 관객을 집중시킨다. 신을 증명할 수 없기에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앨리는, 자신이 분명히 겪었던 경이로운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할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다. 과학도인 그녀는 자신이 증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경험적인 마지막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전 경험했습니다. 증명하거나 설명할 수도 없지만 한 인간으로서 그것이 사실이었다는 걸 압니다. 전 제 인생의 변화를 가져 올 소중한 경험들을 했습니다. 제가 겪은 그 놀라운 사실을 함께 공유할 수만 있다면….”

 그녀는 실제로 베가인과 만났지만 결국 과대망상증 환자로 취급 받는다. 그렇지만 그녀는 증명할 수 없는 자신의 경험이 분명 나누고 싶은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에 그것을 이야기한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증명할 수 없었던 그녀는, 증명할 수는 없지만 실재적이고 분명한 그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영화 콘택트는 한 여성과학자를 통해 과학이 증명해 내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앨리가 아버지의 사랑을 증명할 수 없는 것이 그러하고, 베가인과의 만남이 그러했다. 그렇지만 증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콘택트>는 과학이 모든 '존재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답을 주는가? 존재자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들을 던지게 한다. 또, '증명할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광활한 세계와 인간의 깊은 내면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리하여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증명을 넘어선, 생생한 존재로서 나와 당신, 그리고 세계를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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