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타인에게 다가가는 사랑의 여정

<가톨릭신문 2015-07-26>


▲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포스터


바야흐로 휴가와 여행의 계절이다.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한 해의 절반을 정리하고 보내며 후반전을 준비하는 여유가 필요한 때다. 묵은 때를 털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여행만큼 좋은 처방도 없겠지만, 당장 떠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여행영화를 하나 추천하고 싶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우리가 여행에서 기대할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여행기로, 종횡무진 낯선 곳을 누비며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코믹하면서도 꽤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꾸뻬’라고 이름 붙인 원래 주인공 헥터는 자로 잰 듯 틀에 박힌 일상에서 별 탈 없이 지내는 것에 만족하는 정신과 의사다. 다른 사람들이 놓쳐버린 행복을 찾아주는 직업을 가졌지만 정작 본인의 행복은 희미하게 사라진지 오래다. 진료비가 저렴한 탓인지 매일 똑같은 레퍼토리를 되풀이하는 환자들에게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낸 헥터는 어느 날 가면처럼 쓰고 있던 미소를 던져버리고 무작정 탈출을 감행한다.

그것도 아주 멀리 영국에서 중국으로, 남아프리카와 티베트와 미국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어떤 이는 돈과 일에서, 어떤 이는 가족과 공동체에서 그 행복을 찾는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행복이라는 단어조차 사치스러운 현실임을 대면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기만의 틀에서 벗어나 난생처음 접한 낯선 땅과 낯선 사람들에게서 얻어낸 행복의 비결은 그의 재기발랄한 스케치와 함께 15가지로 기록된다. 아프리카에서 강도에게 납치돼 죽을 고비를 넘겼을 때 비로소 ‘살아있음’의 희열을 만끽하며 춤을 췄던 그는 티베트의 고승에게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의무가 있다’는 깨달음도 얻는다.

하지만 길고 장황했던 여행을 통해 얻은 교훈들은 그의 과거 속에 묻어두었던 갈망과 원초적 두려움을 발견한 것에 비하면 사소해 보인다. 마지막 여행지에서 만난 옛 애인을 통해 그는 여전히 사랑받고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 어린애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헥터의 내면 아이와 강아지는 ‘행복여행’의 실제적 주인공이다. 버림받을까봐 무서워서 숨겨왔던 사랑을 고백하고 마침내 그 불안한 감정과 고통스런 환희를 받아들였을 때 헥터는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고 자신만의 진정한 행복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공간에서 시간으로, 타인에게 다가가는 사랑의 여정이다. 그 여행이 행복하려면 그저 불행을 피하려고 하거나 두려움에 갇혀있어서는 안 된다고 영화는 말해준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1요한 4,18). 


김경희 수녀는 철학과 미디어교육을 전공, 인천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등에서 매스컴을 강의했고, 대중매체의 사목적 활용방안을 연구 기획한다.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현재 광주 바오로딸미디어 책임을 맡고 있다.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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