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뮤직 네버 스탑’

음악이 선사한 화해와 소통

<가톨릭신문 2015.03.22 발행>


 ▲ 영화 ‘뮤직 네버 스탑’ 포스터.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나의 삶’이란 제목으로 자신의 죽음을 앞둔 심경을 고백하는 글을 써 화제가 된 사람이 있다. 그는 다름 아닌 미국의 유명한 뇌신경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뉴욕대 신경과 교수 올리버 색스다. 마침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에서 그의 저서 중 특히 「화성의 인류학자」에 실린 ‘마지막 히피’를 원작으로 한 영화 ‘뮤직 네버 스탑’(The music never stopped)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연구에 관심을 두었던 터였기에 더욱 마음이 갔다.

2011년 선댄스영화제 초청작이고, 같은 해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인 짐 콜버그 감독의 영화 ‘뮤직 네버 스탑’은 요즘 영화의 흥행요소인 음악영화, 힐링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등 요건을 제대로 갖추었음에도 그다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영화다. 다른 영화처럼 많은 제작비를 쏟아 붓지도 않았고, 스펙터클하거나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보고 있는 내내 귀가 즐겁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1960년대 전설적인 뮤지션인 비틀즈, 밥 딜런, 롤링스톤즈, 그레이트풀 데드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영화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영화는 1986년 미국을 배경으로 20년 전 아버지 헨리와 다툰 후 집을 나간 아들 가브리엘의 소식을 전하는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다. 20년 만에 찾은 아들은 뇌종양에 걸려 수술을 하지만 그의 기억은 15년 전으로 멈춰버리고 타인과의 대화도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뇌기능 손상에 음악치료법이 있다는 기사를 본 아버지 헨리는 한 대학 교수와 함께 아들이 좋아하던 음악으로 잠자는 아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아들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던 아버지는 자신의 음악을 내려놓고 아들의 음악 안으로 들어간다.

베트남 전쟁과 히피 문화, 로큰롤이 영화의 배경이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화해와 소통이 시작된 사랑’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는 주인공 가브리엘이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는 첫 곡이며 곧 관객과 소통을 시작하는 곡이기도 하다. 음악 때문에 단절되었던 아버지와의 관계는 다시 음악으로 이어진다. 음악은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 가브리엘에게 아버지라는 존재와 함께했던 새로운 시간들을 새겨놓는다. 늘 자신의 인생에 최악의 상황만을 선물했던 아버지가 아들의 세계에 들어와 아들이 좋아하는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공연에 함께함으로써 아버지는 아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다면, 그래서 관계가 어그러지고 고통스럽다면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나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 타인이 있는 세상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실타래가 엉키듯 우리 삶이 꼬여있고, 지금 이 사회가 소통하지 않는 건 각자의 세계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각자 다른 노래를 부르지만 그 다른 노래에 귀 기울여 들어줄 때, 상대의 마음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노래에 나의 추억과 삶이 담겨있듯 그가 부르는 노래에는 그의 삶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철학과 미디어교육을 전공, 인천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등에서 매스컴을 강의했고, 대중매체의 사목적 활용방안을 연구 기획한다.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현재 광주 바오로딸미디어 책임을 맡고 있다.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기사 원문 보기 :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6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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