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한 방울 

앙젤 리에비ㆍ에르베 드 샬랑다르 지음 / 서규석 옮김 / 바오로딸 / 1만 3500원




의식 없는 환자가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모든 의식불명 환자가 그렇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가족과 보호자는 그런 환자를 살아있는 사람, 나아가 더욱 사랑과 감동을 줘야 하는 존재로 여겨야 한다. 그 사랑이 기적적으로 사람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물 한 방울」에 담긴 이야기는 의식불명 환자였던 저자 앙젤 리에비를 일으킨 그의 가족 사랑 이야기를 담은 실화다. 앙젤은 어느 날 급성 희소병으로 온몸이 마비된 채 혼수상태에 빠진다. 의료진도 그를 죽은 사람으로 대하며 장례를 준비하라고 일러둔 상황. 그러나 그의 가족은 끊임없이 대화를 멈추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간호한다기보다는 사랑해 준다.

책은 저자가 깨어난 뒤 병상에서 ‘의식의 감옥’에 갇혔던 상황을 소상히 펼쳐놓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남편과 딸, 친구,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고, 어떤 대화를 건넸는지 모두 기억해 옮겨놓았다. 앙젤은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려 하지만 단절돼 있었다. 극도의 고통과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일지라도 앙젤이 바랐던 것은 단 하나. 바로 관심과 사랑이었다.

어느날 딸이 “엄마가 우릴 떠나면 안 돼. 셋째가 태어나는 걸 엄마가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자 드디어 앙젤은 자신의 대답을 눈물 한 방울로 표현했다. 

책의 역자인 서규석(베드로, 76)씨도 앙젤의 사례처럼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신향철(마리나, 61)씨에게 끊임없이 ‘사랑의 대화’를 이어갔고, 결국 아내가 깨어나는 기적을 체험했다.<본지 4월 8일자 제1459호 1면> 아내가 의식이 없어도 남편 서씨는 앙젤의 가족처럼 아내를 매일같이 사랑으로 대하며 일상과 기도를 나눴고, 수차례의 고통스러운 수술 끝에 아내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서씨가 책을 번역하게 된 것도 당시 책의 내용이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서씨는 “환자는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이기에 가족의 사랑과 감동을 더욱 필요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처럼 힘겨운 상황에 있을 때 ‘사랑이 곧 생명을 살릴 수 있음’을 책을 통해 실감하고 용기를 얻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슷한 고통 중에 있는 이와 가족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책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살아날 확률 1퍼센트

뇌 중앙 부위 동맥 파열

임종을 준비하라는 의사의 선고

 

눈물 한 방울의 역자 서규석 씨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329일 오후 130, <가톨릭평화신문> 부활 특집 기획으로 눈물 한 방울의 역자 서규석(베드로) 씨와 아내 신향철(마리나) 씨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바오로딸도 동행했습니다.

 

두 분의 모습, 특히 아담한 체구에 수줍은 웃음을 짓고 있는 마리나 씨를 보면서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해 보이고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내의 병, 3번의 뇌수술과 또다시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 장례를 준비해야만 하는 위급한 상황을 겪어내며 아내를 돌본 서규석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발병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오기까지 서규석 씨는 그 지난한 시간에 대하여 천천히, 담담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중간중간 침묵이 흘렀고 생각이 잠긴 듯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아내가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며 여러 기구들에 의존해야 하는 연명의 시간은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손발은 묶여 있고 극심한 통증에 신음하는 아내를 보는 것은 지옥이었습니다.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더 심각한 출혈이 발생되면서 생명은 위험한 지경에 빠졌습니다.

길어야 며칠장례를 준비하라는 의사의 선고

차라리 꿈이기를 바랐습니다. 아직은 아니라고, 이대로 보낼 순 없다고,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조금씩 회복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의식이 다 돌아온 건 아니었습니다. 형광등이 껌벅거리는 것처럼 꺼졌다 다시 되살아나곤 했습니다.

그러다 희망을 보았습니다! 아내가 깨어났을 때 그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동안 얘기해 주지 못했던 가족들 안부를 전하려 애를 썼습니다.

그러자 그때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한 방울의 눈물이. , 살았구나, 아내가 내 말에 반응을 하는구나, 그날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 벅찬 마음을.

 

그러다 또다시 위험한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뇌수술 후 다른 합병증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하는데 감염의 위험이 커 수술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의식이 없어지고 하루에도 수없이 해야 하는 석션고통의 시간은 가족 모두를 송두리째 삼켜버렸습니다.

풀린 아내의 눈동자를 보며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또다시 주저앉고야 말았습니다. 살 수 있다고 의사에게 따지기도 하고, 다른 의사도 만나보고, 의사인 딸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결정은 자신의 몫이었습니다.

 

아내 같았으면 어떻게 했을까

이 힘겨운 선택의 시간 앞에서 아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아내를 보낼 순 없었습니다.

그래 수술을 하자, 수술을 하는 거다, 결심을 하고 위험한 수술인 만큼 가족 동의서를 다 받은 후에야 의사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살아날 확률 1퍼센트!

그렇게 아내는 죽음을 무릅쓴 수술대 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수술 끝에

기적처럼 아내는 살아났습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온전히 아내 곁을 지켜 온 서규석 씨.

그는 간병을 하면서 틈틈이 병상 일기를 썼습니다. 마리나 씨는 회복한 후에 4권이나 되는 남편의 일기를 보면서 그때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남편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사랑이, 진심이, 고마움이, 미안함이 모두 다 담겨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토록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주님을 원망하진 않았을까?

 

원망이요? 아니요, 하느님을 원망하진 않았습니다. 단지 도대체 하느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가 식물인간으로 살 수밖에 없다 해도 제일 간절히 바랐던 건, 아내에게 하느님을 찾을 수 있는 지능만이라도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서규석 씨는 자신에게 큰 힘은 하느님이심을 고백합니다.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그에게서 주님을 향한 굳은 믿음과 사랑을 봅니다.

 

남편의 이야기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는 마리나 씨에게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특별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대답은, 사람으로 대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중환자라도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대화하고 싶고 소통하고 싶다, 누워있는 사람에게 아무도 말을 시키지 않는다, 그냥 보고 지나치기만 할 뿐. 그래서 인간의 깊은 기억은, 깊은 괴로움은 아마도 외로움이구나 생각했다고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제2의 삶을 주셨다고 말하는 마리나 씨.

처음 재활을 시작했을 때는 갓난아기가 모든 걸 다 배워야 하는 것처럼 삼키는 연습, 호흡하는 연습,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 나갔습니다. 현재 그는 꾸준히 재활 운동을 하며,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간호해 준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랑...그냥 사랑하는 거예요. 아무 조건 없고 무엇 때문도 아니고, 그냥 사랑...”

이토록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일 수가.

남편을 바라보는 그의 반짝이는 눈빛에 순간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서규석 씨가 곁에서 아내의 말을 이었습니다.

 

아내가 아플 때 나도 아팠습니다. 심장 부정맥 수술을 받았는데 주변에서 너 몸도 생각해라, 많이 염려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아내에게 이제부터 내가 매일 못 오고 간병인이 올 거다 얘기하니 눈물이 그렁그렁하는 거예요. 내가 못 온다는 게 서운했던 거지요. 말만 그렇게 하고 매일매일 왔어요.

온전히 모든 시간을 아내에게 쏟을 수 있었던 건 내 의지도 내 희생도 아닙니다. 이것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다, 각자에게 하느님이 주신 사랑이 있는데 내가 곁에서 아내를 지켜주는 것이 바로 하느님이 주신 사랑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느님이 당신 대신 이 사람을 사랑해라 하시는 거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느님은 아내에게 은총을 주신 것만 아니라 간병하는 나에게도 은총을 주셨습니다. 주님이 저희에게 제2의 인생을 주셨습니다.”

 

오랫동안 간병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그런 순간들을 극복하였는지, 그리고 이 책을 어떤 계기로 번역하게 되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아내를 간호하는 동안 환자, 특히 중환자는 땀이 나도 참아야 하고 추워도 참아야 하고 아파도 아프다 말을 못하는, 가장 약한 사람이고 미소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서규석 씨는, 그래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이 성경 말씀을 떠올렸고 이 말씀이 자신을 지탱해 준 가장 큰 힘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수술과 힘든 과정을 반복하면서 서규석 씨도 아내도 지쳐서 다 놓아 버리고 싶을 때, 눈물 한 방울을 만났습니다. 그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말할 수 없이 처절했던 서규석 씨에게 이 책은 실질적인 안내자이며 동반자였습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환자는 보호자만 본다, 그러니 환자가 보호자에게 희망을 보면 환자도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간호하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규석 씨의 이 말을 들으며, 환자와 보호자는 서로에게 거울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문득 떠올랐습니다.

 

결정적으로 서규석 씨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이유는, 그의 경우처럼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체험을 공유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로 뇌졸중을 이긴 사람들수기 공모에 응모했다가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기를 읽고 눈물 한 방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또 이러한 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참담한 상황을 겪으며 어떻게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암흑 속에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것입니다. 서규석 씨는 중환자 가족들이 곁에 두고 답답할 때마다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조언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하느님한테 물어보시면 더 빠를 텐데, 하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서규석 씨.

 

우리는 새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새 생명을 주셨습니다. 지금처럼 같이 있고, 같이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게 중요합니다. ‘너희들을 통해하시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게 우리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아내의 회복에 집중하면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 그렇게 살고 싶고 그것이 계획입니다. 일상 안에 하느님이 같이 계심을 믿습니다.”

 

병상에 있는 아내를 지키며 꾸준히 가족, 친구, 친지들에게 아내의 소식을 전한 서규석 씨.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은 남편의 속 깊은 배려가 아니었을까요. 서로를 향한 사랑의 끈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게.

 

인터뷰를 마치며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서규석 씨가 아내를 보며 건넨 떨리는 고백에,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당신이어서 좋아요.


 

 

최인순 제노베파(바오로딸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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