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500년 전 루터를 보다

2017. 09. 01 조선일보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루터·교황 발언 주제별로 엮은 '루터, 프란치스코 교황… ' 출간


"'교황청병(病)'이 문제다. 교황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걸릴 수 있는 질병이다. '영적(靈的) 알츠하이머' '경쟁과 허영심' '실존적 정신분열증'…."

2017년은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성(城)교회 문에 95개조 논제를 붙이며 종교개혁의 불을 붙인 지 500주년이 되는 해. 교황청을 공박하는 위의 문장은 얼핏 루터가 남긴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언의 주인공은 의외의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마르틴루터(왼쪽), 프란치스코교황. /위키피디아·AP 뉴시스

최근 번역된 '루터,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다'(바오로딸)는 루터와 교황의 발언을 주제별로 나란히 배치한 책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천주교계 출판사에서 기획해 엮어 펴냈다. '교회' '대사부(大赦符·면벌부)' '의화(義化·칭의)' 등 주제별로 정리한 책을 읽으면 루터와 천주교가 '원수'가 아니라는 점, 문제의식은 매우 근접해 있다는 점 등에 놀라게 된다. 500년의 시차(時差)가 무색할 정도다.

가령 루터가 비판한 고위 성직자의 문제에 대해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내부 비판이 더 매섭게 느껴질 정도다. 루터가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찾는 삯꾼이다. 양들에게서 명예, 금 또는 이익을 찾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양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비판했다면, 교황은 "주교와 사제들이 돈의 유혹과 출세주의의 화려함에 빠진다면 자기 양들을 잡아먹는 늑대로 변할 것"이라고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목받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역으로 루터 역시 가톨릭의 몰락보다는 개선을 원했다는 점을 상기하게 된다.

물론 차이는 있다. 루터가 사제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만인제사장'을 주장했다면 교황은 "평신도들의 '보편 사제직'과 사제들의 '직무 사제직'을 분명히 구별하면서도 평신도들의 임무를 지지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대사부(면벌부)'의 경우도 교황은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죄의 흔적까지 깨끗이 씻어내는 대사(大赦)'의 능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책을 엮은 이는 이탈리아 작가인 루카 프리파(53). 그는 "두 사람에게 분명히 보이는 아름다운 공통 요소는 바로 사목적 열정"이라고 적었다. '다름'보다는 '같음'에 주목했고, 실제로 그런 점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1/2017090100158.html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루카 크리파 엮음 | 고준석 옮김 | 150*210 | 320| 16,000

ISBN 9788933112847 03230 | 2017. 8. 30. 발행 



500년 동안 기다려 온 대화


15171031, 독일 아우구스티노수도회의 수사신부요 비텐베르크대학에서 성서학을 가르치던 신학박사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가톨릭교회 대사의 오용과 남용을 강하게 성토한 95개조 논제를 내건다.

논제의 목적은 사목자와 학자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 하지만 루터가 기대한 대로 전개되지는 않았다. 단순한 종교개혁을 기대했던 이 사건은 정치, 사회, 종교적으로 뒤흔들었고, 이로써 16세기 유럽은 종교개혁의 거센 바람에 휩싸이고 폭력과 분열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만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재난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곧 예수의 제자로서 우리를 일치시키는 것으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하고 그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서로 다름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인류의 선과 모든 이를 향한 복음의 진리에 대해 같은 열정을 나눔으로써 가능하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루터의 만남을 통해 서로 다름이 아니라 일치를 위한 공동의 유산을 찾기 위하여 이 책을 출간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들에게 마르틴 루터의 개혁 정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글을 소개하면서, 끊임없이 개혁하는 교회의 정신을 되새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의 원제는 Dialogo sulla fede: Un colloquio atteso da cinquecento anni . 제목에 나오듯이 이 책은 대화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르틴 루터의 대화다.

500년이라는 역사적 시간의 간극을 넘어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사람의 만남을 엮은이 루카 크리파는 그들의 문헌을 통하여 성사시켰다. 500년 전 종교개혁가의 생각과 오늘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을 서로 비교하면서 살펴보고자 했다.

교황의 문헌과 루터의 문헌 중에 몇 가지를 선택하여 함께 놓고 보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점을 찾아내어 논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기초한 공통 정신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루카 크리파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차이를 확인하기보다는 같음을 드러내고자 루터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글을 나란히 편집했다. 서로 다름이 아니라 일치를 위한 공동의 유산을 찾으려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본뜻이다.

그리스도교가 갈라선 명분이 되었던 신앙, 의화, 성사 그리고 교회의 부패 등을 주제로 먼 저 루터의 이야기를 듣고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꾸몄다.

루터의 문장(紋章)으로 널리 알려진 장미 이야기부터 성모님에게 바치는 기도에 이르기까지 일치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시공간적 간격에도 불구하고 같은 것을 추구하고, 믿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놀랍고 신선하다. 마치 500년 동안 기다려 온 두 사람의 대담을 보는 듯 현장감이 느껴진다.

마지막 부분에 개혁교회 세계일치 친교 대표단에게 보낸 프란치스코 교황의 담화문을 넣은것은 교회일치를 위한 엮은이의 강한 의지를 엿보게 한다.

지난 1999, 개혁교회 세계일치와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는 의화에 관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2013년에는 공동 선언문 갈등에서 사귐으로From Conflict to Communio를 발표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난 500년 동안 분열된 모습을 보여 온 교회가 일치된 모습으로 나아가려는 다각적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각각의 문헌들을 읽는 독자는 어떤 것이 가톨릭과 루터 사이의 공동의 유산인지, 그리고 어떤 것이 아직 서로를 분리시키는 문제인지 살펴보게 된다. 진정 구원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비록 루터와 교황 사이에 시간적 거리가 있지만,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인간을 사랑하고 교회를 아끼는 사목적 열정이다.

갈라진 그리스도교계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길을 찾고 있는 분들이나, 개신교에 대한 편견과 상처를 안고 있는 분, 천주교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서 함께 걸어갑시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보다 일치시키는 것이 더 많습니다.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이 세상을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함께 실천합시다.”

_프란치스코 교황, 101일 동방정교회 국가 조지아 방문 연설

▶도서 보러가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