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문화산책[<43> 영화(9) 크래쉬

메마른 광야에도 사랑과 화해의 오아시스가 있기에


크래쉬(Crash, 2004년) 

감독 : 폴 해기스,  제작국가 : 미국ㆍ독일 ,  등급 : 15세 이상 , 상영시간 , 112분 , 장르 : 드라마 ㆍ범죄ㆍ미스터리 

 

 고도의 기술문명은 세상을 더 편리하고 광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화시켰다. 그 휘황한 불빛의 뒷모습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잔악한 폭력과 불신, 착취와 파괴의 거대한 암초가 숨어 있다. 예수회 송봉모 신부는 「광야에 선 인간」이라는 책에서 세상은 광야이며 그 속성은 두 얼굴을 지닌 장소라고 했다. 힘겨움과 황량함, 외로움 등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고통의 장소를 뜻하는 것이다. 놀라운 하느님의 섭리와 보살핌이 드러나는 장소이자 인간 갈등이 서로 부대끼는 도시를 광야에 비유한 영화 '크래쉬'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온 몸을 투신해 크리스틴을 구출하는 백인 경찰 라이언.



▲ 이란인 파라드에게 총을 맞는 멕시코 출신 열쇠수리공인 대니얼과 딸. 그러나 그 어린 딸은 기적적으로 다치지 않는다.


▲ LA에 메마른 사막을 포근하게 적시는 축복 같은 눈이 내린다. 세상 삶은 광야지만, 그 안에는 하느님 은총이 깃든다.


줄거리

 여덟 쌍이 겪으며 보여주는 갈등과 충돌, 8색의 트라우마를 만나게 한다. 늦은 밤 LA 근교의 한 도로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현장에 도착한 흑인 수사관 그레이엄의 표정이 당혹과 슬픔으로 일그러진다.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은 36시간 전, 15명의 삶, 8가지 사건의 얽힘, 8색의 상처를 교차시키며 무관한 듯하면서도 연결고리가 이어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영화는 어둔 밤, 푸른 수은등과 함께 현란한 불빛들이 서로 겹쳐지면서 부딪쳤다 사라지고 다시 충돌해 검푸른 나뭇가지 상처를 빛 속에 남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밤은 위험과 위협을 암시하는 듯해 두렵다. 밤의 공포와 같은 8개의 충돌 이야기를 빛으로 암시했다.


 백인 부부 릭과 진 : 지방검사 릭과 그의 아내 진이 두 흑인 청년에게 차를 강탈당한 밤, 두려운 진은 집 열쇠수리공 멕시코인 대니얼을 의심하고 가정부에겐 짜증을 내다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한다. 정치적 성공에 몰두한 남편 릭은 그녀의 외로움을 감싸줄 시간이 없다.


 흑인 부부 카메론과 크리스틴 : 같은 시각, 흑인이자 방송국 PD인 카메론과 아내 크리스틴은 강탈당한 지방검사 릭의 차와 같은 차종이라는 이유로 백인 경찰 라이언과 핸슨에게 검문을 당한다. 크리스틴은 라이언의 몸수색으로 성적 모욕을 받는다. 그러나 카메론은 자신의 지위에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오히려 수치를 당한 아내에게 짜증을 내며 아내를 피한다.


 백인 경찰 라이언과 핸슨 : 라이언은 병든 아버지로부터 받는 아픔에 대한 화풀이로 흑인 크리스틴에게 수치심을 준다. 후배 경찰 핸슨은 선배 라이언의 행동에 격분하지만 자신도 역시 편견과 두려움에 순진한 흑인 피터를 살해한다.


 이란인 파라드와 멕시코인 대니얼 : 서툰 영어와 중동인이라는 이유로 자주 멸시를 당한 파라드는 자신의 가게를 지키기 위해 사들인 총구를 무죄한 멕시코인 대니얼에게 들이대고 총을 쏜다.


 흑인 형사 그레이엄 : 백인 사회에서 성공을 위해 가족으로부터 스스로 소외를 선택한 그이지만, 지금 그 앞엔 동생의 시체와 함께 "동생을 죽인 살인자는 너"라는 어머니의 비난만 남아 있다.


 피부색ㆍ인종ㆍ계급ㆍ직업ㆍ성별이 서로 다른 이들이 부대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충돌한다. 이들은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이 누구인지, 왜 그래야 하는지 자문하지 않는다. 소통의 문을 닫고 편견과 관계의 단절 속에 갇혀 산다. "날마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어"라고 절규하는 진은 고독과 두려움에 진저리를 낸다. 분노ㆍ소외ㆍ편견ㆍ집착ㆍ두려움ㆍ외로움으로 꽉 들어찬 그들의 메마른 마음이 엿보인다.


 "정이 그리워서 그러는 거야! 다른 도시에선 길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정 드는데…. LA는 삭막하잖아! 늘 차 안에 갇혀 살고 사람의 체취가 그리워 서로 충돌하고 상처 주고…."


 교통사고 현장에서 흑인 형사 그레이엄이 애인에게 하는 말이다. 이들은 고통스럽고 힘겹게 사막을 걷고 있다. "인간의 절망은 하느님을 만나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의 광야, 인생의 광야는 은총의 장소이기도 하다.


 은총의 장소


 인간이 접촉하거나 충돌하지 않는다면, 그 삶은 무인도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충돌은 갈등을 일으키지만 화해와 사랑의 꽃을 피운다.


 태양은 LA를 밝게 비추며 이들 안에 감춰져 있던 선한 마음을 드러낸다. 백인 경찰 라이언은 온몸을 던져 위기에 처한 크리스틴을 극적으로 구출하고, 백인 경찰 핸슨은 위기에 처한 유색인 PD 카메론을 친구라며 목숨을 구해준다. 백인 경찰의 도움을 받은 카메론은 소홀했던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전화를 한다. 더운 지역인 LA에 눈이 내린다. 눈송이들이 쌓여 더러운 마음과 죄를 덮어주며 메마른 사막을 포근하게 적신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지방검사의 아내 진은 유색인 가정부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에 고마움을 표현하며 그녀를 끌어안고 이렇게 고백한다. "난 바보였나 봐! 당신이 가장 좋은 친구란 걸 몰랐다니…." 편견의 벽을 허물고 화해하는 축복의 시간이다.


 강탈범 앤서니는 탈취한 자동차에 실린 불법 이주민들을 풀어주며 자신의 모든 돈까지 털어 준다. 그가 구원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이다.


 이란인 파라드는 열쇠수리공인 멕시코인 대니얼을 도둑으로 단정하고 대니얼의 집으로 달려가 총을 쏘는데 대니얼의 어린 딸이 대신 총에 맞는다. 파라드의 총에 맞는 대니얼과 딸 뒤로 환한 빛이 비치며 기적과 같은 말이 이어진다. "아이를 쐈어! 애는 안 다쳤어. 애는 천사야! 나의 구세주…. 우릴 지키러 온거야"라고. 파라드는 자신의 하느님 체험을 딸에게 고백한다. 황량한 사막은 은총의 장소로 변화됐다.


 시기는 성탄절. 아기 예수 구유 벽화와 모형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성탄 캐럴이 흐른다. 편견의 벽을 허물고 인간을 만나러 하느님이 내려오신 성탄절이다. 구세주의 탄생으로 광야에 샘물이 흐른다. 서로에 대한 편견과 고립의 껍질을 깨고 나와 화해와 관용, 사랑과 이해의 새로운 길을 택한 것이다.


 영화는 부감(high angle)기법으로 시내 한복판에서 다시 교통사고로 아귀다툼하는 현장을 빙 돌아 나오며 끝난다. 이 세상 삶의 장소가 광야이지만 그 안에 하느님의 은총이 깃들어 있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광야는 하느님 섭리의 장소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편집상을 수상한 '크래쉬'는 폴 해기스 자신이 경험한 기억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자동차 강도를 당했던 그는 집 안의 자물쇠를 모두 바꿨고, 그 강도의 시점에서 LA를 바라보는 작품을 쓰기로 결심했다. '멜팅 팟(melting pot)'이라는 미국의 LA! 다양한 종족,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이들은 함께 섞여 살며 선입견과 편견으로 서로 부딪치고 충돌한다. 이들은 인간 군상의 한 단면이다.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내 안의 광야는 무엇일까? 이 광야를 용감하게 직면하고 받아들인다면 이곳은 하느님 섭리의 장소가 될 것이다.


 성경구절  

 "광야와 메마른 땅은 기뻐하여라. 사막은 즐거워하며 꽃을 피워라.…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 뜨겁게 타오르던 땅은 늪이 되고 바싹 마른 땅은 샘터가 되며 승냥이가 살던 곳에는 풀 대신 왕골이 자라리라"(이사 35,1-7).



이복순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

평화신문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86046&path=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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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선교를 앞두고 임한 준비 피정.

기도 가운데 주님의 말씀을 들었다.
"사막으로 데려가 사랑 을 속삭여 주리라."

 

* 목요일에 계속 *

 

이 사피엔자 수녀 | 그림 주 벨라뎃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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