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태 지음, 『세 신학생 이야기, 바오로딸, 2012


해마다 9월이 되면 우리 공동체는 가까운 성지를 방문하곤 한다. 성지 방문이 때로 무덤덤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여름 내내 흐트러진 삶을 추스르게 하고 한줄기 빛을 받는 정화의 때가 된다. 그러면서 순교자 성월을 정해준 교회에 감사드리게 된다. 전례력을 따라 살아가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최초의 신학생인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 세 청소년이 천주교 사제가 되기로 한 배경, 유학길에서의 두려움과 고난의 여정을 사실에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이다. 산속에서 박해를 피해 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부르심은 있었다. 세 신학생 모두 각기 다른 상황과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부르심에 응답한다.

서울에 모여 신학교에 가기 위해 미리 교리 공부와 언어 공부를 한다. 먼저 온 양업과 방제 그리고 나중에 합류하게 된 대건. 이 세 사람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큰 공감을 주었다. 남보다 잘하고 싶은 경쟁심리, 대접받고 싶은 마음 등.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목표를 향해 하나가 되는 과정은 감동적일 뿐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딘지를 일깨워 준다.

그들은 박해의 손길을 피해 생각보다 일찍 마카오로 유학을 가게 된다. 낯선 환경에서 오는 어려움, 그 가운데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을 저자는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 담담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그들과 더 일치하게 하고 아픔을 느끼게 한다.

숱한 어려움 중에서도 서로 힘이 되어주며 사제 성소를 열심히 키워가던 중 동료 방제에게 죽음이 닥쳐왔고, 이는 독자에게 더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두 신학생에게는 절망을 주었다. 그러나 김대건, 최양업은 그 절망을 뛰어넘어 사제가 되었고 박해받던 한국 교회에 큰 희망을 안겨 주었다. 최방제의 죽음이 두 신학생에게는 커다란 거름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어렵게 사제가 되었음에도 1년 만에 순교하신 김대건 신부님이 계셨기에, 또 두 친구를 먼저 보내고도 전국을 횡단하며 온몸으로 사목하신 최양업 신부님이 계셨기에 한국 교회는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세 신학생의 삶이 마음을 울리는 것은 인간적인 그 모든 약함과 어려움에도 끝까지 주님의 길을 따랐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 신학생이 거쳐 간 성지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이 흘린 눈물과 기도, 고뇌가 더욱 생생히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천국에서 우리를 지켜볼 그분들에게 신앙의 은총을 전구해 보자. 그들의 열렬한 신앙의 불이 우리 안에서도 타오르기를 기도한다.


- 황현아 클라우디아 수녀

* 마산 주보 문화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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