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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생태신학] 그리스도교의 미래와 지구의 운명 - 토머스 베리, 황종렬

by 바오로딸 2011. 12. 20.

토머스 베리 지음, 황종렬 옮김, 『그리스도교의 미래와 지구의 운명』, 바오로딸, 2011


지난 11월 17일 부탄왕국의 국왕과 왕비가 일본을 방문하여 국민의 환영에 답사하는 내용을 뉴스로 들었다. “일본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안아드리고 싶지만 불가능하기에 제 옆의 아내를 안겠습니다” 하자 따뜻한 그의 유머에 화답하는 웃음소리가 물결쳤다.

세계에서 국민 행복지수가 가장 높으며 한반도 면적의 약 5분의 1 크기인 이름도 생소한 부탄은 히말라야 기슭에 위치한 신비에 싸인 나라다.

부탄이 인도와 영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해외에 문호를 개방한 것은 1960년대다. 생산 공장도, 찌든 공해도 찾아볼 수 없고 ‘지구상 마지막 샹그릴라’라고 불리는 부탄은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8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행복한 나라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동시에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수식어가 잠시 생각에 머물게 한다. 그렇다면 가난이 곧 행복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산업문명은 16세기경 서구에서 시작되어 세계를 휩쓸고 있는 문명형태이며, 인류에게 유례없는 물질적 혜택을 제공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산업문명에 진입하였으니 50년의 짧은 역사로 세계 경제대국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과연 경제대국이 된 우리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얼마쯤 될까? 자살률, 이혼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이것만으로도 국민 삶의 질은 측정이 되는 셈이다.

가장 가난한 나라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이고, 경제대국인 한국은 불행한 나라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면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 결론이 명백하다.

서구에서 400년을 이어온 산업문명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산업문명은 잉여생산물이 넘쳐나면서도 세계 빈부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아프리카에서는 절대빈곤이 증가하고 있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산업문명은 자연을 인간 경제의 수단으로만 이해함으로써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정신적 배경을 제공하였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 물 부족, 사막화, 생물종의 멸종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렇게 산업문명은 절대빈곤의 증가와 생태계 파괴라는 엄청난 비극을 몰고 왔다.

빈곤 문제와 생태계 파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명형태가 필요하다고 『그리스도교의 미래와 지구의 운명』의 저자 토머스 베리는 외친다. 지난 2009년에 타계한 토머스 베리는 예수고난회 사제요, 토마스 아퀴나스와 테야르 드샤르댕을 잇는 문명사학자로서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문명형태로 ‘생태대(Ecozoic)’를 제안하였다.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에로의 전환이 우리 시대의 과제임을 일깨우며 그는 “생태문명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생태문명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교는 교회공동체 중심에서 지구공동체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종교의 도움 없이 생태문명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다각도로 연구한 논문 10편을 모아 한 권의 저서로 내놓았다.

지구 생명체 전체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생태문명의 건설이 시급한 이때 토머스 베리 신부의 저서는 큰 희망으로 다가온다.

- 박문희 고로나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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