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9. 10 가톨릭평화신문

장례미사까지 치렀는데 살아 돌아온 사제


러시아로 선교 떠난 월터 취제크 신부의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삶과 신앙 

 ▲ 러시아에서 혹독한 수용소 생활 중에도 사목의 열정을 아끼지 않은 월터 취제크(가운데) 신부가 

1955년 현지 사람들과 찍은 사진. 취제크 신부 기념센터 누리방 제공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월터J.취제크 지음 / 최진영 옮김 / 바오로딸 / 1만 6000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무렵. 폴란드계 미국인 예수회 월터 취제크(1904~1984) 신부는 ‘신앙의 불모지’인 러시아 선교를 자원한다. 하고 많은 지역 가운데 왜 하필 전쟁의 포탄이 오가는 철의 장막 뒤편 러시아였을까.

취제크 신부는 예수회 사제가 되는 기쁨을 ‘러시아 복음화’라는 사명을 통해 하느님께 보답하고자 스스로 힘든 순례길에 오른다. 어린 시절 고집불통에 골목대장까지 해가며 부모 속을 썩인 그가 자기 뜻을 쉽게 꺾을 리 만무했다. 취제크 신부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우랄산맥 지대 목재소 노동자 모집에 자원한다. 소설 같은 이 실화는 여기서 시작된다.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바오로딸 / 1만 6000원)가 최근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로 독자들을 찾았다. 장장 23년간 러시아(소련)에 억류된 채 온갖 탄압을 받으며 살았던 세월을 소설처럼 옮긴 취제크 신부의 생생한 체험기다. 사제의 신분을 숨긴 그가 노동자에서 독일군 스파이로, 다시 전기공, 병원 간호 보조사, 광부로서 전쟁과 박해의 땅 러시아에서 지낸 이야기가 생생히 담겨 있다.

전시 상황의 극한 속에서 간첩의 누명을 쓴 그는 정치범교도소와 강제노동수용소에서 15년을 지낸다. 혹독한 추위는 물론이고, 오랜 심문과 역경은 그의 육체를 갉아 먹었다. 떨어진 빵조각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워 먹을 정도로 찾아온 극한의 배고픔과 러시아 군인들의 멸시 속에서도 그를 버티게 한 것은 기도와 믿음이었다.

그는 감시인들 몰래 동료 사제와 숲 속에서 미사를 바치고, 홀로 독방에서 매일 폴란드어, 러시아어, 라틴어로 묵주기도를 바쳤다. 자신을 조사하는 심문관이 가톨릭 신자임을 고백하자 도리어 그의 어려운 상황을 들어주기도 했고, 후에는 전쟁 통에 사제를 잃은 본당 신자들을 위해 목자로서 성사를 베푸는 데 열을 올리기도 했다.

강제수용소 수감자로 있을 때엔 집단 처형의 불안 속에 살았고, 전기공사 중 감전사고로 죽을 뻔한 위기도 겪던 그 시기. 미국의 예수회 회원과 가족들은 1947년 이미 그의 장례미사를 치렀다. 하지만 1963년 하느님은 극적으로 그에게 ‘해방’을 선물한다. “취제크 신부님, 이제 다시 미국 시민이 되셨습니다!”

취제크 신부가 러시아행을 택한 이유는 단 하나. 주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였다. 위험을 무릅쓴 그의 열정은 200년 전 기꺼이 박해의 땅 조선행을 결심하고 순교 앞에서도 의연했던 외국인 선교사들의 모습과 겹치기도 한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그의 체험은 근현대사의 아픔 속에 남겨진 한 사제의 신앙 업적과도 같다. 교황청은 1990년 이후 취제크 신부에 대한 시복시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는 그를 기리는 기도공동체와 센터가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출처 :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694532&path=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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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명작 12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월터 J. 취제크 | 최진영 | 125*185 | 652| 16,000| 2017. 8. 10. 발행


책 소개

러시아의 수용시설에서 23년간 강제노동을 한 가톨릭 신부의 생생한 체험기.

고난과 핍박의 참담한 생활을 하면서도 끝까지 지켜낸 신앙의 빛을 비추고자 한다.

 

요약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열두 번째. 러시아에서 간첩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취제크 신부. 철의 장막 뒤편에서 오랜 기간 동안 심문과 고문, 견딜 수 없는 굴욕과 기아로 얼룩진 생활을 하면서도, 끝까지 신앙을 잃지 않은 그의 감명 깊은 체험담.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

다시 그를 만난다

 

196310, 나는 미국으로 돌아왔다. 23년이라는 긴 세월을 러시아에서 지냈고, 그중 15년을 러시아의 교도소와 시베리아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보냈다.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 사람들은 나에게 두 가지를 묻는다. 첫째 러시아에서의 생활이 어떠했습니까?’ 하는 것과, 둘째 도대체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남았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하도 여러 사람이 똑같이 묻기에 나는 마침내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취제크 신부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다.

책 속에는 어렸을 때의 가정생활, 부모와의 관계, 고민하며 방황하던 청소년 시절, 예수회 회원으로서 처음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았을 때의 기쁨, 그리고 23년 동안의 경험, 이 모든 것이 조금도 가식 없이 생생하게 그대로 드러나 있다. 놀라운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이 책은 결코 소설이 아니라 근대 예수회 역사상 가장 자랑할 만한 감명 깊은 체험담이다. 간결하고 꾸밈없는 문장이기에 독자의 가슴에 더욱 힘 있게 파고든다.

1939년에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믿기 어려울 만큼 극적인 사건으로, 거의 한 세대에 가까운 긴 기간이다. 취제크 신부가 가족, 친구, 교회, 심지어 모국의 정부에서조차 모르고 있던 철의 장막 뒤편에서 오랜 기간 동안 고난과 핍박의 생활을 하면서도, 끝까지 신앙을 잃지 않고 러시아인들에게 신앙의 빛을 비추었다는 것은 한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가 주저 없이 하느님의 섭리라고 말하고 있듯 하느님의 뜻이 있었고, 그 뜻에 따르는 그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미국 국적의 취제크 신부는 신학생 시절 예수회에 입회한 후 로마 유학 중에 무신론이 팽배한 러시아 선교를 꿈꾸며 폴란드로 간다.

곧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그가 사목하는 곳이 나치 독일 점령지가 되기에 이르렀고, 그 위기의 와중에도 신분을 속인 채 전쟁 물자의 보고라 할 우랄산맥 지대 노동자 모집에 자원해 본래 목표대로 러시아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때부터 비밀경찰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그는 우랄에서 1년여에 걸쳐 신앙의 불씨를 일구던 중 체포당한다. 모스크바 정치범형무소 루비안카에서 오랜 심문과 취조를 받고 예정된 대로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진다. 그것도 최악이라 할, 북극에 가까운 혹독한 추위가 정신과 육체를 할퀴는 두딘카와 노릴스크로! ...

1947년 예수회 사망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장례미사까지 치르게 된 그는, 1963년 미국으로 돌아오는데...

취제크 신부님, 이제 다시 미국 시민이 되셨습니다.”

정말입니까?”

, 정말입니다. 다시 미국 시민이 되셨습니다.”

이건 무슨 동화 같은 얘기군요.”

, 동화 같은 얘기지요. 아주 훌륭한 동화지요. 그러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고 사실입니다.”

머리는 거의 백발이 되었고, 광산과 공장에서의 노동 때문에 손은 거칠 대로 거칠어졌지만, 그의 정신은 꺾이지 않고 꿋꿋했다. 그가 하느님의 은혜로 이겨낸 오랜 세월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그리스도의 사랑은 국경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산 증인으로서 그의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우리는 깊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취제크 신부는 죽음에서 기적처럼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러시아에서 하느님 말씀대로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갔다가 간첩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취제크 신부. 끝없는 심문과 고문, 견딜 수 없는 굴욕과 기아로 얼룩진 교도소 생활. 북극의 얼음과 눈과 강풍 속에서 짐승처럼 노동을 강요당하던 기나긴 수용소 생활에서도 그는 한 번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증오하지 않았다. 줄곧 신앙을 지키며, 그를 찾는 이들에게 신부로서 맡은 바를 다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유머와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고 핍박하는 이들에게 용기 있게 대항했다.

취제크 신부의 생생한 증언이 담긴 이 책이 다시 새롭게 개정판으로 나와 독자들을 만난다.

오랜만에 고전의 깊고 진한 향수를 느껴보기 바라며.

목차

머리말

1부 소년 시절

신부답지 않은 신부/ 봄에는 러시아로/ 가명 리핀스키 블라디미르/ NKVD의 손아귀에 잡히다

2부 모스크바의 교도소

무서운 루비안카/ 사라토프에서/ 세도프의 유죄판결/ 루비안카대학교/

부틸카에서 살게 되다/ 루비안카에서의 마지막 날들

3부 노릴스크의 강제노동 수용소에서

시베리아로 가는 길/ 예인선 스탈린 호/ 석탄을 싣던 두딘카Dudinka/ 북극 광산에서 보낸 1/ 노릴스크의 공사장/ 4수용소와 구리공장/ 병원 근무/ 폭동/ 수용소 생활이 끝나다

4부 제한을 받아야 하는 자유인

노릴스크의 노동연맹 회원/ 나의 본당 노릴스크/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의 박해/

아바칸에서의 새 출발/ 누이가 방문을 제안하다

5부 귀향

도무지 알 수 없는 KGB/ 귀빈 대우를 받다/ 러시아여, 축복을

번역을 끝내고

 

지은이_ 월터 J. 취제크(Walter J. Ciszek, 1904-1984)

1937624일 로마에서 서품. 예수회 신부로서 러시아 선교를 위해 폴란드로 건너갔다. 1940년 위장 이주노동자로 소련 잠입에 성공했으나, 1941NKVD(소련 내무성 비밀경찰)에 체포된다. 루비안카 독방 감옥에서 5년간 장기 취조를 받고, 15년 동안 소련 노동수용소 굴락(Gulag)에서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강제노동을 했다. 마침내 석방되었으나 제한된 지역에서 감시를 받으며 선교활동을 수행했다. 러시아 체류 23년 만에 미국과 소련 사이에 인적 교환이 이루어져 1963년 귀환했고 영성지도자로 활동하다 1984년 선종했다. 1990년 이후 로마 가톨릭교회는 취제크 신부에 대해 시복 시성 조사를 시작했으며, 현재 하느님의 종칭호로 불린다.

 

옮긴이_ 최진영

서울대학교 문리대 영문과 졸업, 동 대학원 영문학 박사. 미국 North Carolina대학 영문학 석사.

St. Augustine’s college 영문학 전임강사, Catawba college 영문학 전임강사,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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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치'- 생명을 살아가는 작은 숨결들

흔들리는 인간 마음을 터치하는 '그 손길'

터치(Touch, 2012) ,감독 : 민병훈 ,상영시간 : 100분 ,장르 : 드라마 ,등급 : 18세 이상 



몇 년째 자살률이 부동의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2011년 서울시에서 자살한 사람은 2722명으로, 하루 평균 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3시간마다 1명이 자살한 셈이다. 너무 빈번해 이제는 특별한 인물이 아니면 보도도 되지 않는다. 민병훈(바오로)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그날그날 세상을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그저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의 낮고 작은 숨결이 모여 이룬 것이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 신의 영역이라면, 그 생명을 지키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이런 메시지를 살리려고 애쓴, 소시민의 이야기 같은 영화 '터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줄거리

 국가대표 사격 선수를 지냈지만 점차 알코올 중독자가 된 후 모든 걸 잃고 중학교 사격코치를 하는 남편 동식(유준상)과 간병인 일을 하며 쪼들리는 삶이지만 금실 좋은 부부로 살아가는 아내 수원(김지영)의 이야기다. 수원은 병원 몰래 돈을 받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환자들을 무연고자로 속여 요양원에 입원시키기도 한다. 어느날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동식은 코치 재계약 문제로 이사장이 주는 술을 어쩔 수 없이 마시고 음주 운전을 하다가 자신이 가르치던 사격부 학생 채빈을 치게 되자 당황한 나머지 뺑소니를 쳤다가 경찰에게 잡힌다. 동식의 교통사고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원은 자신이 돌보는 노인환자의 끈질긴 성관계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하지만 이 사실이 발각돼 수원은 결국 병원에서 퇴출당한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수원은 딸 주미가 없어졌음을 알게 되고 수소문 끝에 낯선 집에서 주미를 발견하는데….


▲ 사슴을 죽인 동식이 두려움과 죄책감에 오열한다.



▲ 무릎 끓은 동식을 창 밖으로 보며 수원은 따스한 미소를 보낸다.


▲ 가톨릭노인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수원이 깨끗이 치유된 여인의 손을 잡아준다.


민초들의 삶

 영화의 첫 장면은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 만신창이가 돼 흔들리는 들풀로 시작한다. 세파에 시달리며 가정을 지키는 소시민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어지는 장면은 장례미사를 드리는 성당 안 풍경이다. 검정색 포에 덮인 관, 아빠 품에 안긴 어린이의 해맑은 미소가 스쳐 가지만 수원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 사제는 강론을 계속한다. "…하지만 사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나서야 합니다.… 영혼 속 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의 눈은 좀 더 밝아질 것입니다. 영혼 속 신과 연결된 끈을 놓지 않는다면…." 강론은 영화의 흐름을 암시한다.

 장례미사 도중 돌아가신 할머니의 아들이 성당 밖으로 나와 고통스러워한다. 수원이 말을 건넨다. "어머님은 좋은 데로 가셨을 거예요." 그러나 아들의 질문은 날이 서 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그때 뭔가 수원의 양심을 건드린다. 사랑과 용기의 영이 그녀를 터치한 것이다.

 수원은 몰려오는 피곤을 감수하며 간병 일에 힘을 소진한다. 먹고 살기 위해 불법 의료행위까지 하며 늘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그래서 수원은 자신에게 불신의 눈길을 던지는 사제나 수녀의 눈길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그녀의 긴장된 삶을 거친 숨소리와 함께 핸드 헬드 카메라로 클로즈업하며 따라가는데, 이들 장면 속에는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거나 이웃을 괴롭혀 상처를 주지 못하는 수원의 착한 심성과 강인함의 양면성을 겹쳐서 보여준다. 그녀는 간신히 남편을 출옥시킨 뒤 노인 복지센터를 그만둔다.

 동식이 사격코치를 하던 부유한 집안 여학생 채빈은 자신의 속옷을 훔쳐 달아나는 남학생(장정원)을 사격용 총으로 쏜다. 정원이는 폐병에 따른 합병증으로 다리가 썩어가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달동네 학생이다. 동식은 정원이를 쏜 채빈의 뺨을 때리며 야단친다. "빈총이라도 사람에겐 겨누지 않는다." 

 수원의 노력으로 출옥한 동식은 사냥 포수로 돈벌이를 한다. 그러던 어느날 덫에 걸려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어린 사슴을 보며 생명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동식은 두려움과 신비로움의 체험을 사슴이라는 상징을 통해 하느님 영에 터치된다. 인간의 쓰러짐은 인간적인 것이고, 다시 일어섬은 신적인 것이다.

 

 절망의 끝에서 찾아온 희망

 주미의 행방불명을 알게 된 수원은 절규하며 딸을 찾아 나선다. 그때 딸의 생일선물 인형을 매달고 가는 남학생을 미행한다. 학생이 다다른 가난한 달동네 정원이의 집 벽장에서 주미를 발견한 수원은 두려움과 분노 속에 도망치듯 딸을 끌고 나온다. 그때 방바닥에서 방치된 한 여인을 본다. 더러운 오물 냄새 속에 다리가 썩어가는 여인의 꺼져가는 신음 소리가 수원의 양심을 건드린다. 그때 성당 마당에서 본 사슴이 떠오른다. 수원은 자신의 마음을 터치하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낀다. 그래서 다시 그 여인을 찾아간다. 더럽고 악취가 진동하는 어두운 방 창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어오는 햇살은 수원과 그녀를 비춘다. 어쩌면 우리 영혼 속에 깃들고 싶어 하는 하느님 빛의 초대인지도 모른다.

 

 차가운 현실

 죽음이 임박한 듯한 여인을 위해 수원은 주민센터도 찾아가고 병원 응급실도 찾아가지만 관료적인 그들의 태도는 답답하기만 하다. 수원은 소리친다. "그럼, 돈 없으면 치료도 받지 말라는 건가요?" 이 말은 사회에 던지는 절규다. 마지막으로 가톨릭노인복지센터에 전화 다이얼을 돌린다. 그러나 그동안 수원이 저지른 거짓에 속아온 사제는 그 여인의 입원을 거절한다. 수원은 가슴을 에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직접 여인에게 안락사 주사를 놓아주려 하지만 두려움이 엄습한다. 절망의 순간에 양심을 건드리는 하느님! 수원은 자신이 생명도, 죽음도 책임질 수 없는 존재임을 절감한다. 이때 죽음에 임박한 여인은 떨리는 손으로 수원의 볼을 조용히 건드린다. 그를 위해 애쓰는 수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터치다. 그때 요양원 구급차가 도착한다.

 요양원에 도착한 여인은 세례를 상징하는 물속에 잠긴다. 그동안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깨끗이 씻긴 것이다. 수원은 그의 손을 잡아준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여인은 아들 정원을 보살펴줄 것을 수원에게 부탁한다. 그의 고달픈 삶을 위로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은은한 성가를 뒤로한 채 수원은 지친 몸을 이끌고 밤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다.

 한편 동식은 채빈의 사격 성공에 환성을 지르며 또 술을 마신다. 취중에 교통사고로 쓰러진 아이를 총으로 쏜 동식은 갓길에 쓰러진다. 아침 햇살이 동식이의 어깨를 환히 비춘다. 잠을 깬 동식은 몽롱한 눈으로 자동차 문을 여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신에게 생명의 경외감을 안겨준 사슴이다. 햇살은 동식의 눈과 사슴의 눈을 강하게 비춘다. 동식은 생명을 죽인 죄책감에 오열한다. 지친 몸으로 돌아온 수원을 밝고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비추고 수원 손에 들려진 생일 선물 인형이 클로즈업된다. 그때 원장신부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잘 들어갔니? 방금 자매님이 편안히 하늘나라로 가셨다. 안나야, 고생했다. 정말 수고했다. 편히 쉬거라." 수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불편함을 주는 영화 

 러시아에서 영화 공부를 한 민병훈 감독의 작품은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연출기법처럼 담백하고 함축적이다. 이 영화는 관객이 능동적으로 사유하게 하고, 곱씹으면서 깊은 의미를 끌어내게 한다. 영화 '터치'는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는 영화다. 직면하고 싶지 않은 어둔 현실의 갖가지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진지한 영화이기에 재미로 감상하기에는 무겁고 감상하기 힘든 영화다. 이 영화는 각자의 현실 속에서 터치하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게 한다. 성찰적 예술성이 강한 작품이다.


 그룹대화  

 1. 오늘을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들은 무엇인가?

 2. 이 영화에서 터치 받은 것은 무엇인가?

 3.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하느님께서 터치한다고 생각하는가?


 성경구절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이복순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평화신문 <가톨릭 문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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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2월 29일 | 지은이: 월터 취제크 | 옮긴이: 성찬성
판형: 125*185 | 쪽수: 344쪽 | 가격: 11,000원   


 

● 기획 의도
취제크 신부가 러시아 수용소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꺼지지 않는 신앙과 사목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며, 그 안에서 발견하고 깨달은 신앙의 진리는 오늘날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주제 분류 - 전기문학

키워드(주제어) - 신앙, 선교, 사목, 러시아, 수용소, 시베리아, 강제노동, 스파이

요약
저자는 소련에서의 혹독한 세월 동안 자신을 지탱해주고 인도해 준 진리에 대해 다른 이에게 좀 더 깊이 이해시킬 필요를 느꼈다. 이 책에는 취제크신부를 이끌어간 참된 내적 동력인 된 하느님 사랑과 일치의 체험이 담겨있다.

상세 내용

러시아 선교를 열망했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취제크 신부는 1940년 폴란드를 거쳐 러시아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1941년 바티칸 스파이로 고발되어 NKVD(소련 내무성 비밀경찰)의 손에 체포된다. 러시아에서 23년간, 그것도 대부분 감옥이나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보내게 된 그는 1947년 소속 수도회 사망자 명단에 오르게 되고 그를 위해 장례미사를 드린 동료 사제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고 있을 즈음, 1963년 돌연히 귀국한다. 그리고 시베리아의 형극의 삶이 담긴「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를 출간하였다.

취제크 신부는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를 출간한 이후 많은 이들로부터 “소련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하느님의 섭리였습니다”라고 대답하였으나 이 간결한 답변이 질문자를 만족시켜주지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전달해주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소련에서의 혹독한 세월 동안 자신을 지탱해주고 인도해 준 진리에 대해 다른 이에게 좀 더 깊이 이해시킬 필요를 느꼈다. 이 책에는 취제크신부를 이끌어 간 참된 내적 동력인 된 하느님 사랑과 일치의 체험이 담겨있다.

대상
하느님 체험과 신앙의 증거를 만나고 싶어하는 모든 이, 선교사와 선교사 지망생.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기도를 하고 싶어하는 이.

지은이: 월터 취제크(Walter J. Ciszek, 1904-1984)
예수회에서 사제품을 받고 러시아 선교를 목적으로 폴란드에 건너갔다.

1940년 위장 이주노동자로 소련 잠입에 성공했으나, 1941년 바티칸 스파이로 고발되어 NKVD(소련 내무성 비밀경찰)에 체포된다. 루비안카 독방 감옥에서 5년간 장기 취조를 받고, 15년 동안 노동 조건이 가장 험난한 소련 노동수용소 굴락Gulag에서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강제 노동을 했다. 마침내 석방되었으나 허용된 지역 노릴스크와 아바칸에서 행동을 감시받으며 선교활동을 수행했다. 러시아 체류 23년 만에, 미국과 소련 간에 각각 2명씩 인적 교환이 성립되어 1963년 귀환해 영성지도자로 봉사했다. 1990년 이후 로마 가톨릭교회는 취제크 신부에 대해 시복 시성 소송 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그는 ‘하느님의 종’ 칭호로 불린다.

옮긴이: 성찬성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대화」․「무지의 구름」․「새벽으로 가는 길」․「제네시 일기」․「헨리 나웬의 마지막 일기」․「사막에 귀를 기울여라」․「용서의 과정」․「신앙의 위기 사랑의 위기」․「베네딕토 성인에게서 배우는 리더십」․「공동체와 성장」․「참된 벗을 찾아서」․「성 토마스 모어」․「내 가슴에 문을 열다」․「십계명 마음의 법」 외 다수가 있다.

* 참고사항
「 나를 이끄시는 분」와 09번「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는 같은 저자, 같은 성격의 다른 책인데 10번이 먼저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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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현대인은 자유가 많아 더 고독하고 자기를 찾아 더 방황한다. 가슴 뛰는 삶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나를 충족시키는 길은 <자기의 덫>에 걸려들어 아쉬움을 남기곤 한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취제크 신부는, 가슴 속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이끄시는 하느님과 일치하는 삶에 대한 응답과 투신, 그 열정과 긴장을 아우르는 모험의 용광로 안에서 진정한 자유와 평화, 기쁨이 용솟음친다는 그 단순한 불멸의 진리를 이 책을 통해 알려준다.  철의 장막, 러시아의 감옥과 강제 수용소에서 23년을 보내며 지독한 좌절, 패배, 수치와 죄책감, 자살 충동 등 생의 바닥을 치는 고난의 여정을 겪으며 하느님의 현존을 나눠왔던 취제크 신부는, “그분의 원의를 믿는 이런 철저한 신뢰행위에 도달하게 된 것은 그에 앞서 내 능력과 힘에 대한 철저한 좌절을 체험함으로써였다”고 고백한다. 세상 한복판에서 하느님의 뜻과 섭리를 찾아 몸부림치며 그분과 일치를 이루고자 했던 취제크 신부는 바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신비주의>의 지평으로 우리 모두를 초대한다. 
- 예수회 오세일 신부 (종교·영성 사회학 박사) 

 
선물로 받은 하루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 행하고 그분께 되돌려 드리는 삶!
단순하고 평온한 이 문장이 20여 년 동안 무신론자들의 땅에서, 그것도 대부분 감옥과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보낸 한 신부의 삶의 축약이라면 의미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나는 취제크 신부의 삶을 통해 자질구레한 일상이나 혹독한 현실에서 신앙이 무엇을 이룰 수 있는가를 보았고, 온갖 시련 속에서도 내적 자유와 평화로 이끄시는 주님의 손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나를 이끄시는 주님의 뜻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긴다.  
- 이인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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