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티아노 보르토네|주연 루카 카프리오티, 프란체스코 캄포바소
드라마, 가족|이탈리아|2009년 개봉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 책을 읽으라는 아빠에게 텔레비전을 사달라고 조르는 미르코는 영화를 사랑하는 8살짜리 소년이다. 어느 날 집에 있던 장총을 잘못 건드려 눈에 큰 상처를 입은 미르코는 자기를 흠뻑 사랑해주는 부모 곁을 떠나 맹아학교로 보내진다. 갑자기 엄격한 규칙과 낯선 친구들 속에 던져진 미르코는 희뿌옇게나마 보이던 시력도 완전히 잃고 마음마저 어둠 속에 갇혀버리는데, 선천적으로 앞을 볼 수 없는 친구 하나가 그에게 다가온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나무와 바람과 하늘이 어떤 것인지 묻는 친구에게 기억 속의 풍경들을 하나씩 꺼내어 그 친구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말해주던 미르코는 우연히 발견한 녹음기를 통해 계절과 풍경을 소리로 표현하는 법을 알아낸다.


 
미르코가 창조한 소리의 세계에서 샤워기의 물은 마른 땅을 적시는 빗물이 되고 입술로 부는 바람은 꿀벌의 아름다운 날개 짓으로 변하며 제철소 용광로의 무시무시한 굉음은 포악한 용이 뿜어내는 거대한 불이 된다. 자기를 따돌리던 친구들까지도 합심하여 만든 이 모험이야기는 그자체로 기적 같은 드라마로 탄생하고, 마침내 학부모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공연하게 된다.

이제껏 정상인을 흉내 내는 것만 보았던 부모들은 이제 눈을 가리고,
이 아이들만의 독특한 언어로 들려주는 연극을 보면서 비로소 아이들이 느끼고 희망하는 세계에 함께 어울리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 공연은 이탈리아가 맹아들에 대한 법을 바꾸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이렇듯 새로운 빛의 세계로 나올 수 있었던 것에 담임 신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미르코가 절망 속에 빠져 있을 때 시각 외의 다른 감각들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내면의 어둠을 벗어나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준다. 유일하게 몸과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려있던 그는 그 양쪽 눈을 다 감아버린 교장의 태도와 대비된다.

후천적 시각장애인 교장은 자기가 볼 수 있었던 과거에 얽매여서 평생 장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아이들의 직업을 단순한 기능공으로만 국한시켰지만, 아이들의 어둠까지 볼 줄 알았던 신부는 그들의 미래에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되찾아준 것이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음향감독인 미르코 멘카치의 실화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한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극본을 완성시킨 것이다. 그래서인지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의 기억과 상상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천국의 속삭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예수님은 스스로 의롭다고 자처하는 바리사이들에게 “너희가 눈먼 사람이었으면 오히려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너희가 ‘우리는 잘 본다.’ 하고 있으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요한 9, 41)라고 꾸짖으셨다. 나 또한 교만과 무지의 어둠에 갇혀 진정으로 주님께서 보여주시려고 하는 것을 못 본체 ‘나는 잘 본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

그리고 새해에는 그동안 내가 보아온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나와 다른 눈을 가진 사람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공유하고 예수님이 가져다주신 참된 빛으로 하루하루를 새롭게 밝힐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야곱의 우물> 2011년 1월호 게재
김경희 노엘라 수녀

*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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