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헌생활의 해 르포 ‘봉헌된 삶’ - 성바오로딸수도회

미디어 선교 일터서 ‘네 바퀴’로 달린다
발행일 : 2015-06-28 [가톨릭신문, 제2950호, 15면]


 ▲ 성바오로딸수도회는 시청각 통신성서교육원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 성     경공부를 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한 ‘이러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수녀들이 이러닝 프로그     램을 준비하며 회의하는 모습. (성바오로딸수도회 제공)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성바오로딸수도회는 세상의 한 가운데서 복음을 선포한다. 이를 위해서 수도회는 항상 변화와 도전을 준비한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파할 수 있다면 새로운 매체를 배우고 도입하려고 애쓴다.

이들이 기존의 울타리를 벗어나 낯선 세계를 향해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기도 ▲면학 ▲사도직 ▲청빈이라고 불리는 ‘바오로인의 네 바퀴’에 있다. 이 네 바퀴는 사회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고유의 소명을 잊지 않도록 바오로딸수도회를 지탱해준다.

이번 ‘봉헌된 삶’에서는 바오로인의 네 바퀴를 바탕으로 사회 커뮤니케이션 사도로서 자리매김한 성바오로딸수도회를 찾아갔다.


#첫 번째 바퀴, 기도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거룩한 자 되게 하소서.”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앞둔 6월의 어느 날 이른 새벽, 서울 강북구 오현로에 위치한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도원에는 기상기도가 울려 퍼진다. 수녀들은 아침기도와 미사를 위해 성당으로 가기 전까지 기상기도를 읊조리며 하루 일과를 준비한다.

수도원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5시40분. 수녀들이 시간에 맞춰 하나, 둘 성당으로 모여든다. 20분 동안의 아침기도가 끝나면 수녀 4~5명이 한 공동체로 대화묵상을 진행한다. 그날의 복음을 읽고 묵상한 내용을 함께 자리한 수녀들과 나누는 시간이다. 전날 밤에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은 수녀들에게 일상이다. 대화묵상이 끝나고 바로 미사를 봉헌하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수녀들의 기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도직을 수행하면서도 반드시 하루 한 시간 이상 성체조배를 해야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성당에는 주님을 만나려는 수녀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사회 커뮤니케이션 사도로서 세상의 가치관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수녀들에게 묵상과 성체조배는 식별과 정화의 시간이다.

김화순 수녀(트리포니아·지원장)는 “기도는 핏줄과 같아서, 다른 세 개의 바퀴에 영양분을 제공한다”면서 “또한 우리가 혼탁해져 있거나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려고 할 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바퀴, 면학

주민학 수녀(벨라뎃다·홍보팀)는 현재 홍익대대학원에서 수학 중이다. 사회 커뮤니테이션 사도로서 주 수녀는 입회한 지 20여 년이 넘었지만 새로운 매체를 배우기 위한 노력은 지금까지 멈추지 않는다.

이는 성바오로딸수도회의 여느 수녀들도 마찬가지다. 한 수녀는 예순의 나이에도 카메라 촬영법과 포토샵, 일러스트를 배워 수도회 홈페이지에 게재하는가 하면, 독수리 타법에서 시작해 이제는 웬만한 직장인보다 파워포인트를 잘 활용하는 수녀도 있다.

그러나 바오로인의 네 바퀴 중 두 번째 순서인 면학은 단순히 철학, 신학, 사회 커뮤니케이션 분야 등의 학문적인 학습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삶과 사도직을 쇄신하려는 노력으로 언제나 모든 것에서 배우고자 하는 개방된 태도로 면학해야 한다”는 창립자 알베리오네 신부의 가르침에 따라, 수녀들은 삶 전체를 통해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다. 신문이나 인터넷 상에서 나온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고, 거리를 나서면서도 서점의 도서 진열 방식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화와 설거지, 청소를 하면서도 매 순간 무엇이라도 배우기 위해 집중한다.

이렇듯 바오로딸 수녀들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통해 배우려는 근원에는 주님에 대한 탐구심이 있다. 사회 커뮤니케이션 사도들이 주님을 제대로 알아야 더 많은 이들에게 올바른 방법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바퀴, 사도직

성바오로딸수도회의 사도직은 단 하나, ‘사회 커뮤니케이션’이다.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가치관의 혼란이 일어나는 현대사회에서 주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미디어 매체를 선용하자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수녀들은 지난 세월 동안 책을 만들고, 음반을 출시하고, 동영상을 찍으면서 창립 정신을 이어왔다. 그 결실은 한국 진출 이후 55년 동안 전국 15곳에서 서원을 운영하고, 도서 1400여 권을 발간했다는 사실들이 확인시켜 준다. 최근에는 팟캐스트와 가톨릭 무료 콘텐츠를 공유하는 ‘바오로딸 콘텐츠’ 사이트도 개설했다.

수도원 길 건너편에 위치한 ‘알베리오네 사도직 센터’는 바로 이러한 성바오로딸수도회의 커뮤니케이션 사도직이 실현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출판, 음반/영상, 인터넷, 미디어 영성교육, 시청각 통신성서교육 등이 이뤄진다. 수녀들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은 저마다 다르지만, 각각의 매체에 복음 정신을 담아내겠다는 생각은 모두 다 같다.

특히, ‘길·생명·진리이신 스승 그리스도를 살고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복음을 전하는 수도회’인만큼 바오로딸수도회는 성경을 중심으로 한 시청각 통신성서교육원(6년 과정)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1963년 로마에서 시작해 1978년 한국에서 시청각통신성서교육부 설립한 이후 2014년 말 현재 4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01년부터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나는 성경공부’와 오프라인에서는 성경공부를 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한 ‘이러닝(2011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네 번째 바퀴, 청빈

봉헌생활의 해이자 창립 100주년을 맞아 수도회는 올 초부터 매달 ‘청빈’을 주제로 피정을 열고 있다. 벌써 다섯 차례나 피정을 진행하면서, 관련 강의를 듣고 ‘청빈 카드’에 각자의 다짐을 작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청빈은 일반적인 뜻과는 많이 다르다. 일명 ‘바오로적 청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바오로적 청빈은 알베리오네 신부의 사상에서 나온 것으로, ‘포기하고 생산하고 보존하고 대비하고 건설하는’ 청빈이라는 독창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포기하는 청빈은 재화를 비롯해 의지와 생각, 욕구를 포기하는 것을 말하고, 생산하는 청빈은 근면한 노동을 통해 사도직의 매체를 생산하자는 뜻이다. 보존하는 청빈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모든 선물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의무가, 대비하는 청빈에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사도직의 필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건설하는 청빈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건설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의미가 있다.

청빈의 다섯 가지 정신은 ‘성공의 비결’이라는 기도문에 잘 드러난다. 여기서 성공의 비결은 세속의 그것이 아니라 더 가난하게 사는 길이고 하느님과 맺는 신앙의 계약이다. 바오로딸수도회는 사도직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이 기도를 떠올리면서 자신을 주님에게 봉헌한다.

이숙이 수녀(크레센시아·시청각 통신성서교육원 새로나는 성경공부 담당)는 “우리가 살기로 선택한 가난은 바로 우리 삶 안에 하느님의 주권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마당과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수도자들. (성바오로딸수도회 제공)


 ▲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도자들이 성체조배를 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기사출처 :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863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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