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1 [소설] 세 신학생 이야기 - 김문태 김문태 지음 | 140*200 | 276쪽 | 바오로딸 그해 3월 25일, 나는 수녀원에 입회했다. 마냥 좋았다. 함께 웃고 떠들 때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른다. 우리만 기쁘게 살아도 되나 할 때도 있을 만큼 좋았다. 어느 날 아침, 창밖에 비가 내렸다. 빗방울은 흙냄새에 섞여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내 마음이 나한테 뭔가 얘기를 하는데, 알듯 모를 듯 묘한 기분이었다. 나는 하느님이 좋아서 이 삶을 선택했을 뿐인데, 현실은 나와 하느님만 사는 게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난 자매들과 한 공동체를 이루고 낯선 수녀님들과 함께 지내야 했다. 우리는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말하는 투도 배려하는 방법도 서로 너무 달랐다.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의 맨살을 드러내고 자매.. 2013. 7.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