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날 확률 1퍼센트

뇌 중앙 부위 동맥 파열

임종을 준비하라는 의사의 선고

 

눈물 한 방울의 역자 서규석 씨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329일 오후 130, <가톨릭평화신문> 부활 특집 기획으로 눈물 한 방울의 역자 서규석(베드로) 씨와 아내 신향철(마리나) 씨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바오로딸도 동행했습니다.

 

두 분의 모습, 특히 아담한 체구에 수줍은 웃음을 짓고 있는 마리나 씨를 보면서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해 보이고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내의 병, 3번의 뇌수술과 또다시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 장례를 준비해야만 하는 위급한 상황을 겪어내며 아내를 돌본 서규석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발병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오기까지 서규석 씨는 그 지난한 시간에 대하여 천천히, 담담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중간중간 침묵이 흘렀고 생각이 잠긴 듯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아내가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며 여러 기구들에 의존해야 하는 연명의 시간은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손발은 묶여 있고 극심한 통증에 신음하는 아내를 보는 것은 지옥이었습니다.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더 심각한 출혈이 발생되면서 생명은 위험한 지경에 빠졌습니다.

길어야 며칠장례를 준비하라는 의사의 선고

차라리 꿈이기를 바랐습니다. 아직은 아니라고, 이대로 보낼 순 없다고,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조금씩 회복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의식이 다 돌아온 건 아니었습니다. 형광등이 껌벅거리는 것처럼 꺼졌다 다시 되살아나곤 했습니다.

그러다 희망을 보았습니다! 아내가 깨어났을 때 그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동안 얘기해 주지 못했던 가족들 안부를 전하려 애를 썼습니다.

그러자 그때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한 방울의 눈물이. , 살았구나, 아내가 내 말에 반응을 하는구나, 그날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 벅찬 마음을.

 

그러다 또다시 위험한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뇌수술 후 다른 합병증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하는데 감염의 위험이 커 수술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의식이 없어지고 하루에도 수없이 해야 하는 석션고통의 시간은 가족 모두를 송두리째 삼켜버렸습니다.

풀린 아내의 눈동자를 보며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또다시 주저앉고야 말았습니다. 살 수 있다고 의사에게 따지기도 하고, 다른 의사도 만나보고, 의사인 딸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결정은 자신의 몫이었습니다.

 

아내 같았으면 어떻게 했을까

이 힘겨운 선택의 시간 앞에서 아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아내를 보낼 순 없었습니다.

그래 수술을 하자, 수술을 하는 거다, 결심을 하고 위험한 수술인 만큼 가족 동의서를 다 받은 후에야 의사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살아날 확률 1퍼센트!

그렇게 아내는 죽음을 무릅쓴 수술대 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수술 끝에

기적처럼 아내는 살아났습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온전히 아내 곁을 지켜 온 서규석 씨.

그는 간병을 하면서 틈틈이 병상 일기를 썼습니다. 마리나 씨는 회복한 후에 4권이나 되는 남편의 일기를 보면서 그때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남편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사랑이, 진심이, 고마움이, 미안함이 모두 다 담겨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토록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주님을 원망하진 않았을까?

 

원망이요? 아니요, 하느님을 원망하진 않았습니다. 단지 도대체 하느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가 식물인간으로 살 수밖에 없다 해도 제일 간절히 바랐던 건, 아내에게 하느님을 찾을 수 있는 지능만이라도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서규석 씨는 자신에게 큰 힘은 하느님이심을 고백합니다.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그에게서 주님을 향한 굳은 믿음과 사랑을 봅니다.

 

남편의 이야기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는 마리나 씨에게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특별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대답은, 사람으로 대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중환자라도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대화하고 싶고 소통하고 싶다, 누워있는 사람에게 아무도 말을 시키지 않는다, 그냥 보고 지나치기만 할 뿐. 그래서 인간의 깊은 기억은, 깊은 괴로움은 아마도 외로움이구나 생각했다고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제2의 삶을 주셨다고 말하는 마리나 씨.

처음 재활을 시작했을 때는 갓난아기가 모든 걸 다 배워야 하는 것처럼 삼키는 연습, 호흡하는 연습,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 나갔습니다. 현재 그는 꾸준히 재활 운동을 하며,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간호해 준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랑...그냥 사랑하는 거예요. 아무 조건 없고 무엇 때문도 아니고, 그냥 사랑...”

이토록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일 수가.

남편을 바라보는 그의 반짝이는 눈빛에 순간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서규석 씨가 곁에서 아내의 말을 이었습니다.

 

아내가 아플 때 나도 아팠습니다. 심장 부정맥 수술을 받았는데 주변에서 너 몸도 생각해라, 많이 염려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아내에게 이제부터 내가 매일 못 오고 간병인이 올 거다 얘기하니 눈물이 그렁그렁하는 거예요. 내가 못 온다는 게 서운했던 거지요. 말만 그렇게 하고 매일매일 왔어요.

온전히 모든 시간을 아내에게 쏟을 수 있었던 건 내 의지도 내 희생도 아닙니다. 이것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다, 각자에게 하느님이 주신 사랑이 있는데 내가 곁에서 아내를 지켜주는 것이 바로 하느님이 주신 사랑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느님이 당신 대신 이 사람을 사랑해라 하시는 거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느님은 아내에게 은총을 주신 것만 아니라 간병하는 나에게도 은총을 주셨습니다. 주님이 저희에게 제2의 인생을 주셨습니다.”

 

오랫동안 간병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그런 순간들을 극복하였는지, 그리고 이 책을 어떤 계기로 번역하게 되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아내를 간호하는 동안 환자, 특히 중환자는 땀이 나도 참아야 하고 추워도 참아야 하고 아파도 아프다 말을 못하는, 가장 약한 사람이고 미소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서규석 씨는, 그래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이 성경 말씀을 떠올렸고 이 말씀이 자신을 지탱해 준 가장 큰 힘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수술과 힘든 과정을 반복하면서 서규석 씨도 아내도 지쳐서 다 놓아 버리고 싶을 때, 눈물 한 방울을 만났습니다. 그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말할 수 없이 처절했던 서규석 씨에게 이 책은 실질적인 안내자이며 동반자였습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환자는 보호자만 본다, 그러니 환자가 보호자에게 희망을 보면 환자도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간호하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규석 씨의 이 말을 들으며, 환자와 보호자는 서로에게 거울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문득 떠올랐습니다.

 

결정적으로 서규석 씨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이유는, 그의 경우처럼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체험을 공유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로 뇌졸중을 이긴 사람들수기 공모에 응모했다가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기를 읽고 눈물 한 방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또 이러한 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참담한 상황을 겪으며 어떻게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암흑 속에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것입니다. 서규석 씨는 중환자 가족들이 곁에 두고 답답할 때마다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조언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하느님한테 물어보시면 더 빠를 텐데, 하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서규석 씨.

 

우리는 새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새 생명을 주셨습니다. 지금처럼 같이 있고, 같이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게 중요합니다. ‘너희들을 통해하시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게 우리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아내의 회복에 집중하면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 그렇게 살고 싶고 그것이 계획입니다. 일상 안에 하느님이 같이 계심을 믿습니다.”

 

병상에 있는 아내를 지키며 꾸준히 가족, 친구, 친지들에게 아내의 소식을 전한 서규석 씨.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은 남편의 속 깊은 배려가 아니었을까요. 서로를 향한 사랑의 끈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게.

 

인터뷰를 마치며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서규석 씨가 아내를 보며 건넨 떨리는 고백에,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당신이어서 좋아요.


 

 

최인순 제노베파(바오로딸 홍보팀)

사랑이신 주님, 
임종을 맞는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세상 속 고된 삶을 마치고 당신께 돌아가는 영혼을 
더 없는 사랑으로 품어주시고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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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해 줄 이조차 없이 홀로 임종을 맞는
외로운 영혼들을 기억하며 기도 드립니다.
그들에게 안식과 위로를 허락하시어
주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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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신 주님,
임종을 맞는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세상 속 고된 삶을 마치고
당신께 돌아가는 영혼을
더 없는 사랑으로 품어주시고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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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영혼들을 기억하며 기도 드립니다.
그들에게 안식과 위로를 허락하시어
주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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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8) 엔딩노트 

죽음, 하느님께로 가는 아름다운 길

엔딩노트(Ending Note, 2011) , 감독 : 스나다 마미(砂田麻美), 상영시간 : 90분 , 장르 : 다큐멘터리 , 등급 : 전체 관람가 



인간은 이 세상에 한번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일회적 삶을 사는 인간에게 죽음은 반복될 수 없는 사건이기에 삶이 의미가 있다면 죽음 또한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스나다 도모아키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엔딩노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줄거리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스나다 도모아키는 건강검진을 통해 말기암 판정을 받아든다. 예상치 못한 죽음 통보 앞에 망연자실해 하며 슬퍼하기보다 그는 성실하고도 꼼꼼하게 자신만의 '엔딩노트'를 준비한다.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한 번도 찍어보지 않은 야당에 표 한 번 주기', '일만 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 가기' 등 목록을 작성하며 그는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그렇게 '엔딩노트'가 채워질수록 가족과의 긴 이별 시간은 점점 가까워진다


▲ 말기암 판정을 받고 나서도 해변가에서 손녀들과 머슴놀이 실컷 해주는 주인공 스나다 도모아키.


▲ 하느님을 믿기 위해 사제를 찾아가 세례를 받고 싶다고 고백하는 스나다 도모아키(왼쪽).


▲ 임종 직전, 주인공 스나다 도모아키는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 막내딸에게 세례받는 주인공.


죽음 준비는 내 일상의 일부


 영화의 첫 장면은 카메라 파인더를 서서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며 촬영하는 패닝(panning)기법으로 막을 올린다. 청명한 하늘에 정갈히 건축된 높은 빌딩을 낮은 데서 올려다보며 찍다가 장례식장인 성당으로 화면을 옮겨가며 오버랩(Overlap)한다.

 그는 죽어서도 문상객을 자상히 챙긴다. "바쁘신 와중에도 저를 위해 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마실 건 충분한가요? 부족한 건 뭐든 말씀하세요.… 덕분에 이날을 맞을 수 있게 됐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부를 나와 민간 화학제조사 영업부에서 40년간 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해온 그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마지막 프로젝트"라며 엔딩노트를 만든다.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무엇이든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는 꼼꼼한 그였기에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잘 죽을 수 있을까, 사람은 왜 죽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고 죽음을 적극적으로, 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하나하나 준비해 나간다. 장례식장도 자신이 직접 답사해 빈틈없이 준비한 그는 94세 어머니께 알려드린다. "장례식은 조용하고 간단히 할 거예요. 노래도 부를 거예요. 지인들만 모시고, 부의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밝은 성격과 심각한 일일수록 유머를 잊지 않았던 그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몸은 야위지만 부정하려고도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지도 않으며 분노하지도 않고 오히려 유쾌하게 죽음을 맞는다.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들을 미리 컴퓨터에 정리해 두고 혹시나 해서 여벌받기까지 해 둔 명단을 아들에게 넘겨주며 말한다. "장례식에서 주빈(Main guest)은 나니까." "…장례식 도중에 잘 모르겠으면 나한테 전화해"하며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올해를 넘길지 모르니 연하장하고 부고장을 같이 보내겠다며 친구에게 전화한다. 


 잊고 있던 중요한 것들을 회복하기


 자신의 부주의로 태어난 막내딸! 그러나 문제인 이 딸을 통해 그동안 무심했던 하느님과의 관계를 시작한다. 그래서 그는 직접 사제를 찾아가 말한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을 찾다 보니 이렇게 의지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여기서 편안히 보내주신다면…." 그러고나서 사제가 권하는 기도문을 매일 정성들여 바친다.

 "제가 세상을 뜰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가장 걸리는 건 가족이죠!" 그는 소홀했던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힘들지만 마지막 가족여행을 떠난다. 그동안 멀리서 홀로 살았던 어머니와 함께 여행하며 많은 대화를 나눈다. 대화 중에 가장 중요했던 건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것. 그리고 불교 신도인 그가 세례를 받기로 한 사실과 성당에서 장례식을 할 것이라는 소식 등이다. 바쁜 직장생활로 평소 소원했던 아내에게도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내 준코는 "같이 가고 싶어.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줄 너무 늦게 알았어. 더 많이 사랑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하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부인에게 "같이 살아줘 고맙다"고 자신의 노트에 기록한다.

 가족들 역시 끝까지 온 힘을 다하는 그가 흔들리지 않고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내도록 최선을 다한다. 모두 그의 둘레에 모여 행복한 옛 추억을 담은 비디오를 보며 아름다운 삶의 기억을 되살린다. 아버지 주위에 모인 가족들! 손녀들은 "할아버지 덕분에 많이 웃었어요.… 하늘나라에 가시게 됐지만 할아버지랑 굉장히 즐거웠어요.…"하며 할아버지가 아름다운 죽음을 맞도록 돕는다. 그는 어머니께도 작별 인사를 한다. "오랫동안 고마웠어요.… 어머니보다 먼저 가서 죄송해요.…" 가족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쁨을 느낀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관계가 있는 한 죽음은 끝이 아니다. 

 평소 스쳐 지나치던 일이지만 죽음 앞에서는 매시간이 소중하며 은총이었다. 방학 중 미국에서 찾아온 손녀들 앞에서 암에 걸렸다고 누워만 있을 순 없다며 손녀들 머슴노릇으로 재미있게 최선을 다해 놀아준다. 임종을 앞둔 그을 위해 미국에서 자신을 보러 찾아온 손녀들에게 애정을 표시하며 연신 "고맙다…. 감격스럽다! 할아버지 감격!! 만나서 감격!!"하며 두 손을 들어 올려 기쁨을 표현한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한 삶이었기에 모든 것이 감사로울 뿐이어서 그는 끊임없이 그와 관계한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는 죽기 하루 전 세례를 받는다. 그가 상상했던 장엄한 성당도, 오르간 음악도 없는 병실에서 막내딸에게 세례(대세)를 받는다. 온 가족이 모인 병실! 부인과 세 자녀, 큰 아들의 세 아이까지! 창가에 비치는 햇살 속에서 죽음에 대한 어린 손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웃고 있으니까 여기가 천국 같다. 정말 그러네"하고 말한다.

 이어 그는 편안하게 죽음의 문을 넘어 영원한 나라로 간다. 죽음은 축복이자 은총이다.

 그리고서 어둑어둑해지는 도시 하늘에 한 마리 새가 하늘로 훨훨 날아 사라진다. 장례차가 가족 곁을 지날 때 그는 손녀들에게 말한다. "할아버지 앞에 너희들이 나타나줘 정말 행복하단다. 하늘의 별이 돼 너희들 크는 걸 지켜볼게…."

 

영화에 대해서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노트'는 감독이자 주인공 막내딸인 스나다 마미 감독이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직접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를 공부한 그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밑에서 배운 이후 데뷔작에서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 준비, 임종을 그렸다. '엔딩노트'는 최대한 인물에 가깝게 다가가면서도 거리를 두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모습을 습관처럼 계속 카메라에 담아온 스나다 마미 감독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 계획은 없었지만 촬영 과정에서 아버지가 죽음을 맞던 모습과 죽음을 함께 마주하는 가족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고자 영화화를 했다고 밝힌다. 죽음은 관계의 회복이자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며, 하느님께 가는 아름다운 길임을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그룹대화  

 1. 인생을 마무리하는 주인공 죽음에 대해 느끼는 바는 무엇인가?

 2. 주인공의 마지막 프로젝트, 엔딩노트는 무엇인가?

 3. 나의 엔딩노트에 첫 번째는 무엇인가?


 성경구절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끝이 좋고 죽음의 날에 복을 받으리라"(집회 1,13).




이복순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

평화신문 [가톨릭 문화산책]<38>: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80592&path=2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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