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예시카 하우스너|주연 실비 테스튀, 레아 세이두|드라마|오스트리아|2011


프랑스 남쪽에 위치한 루르드는 해마다 600만 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찾는 세계 최대의 성모발현 성지다. 치유기적이 많이 일어나기로도 유명한 이곳에는 지금까지도 완치된 사람들이 두고 간 목발과 휠체어가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영화 <루르드>는 바로 이 기적의 장소를 찾아온 한 여성의 순례길을 따라가면서 기적과 신앙의 문제를 탐구한다. 단순하고 절제된 미장센과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화면, 대사로 전달되는 메시지보다 넓은 행간에서 관객 스스로가 생각하고 찾아내야 할 것이 더 많은 이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하느님과 기적에 대한 의문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전신마비로 휠체어에 앉은 채 식사부터 잠자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른 사람 손에 맡겨야 하는 미혼 여성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더 큰 기적이 필요할 것 같은 크리스틴의 모습에서는 어떤 희망이나 절실한 믿음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의 비극을 하느님 탓으로 돌리며 우울하게 살아온 그녀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태도로 순례코스를 돌면서 열심히 기도하기보다는 남자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누군가 자기를 불러낸 듯 혼자서 몸을 일으켜 걷게 된 크리스틴, 그녀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기적의 주인공이 되어 삶에 대한 활력을 되찾지만 함께 순례하던 사람들의 눈길은 오히려 의심과 질투로 얼룩진다.

바로 여기서 크리스틴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의 관점을 통해 참된 신앙과 기적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하느님이 전지전능하고 선하시다면 모든 이를 낫게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어떤 사람의 병은 고쳐주시고 어떤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두시는 건가’,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었을 만한 이런 질문에 대해 순례단 신부의 대답은 곱씹어볼만하다. 기적은 외적인 치유만이 아니라 내적인 변화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절망에 빠진 사람이 불현듯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도 기적이고, 외적인 치유를 받았다 해도 그것을 통해 영혼까지 변화되지 않는다면 은총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내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잘 정돈된 식당의 식탁 위로 같은 음식이 놓이고 ‘아베 마리아’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 사람 한 사람씩 등장하는 첫 장면이다. 다양한 기대와 희망 속에서 서로 다른 상처와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한 식탁에 모여 앉는 이 장면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초대받은 우리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식탁에 앉아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처럼 매일 주어지는 일상 안에서 축복을 발견하고 감사할 때 그것이 행복이고 기적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자기 힘으로 계속 서 있으려고 하다가 넘어진 크리스틴이 다시 평온하게 휠체어에 앉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따르기 위해 기도하면서도 내가 바라는 표징을 요구하고, 나에게 주어진 은총은 외면한 채 남이 받은 것만 보고 부러워하면서 하느님의 능력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영화는 나에게 묻는다. 그리고 우리 이성으로는 절대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에 더욱 온전하게 내맡겨질 것을 가르쳐준다.

- 바오로딸 <야곱의 우물> 2011년 5월호
김 노엘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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