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사랑의 ‘비스코티’(천향길 수녀, 성바오로딸 수녀회)



2018.12.25 발행 [1495호] 가톨릭 평화신문


내일 밤이면 아기 예수님이 오십니다. 마중 나갈 채비는 다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면서 바쁘고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한 해 중 대림시기가 가장 바쁜 것 같습니다. 인터넷 서점 사도직 특성상 삶에서 오는 피곤함을 기꺼이 봉헌하고 저의 부족함을 보속의 정신과 기도로 채우며 기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성탄 축제를 준비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으리라 생각됩니다.

인터넷 서점이 시작된 지 벌써 스무 해가 지났습니다. 이를 먼저 기억하고 챙겨주신 분은 원장 수녀님과 주방 수녀님이셨습니다. 주방 수녀님이 처음 인터넷 서점을 시작하셨거든요. 올해 성탄 이벤트는 이탈리아 쿠키인 ‘비스코티(biscotti)’입니다. 선교사로 러시아와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원장 수녀님이 어느 해 처음 만들어 주셨는데 바삭바삭한 식감이 참 좋았습니다. 비스코티는 다른 쿠키와 달리 오븐에 두 번 굽습니다.

원장 수녀님은 인터넷 서점 회원을 위해서도 꼭 한 번 쿠키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주방 소임을 해 봤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본원의 바쁜 살림과 대식구를 위해 매 끼니를 준비하는 것도 어려운데 덤으로 쿠키를 굽다니요.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기꺼이 반죽을 준비해 주신 수녀님과 함께 쿠키를 구워주신 수녀님들, 또 예쁘게 포장해 주신 수녀님도 고마웠습니다.

저는 아기 예수님께 드릴 구유 예물로 감사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우리가 일치를 이루며 기쁘게 살 수 있었던 것과 피곤을 봉헌하며 이웃에게 기쁨을 줄 수 있었던 것을…. 때로는 공동체 생활 자체가 힘겹고 십자가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함께하기에 힘든 일도 쉽게 넘을 수 있고 웃을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 마음자리에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시리라 믿습니다.

성탄의 가장 큰 신비는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손으로 만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주님이 계신다고 성경은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감사송은 이렇게 초대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저희가 깨어 기도하고 기쁘게 찬미의 노래를 부르면서 성탄 축제를 준비하고 기다리게 하셨다”고요.

큰 빛이 오십니다. 주님은 어두운 세상에 하늘을 열고 오십니다. 그분은 선물처럼 우리 기다림을 채워주셨습니다. 안드레아 슈바르츠는 「성탄이 왔다!」에서 신비이신 하느님께 시간과 공간을 내어드리자고 초대합니다. 이 신비를 내 삶 속으로 모셔올 때 비로소 성탄을 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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