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바오로딸수도회 수원 분원 ‘가톨릭 명작 읽기’ 프로그램

가을, 영적 독서로 신자들 마음 물들이다

총 8회 과정으로 모임 진행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서로의 생각과 느낌 나누며 함께 듣고 읽는 독서 통해 성숙한 신앙생활 이끌어

 

가톨릭신문 2019-10-27 [제3167호, 6면]

유신독재 체제하에서 정권의 비인간적 행태를 고발하며 인권 운동에 온 삶을 내던졌던 메리놀외방전교회 故 제임스 시노트 신부는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를 읽고 주인공 치점 신부 모습에 감화돼 사제의 길을 택했다. 이처럼 한 권의 명작(名作)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10월 17일 가톨릭 명작 읽기 목요반 참여자들이 모임 후 함께 읽고 나눈 칠층산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교구에 ‘명작 읽기’ 분위기가 일고 있다. 성바오로딸수도회 수원 분원(분원장 강묘순 수녀)이 마련하고 있는 ‘가톨릭 명작 읽기’(이하 명작 읽기)가 그것이다. ‘꼭 다시 읽고 싶은’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프로그램은 지난 9월 중순부터 분당 바오로딸서원과 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두 그룹으로 나눠 열리고 있다. 총 8회 과정으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각각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명작 읽기는 성바오로딸수도회에서 진행하는 ‘바오로딸 행복한 책 읽기’ 일환이다. 이는 수도회가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신앙 성장을 돕는 체계적인 영적 독서 프로그램’이다.

명작 읽기에서는 수도회가 2008년부터 기획한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가운데 도서를 선정해 함께 나누고 있다. 모임을 이끄는 이명옥 수녀는 “‘명작’을 지금 현재 시점에서 다시 읽고, 작품과 우리의 신앙생활을 관련지어 통찰하며 지혜를 새롭게 얻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천국의 열쇠」, 「묵주알」, 「칠층산」,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등 네 권이 선정됐다. 천국의 열쇠를 제외하고 모두 작가 자신의 경험이 기록된 책이다. 소설 형식이라 하더라도 천국의 열쇠는 의사이자 작가였던 저자 크로닌의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생각이 등장인물에 투영됐다. 작중 인물의 주관적 경험이면서도 작가 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 면에서 정선된 책들은 ‘작가의 신앙을 맛볼 수 있다’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일주일에 한 번 여는 모임이기에 분량이 많은 책은 두 주에 걸쳐 읽고 있다. 책을 읽을 때는 ‘밑줄 긋기’가 권장된다. 인상적인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간단하게 기록하는 방법이다. 이를 토대로 모임에 나와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는다. 이때 책을 읽으며 특별했던 부분을 페이지를 밝히며 나누고, 혹은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되는 부분은 ‘돌려 읽기’도 한다. 이 방법은 눈으로 하는 독서뿐만 아니라 귀로 듣는 ‘듣기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이 수녀는 “참석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로 듣는 텍스트의 매력에 가끔은 깊게 감동하는 경험도 하게 된다”고 들려줬다.

명작 읽기 모임의 주안점은 참가자들이 ‘자신’ 안에서 작품 속 경험과 개인적 체험이 공유되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를 말과 글로 표현하며 더 깊은 ‘자기 이해’와 ‘하느님 앎’, 또 ‘인간 이해’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분량을 읽거나 완독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읽는 시간만이라도 내면에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 살아온 시간 안에 남겨진 하느님 흔적을 깨닫는 독서가 강조된다. 자신에게 섬세하게 집중하며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경청하기 위해서다.

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목요반에 참여 중인 손유미(율리안나·제1대리구 권선동본당)씨는 “함께 듣고 읽으며 성취감을 느끼는 자리이기도 하고, 듣는 독서와 말하는 독서로 서로의 체험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책 읽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작 읽기 모임이 지향하는 것은 참석자들의 신심 생활 중에 ‘영적 독서’가 자리 잡는 것이다. 이 수녀는 “단순히 신심 서적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뜻이 아니라, 꾸준한 영적 독서를 통해 작품 속 저자의 경험과 자신의 경험을 연결 지어보는 과정에서 신앙적 성숙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명작을 읽고 사색하고 이야기 나누고 깨달은 것을 삶에서 실천하는 선순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명작 읽기 모임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주보와 수도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모임 안내가 공지될 예정이다.

※문의 010-2738-1999 이명옥 수녀


■ 성바오로딸수도회가 권하는 가톨릭 명작들

◆「천국의 열쇠」
(A. J. 크로닌 지음/이승우 옮김/652쪽)

성공을 추구하기보다 참다운 인간애와 종교에 대한 보편적 시각으로 섬김의 삶을 살아간 치점 신부를 그린 작품. 불우한 소년기를 보내고 사제의 길을 택하기까지의 과정과 중국 벽지의 선교사로 건너가 자신의 삶을 바치는 모습이 감동적이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월터 J.취제크 지음/최진영 옮김/652쪽)

예수회 소속 월터 J. 취제크 신부는 사제서품 후 러시아 선교를 위해 폴란드에 갔다가 위장 이주노동자로 러시아 잠입에 성공하나 비밀경찰에 체포된다. 이후 5년의 장기 취조를 받고 강제 노동에 동원된다. 23년 동안 혹독한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신앙을 잃지 않고 러시아인들에게 신앙의 빛을 비추었던 취제크 신부의 이야기다.

◆「칠층산」
(토마스 머튼 지음/정진석 옮김/856쪽)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의 20세기판이라 일컬어진다. 인생에서 절대적 진리를 찾는 인간의 깊은 갈구와 그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가 잘 드러난다. 토마스 머튼 수사가 트라피스트 수도회 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기술하고 분석한 자서전이다.

◆「영원한 것을」
(나가이 다카시 지음/이승우 옮김/ 328쪽)

2차 세계대전 때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아내를 잃은 나가이 다카시 박사가 폐허가 된 시대적 상황에서 좌절과 고통, 기쁨과 참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소설 형식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 기사 원문보기

 

성바오로딸수도회 수원 분원 ‘가톨릭 명작 읽기’ 프로그램

유신독재 체제하에서 정권의 비인간적 행태를 고발하며 인권 운동에 온 삶을 내던졌던 메리놀외방전교회 故 제임스 시노트 신부는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

www.catholictimes.org

가톨릭 신문 2019-10-06 [제3164호, 13면]

잠자는 성 요셉상.

 

“요셉 성인은 잠을 자면서도 우리 교회를 챙기고 계십니다. 정말입니다!”

2016년 필리핀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 중 자신이 평안히 잠드는 비결을 소개했다. 그 비결이란 바로 ‘잠자는 성 요셉상’이었다. 교황은 “걱정거리나 어려움이 생기면 요셉 성인에게 쪽지를 써서 잠자는 성 요셉상 밑에 넣는다”며 “성 요셉상에는 쪽지더미가 쌓였지만, 성 요셉이 꿈을 꾸고 해결해 주신다”고 덧붙였다. 이후 필리핀에 잠자는 성 요셉상 신심이 널리 퍼지게 됐다.

잠자는 성 요셉상 신심은 요셉 성인이 잠을 자면서 하느님의 뜻을 듣고 자신에게 닥친 갈등과 고민, 위험의 상황을 해결했던 것에서, 우리의 고민과 걱정을 요셉 성인의 전구를 통해 하느님께 맡긴다는 믿음에서 비롯한다.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했을 때 갈등하던 요셉은 꿈에서 주님의 천사를 만나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이고, 아기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라”는 명령을 들었다.(마태 1,20) 또 헤로데가 아기들을 학살하는 위험이 닥치기 전에 요셉 성인의 꿈에 다시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이집트로 피신하고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고 말했다.(마태 2,13) 위험이 사라지자 다시 이스라엘로 가라는 것 역시 꿈을 통해 전했다.(마태 2,19) 깨어난 요셉 성인은 곧바로 천사가 전한 하느님의 뜻에 순명했다.

잠자는 성 요셉상 신심이 우리나라에도 보급되길 바란 예수회 한국관구장 정제천 신부의 제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바오로딸수도회가 잠자는 성 요셉상을 판매하고 있다. 바오로딸수도회가 판매하는 잠자는 성 요셉상은 김유리(율리아·전례미술연구소 소장) 작가를 통해 제작,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모습으로 재해석됐다. 성상은 작은 것은 가로 12㎝, 높이 4.5㎝며, 큰 것은 가로 21㎝, 높이 7.5㎝ 두 종류다. 사무용 볼펜을 기준으로 3~4㎝ 가량 작거나 큰 사이즈다. 색상은 청색과 미색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성상의 제작과 보급을 제안한 정제천 신부는 “잠자는 성 요셉상 신심은 신자들에겐 내게 벅찬 일을 그분께 맡겨드리는 좋은 훈련이 될 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을 요셉 성인과 하느님께 맡기고 평온하게 잘 주무시기를 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 기사 원문 보기

 

‘잠자는 성 요셉상’ 신심

“요셉 성인은 잠을 자면서도 우리 교회를 챙기고 계십니다. 정말입니다!”2016년 필리핀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 중 자신이 평안히 잠드는 비결을 소...

www.catholictimes.org

 

「어린이 축복 성경」 펴낸 동화작가 임지윤씨

“아이들이 성경에 흥미 느끼게 돕는 징검다리”

성경 주요 일화 71가지 뽑아 어린이 눈높이 맞춰 재구성

글과 그림 직접 작업하면서 작가 생각 최대한 배제하고 성경 표현 그대로 살리려 노력

가톨릭 신문 2019-06-16 [제3149호, 13면]

어린이가 성경에 흥미를 느낀다면 그 자체로도 축복이 아닐까. 어린이들에게 이런 축복을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동화작가 임지윤(아녜스)씨는 「어린이 축복 성경」을 출간했다.

“어린이들이 성경이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어요. 이 책이 어린이들이 성경을 읽는 징검다리가 됐으면 해요.”

「어린이 축복 성경」은 주요한 성경의 일화 71가지를 뽑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했다. 창세기에서부터 에스테르기, 다니엘서 등 구약성경의 이야기와 복음서와 사도행전, 코린토1서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린이들이 성경이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고 말하는 임지윤씨.

“책을 준비하면서 흔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모습과 실제로 성경이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가능한 한 성경이 표현하고 있는 모습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200쪽 전체가 컬러로 인쇄된 책은 모든 페이지가 임씨가 그린 그림으로 채워졌다. 책장을 넘기며 그림만 봐도 성경 한 권을 모두 읽는 느낌이다.

동화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으로 제1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수상했던 임씨는 어린이들이 그림만 봐도 성경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화작가로서의 온 역량을 쏟았다. 임씨는 이번 책을 위해 그 시대의 의복과 건물, 음식 등을 조사했고, 성경의 표현을 그대로 그림으로 살리기 위해 고민했다. 그림 자체에도 정성을 들여, 색연필로 작업한 그림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수 백 장을 겹쳐서 한 장의 작품을 만들었다.

정성이 들어간 것은 그림만이 아니다. 긴 내용을 짧게 줄이면서 작가 개인의 생각이 개입되지 않도록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수녀들과 수없이 회의하며 1년에 걸쳐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임씨는 “개신교 등의 어린이 성경은 작가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는데, 이 책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걸 주기보다 아이들이 성경 그대로를 느끼게 해주려고 고민했다”며 “단어 하나하나, 조사 하나하나까지 신경썼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번 책에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축복을 담아 성경을, 신앙을 선물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서울대교구 초등부에서 교리 교재를 만들기 위해 그림봉사를 했고, 가톨릭출판사의 잡지 「소년」에도 전례에 관한 그림을 그렸다. 또 어린이들을 더 이해하고 싶은 갈망으로 본당에서 주일학교 교리교사도 맡아 어린이들과 만났다. 그러면서 “어린이에게 신앙을 전해주고 싶은 부모님들의 간절함을 참 많이 느꼈다”면서 “책이 그런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정말 기도를 많이 했어요. 제 힘으로 완성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성당에 왜 가야하는지 모르는 어린이들이 성경을 가까이하고, 성경을 통해 하느님이 따듯하고 좋으신 분임을, 돌아보면 항상 손닿는 곳에 계신 분이라는 걸 알게 되길 바랍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 기사 보러가기

 

「어린이 축복 성경」 펴낸 동화작가 임지윤씨

어린이가 성경에 흥미를 느낀다면 그 자체로도 축복이 아닐까. 어린이들에게 이런 축복을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동화작가 임지윤(아녜스)씨는 「어린이 ...

www.catholictimes.org

[신앙단상]성탄을 기다리며(천향길 수녀, 성바오로딸 수녀회)

2018.12.02 발행 [1492호] 가톨릭 평화신문


기다림은 희망입니다. 그리움 또는 설렘입니다. 성탄을 생각하면 어릴 적부터 그랬습니다. 공소가 있는 시골 마을에서도 대림절이면 동네 아이들이 모여 성극을 준비하고 성탄의 기쁨을 나누곤 했습니다. 먼 기억 속의 성극을 소환한 건 순전히 외가 방계 형제들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6년 전부터 11월 마지막 토요일이면 형제 모임이 있습니다. 첫 모임이 이태원에서 있었는데, 저는 연락도 없이 수녀원에 들어온 지 스무 해가 넘어 처음 보는 자리라 서먹서먹했습니다. 다들 저보다 머리도 희끗희끗하고, 오랜만이라 선뜻 말을 놓기도 어려웠습니다. 어색함을 떨치고자 초등학교 때 본 성극 중에 대사로 부른 노래가 아직 생각난다고 했더니 갑자기 어수선해졌습니다.

“그때 내가 솔로몬 역할을 했었는데”, “난 아기”, “난 가짜 엄마”, “난 진짜 엄마”, “어,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나도 나도!!” 여기저기서 말문을 열더니 순식간에 분위기가 환해졌습니다. “하느님보다 엄마가 더 무섭다”는 동생이 있는가 하면 “신앙의 자유를 갖고 싶다”는 동생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순식간에 세월을 뛰어넘어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겐 공통의 기억이 있었습니다. 거기 모인 형제 중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고요. 명절에 자식들이 다니러 가면 성체를 영하는지 영하지 않는지 눈여겨보신다는 친척 어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1801년 이전부터 교우촌을 형성해 살아온 그곳은 현재 노인들만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공소 회장이라는 직분을 봉사했기에 길 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회장님” 하고 부르면 뒤를 돌아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는 넉넉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부유했고, 다들 신앙만큼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지키며 살아가는 걸 보면 역시 신앙은 최고의 유산인 것 같습니다. 냉담한 지 45년 만에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온 외숙부를 봐도 그렇고, 누가 하느님을 떠나 살더라도 언젠가는 아버지의 집으로 꼭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아직도 사순절이면 바쁜 농번기에도 불구하고 매일 저녁 교우들이 모여 성로신공(聖路神功, 십자가의 길)을 바친다는 말씀이 기억납니다.

방학이라 꾀를 부리고 싶어도 면제되지 않았던 기도생활, 새벽이면 조과를, 저녁이면 만과를 온 가족이 함께 바쳤던 시간이 향수로 남아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며 판공을 준비하고 공소에 모여 축제를 준비하던 그때의 설렘으로 돌아가 성탄을 기다리고 싶습니다. 

▶ 기사 보러가기

2006년부터 매년 구유 제작해온 성바오로딸수도회 이금희(레나타) 수녀


“올해엔 위기 겪는 가정 위한 기도를 담아 만들었어요”

크리스마스 트리와 성가정상 넣어
한 달 반 동안 300개 구유 제작
「성탄이 왔다!」 책과 함께 판매


2018. 12. 16 가톨릭 신문


이금희(레나타) 수녀가 만든 ‘성가정 축복 구유’.

“모든 가정이 우리에게 선물로 오실 아기 예수님의 성가정처럼 되도록 해주십시오.”

이금희 수녀(레나타·성바오로딸수도회·인터넷서점 담당)는 구유를 만들며 아기 예수에게 이렇게 축복을 청했다. 2006년부터 해마다 구유를 만들고 있는 그가 올해는 위기의 가정을 위한 ‘성가정 축복 구유 세트’를 만들었다. 그는 “위기를 겪는 가정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부부 문제로 시작해서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는 가정을 만나게 됩니다. 저희 가족들 중에도 위기의 순간을 여러 번 넘긴 경우도 있고, 가정이 흔들려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성가정 축복 구유’의 기틀이 되는 나무 작업 과정.

‘성가정 축복 구유’ 제작 모습.


이 수녀는 한동안 이러한 가정의 사연들에 너무 깊이 공감해 우울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다시 하느님 뜻에 귀 기울이며 기도로서 어둠 속에 있는 가정을 돕고 있다. 실제로 그의 기도 책 맨 앞장에는 구유를 구매하며 기도를 청한 이들의 이름이 메모지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구유 세트를 구매한 이들이 ‘바오로딸 수녀에게 기도 부탁하기’에 적은 부부들의 이름이다. 바오로딸 수녀들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정을 위해 12월 22일부터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인 30일까지 9일 기도를 봉헌하기로 했다.

그는 “성탄의 빛이 위기를 겪고 있는 한 가정에라도 밝혀지길 바란다”며 “아픔을 겪는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예수님이 오신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가정 축복 구유 세트는 책 「성탄이 왔다!」와 구유로 구성됐다. 「성탄이 왔다!」는 대림과 성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구유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성가정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트리에는 ‘이 가정을 축복 하소서’라는 문구가 장식돼 있다.

구유는 그가 성가정에 대해 묵상을 하며 직접 만든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그는 한 달 반에 걸쳐 구유 300개를 만들었다. 재료 구하기부터 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삶고, 말리는 것과 그 위에 트리와 성가정을 꾸미는 것, 사진촬영까지 모두 직접 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힘들 때마다 ‘위기를 겪는 가정들의 무게’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위한 희생으로 받아들였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처럼, 여러분들도 온 마음을 다해 행복한 가정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그게 우리 모두를 밝게 비추는 일이기도 하지요. 구유에 있는 이 세 분이 여러분의 가정을 축복 해주실 겁니다.”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원 성당에서 위기를 겪는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이금희 수녀.

지난 9월 떠난 성지순례에서 그는 방문하는 성지마다 위기를 겪고 있는 가정들을 위해 초를 봉헌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구유를 만든 저보다 세상에 구원을 가져 오시는 예수님과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부각시켜 달라”며 “저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기로 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어둠은 우리 삶에서 너무 중요합니다. 대림초 하나하나가 어둠을 밝히는 것처럼, 우리도 성탄절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도하겠습니다. 기도는 한 마음으로 연대할 때 힘이 생깁니다. 우리 함께 기도해요!”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 기사 보러가기 :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02278

10월 선정도서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9-21 [제2911호, 17면]


‘가톨릭독서문화운동-제2차 신심서적 33권읽기’ 도서선정위원회는 지난 9월 4일 모임을 갖고, 10월의 도서로 다음과 같이 세 권의 책을 선정했다.

선정된 책은 「기도하라 저항하라」,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차쿠의 아침」이다. 뜨거운 여름이 가고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에 접어들어 좋은 책에 더 깊은 사랑과 관심을 줄 때이다.

「기도하라 저항하라」는 예수의 제자들인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위해 불의에 저항할지를 고민하게 하고,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18명의 사제들이 그리움으로 고백하는 어머니들에 대한 사랑이다. 「차쿠의 아침」은 ‘증거자’로서 시복이 추진되고 있는 최양업 신부의 신앙과 삶을 그린 소설이다. 깊은 고민과 그리움, 그리고 신앙 선조에 대한 현양 등 10월의 선정도서들은 풍성한 영적 양식을 선사한다. 



기도하라 저항하라 / 헨리 나웬 지음 / 김정수 옮김 / 성바오로


오늘날 평화는 첨예한 관심사이자 가장 막중하고 힘든 과제이다. 저자는 평화를 거스르고 깨뜨리는 힘에 ‘저항’해 ‘기도’하면서 실천하는 신앙을 촉구한다. 

평화의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제자들, 우리 모두는 그분을 따라서 평화를 건설해야 할 소명을 지닌다. 그리고 평화를 위한 두 가지 방법은 바로 ‘기도’와 ‘저항’이라고 저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특별히 저자는 가난한 이들 가운데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한 참된 연대, 전쟁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자리에서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로서 연대를 실천해야 함을 강조한다.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 김수환 추기경 외 17명 / 생활성서


‘사제가 쓴 어머니 이야기’. 저자는 모두 18명의 사제들, 그들의 어머니들은 다른 모든 어머니들과 똑같으면서도 다른 점들을 지닌다. 당신들의 아들들이 평범하고 편안한 삶을 버리고 봉헌된 삶을 살아가기로 했기에 어머니들의 애환은 남다르다. 그런 어머니들을 바라보고 돌아보며, 18명의 사제들은 그리움이 듬뿍 담긴 사모곡을 노래한다.

당연히 어머니들은 그럴 줄 알았지만 지나고 나서 어머니들을 돌아보면 범상치 않은 인내와 사랑 없이는 불가능했었던 일들이 많았음을 사제들은 이제야 알았음을 고백한다. 



차쿠의 아침 / 이태종 신부 지음 / 바오로딸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124위의 한국 순교자들을 시복했다. 다만 ‘증거자’인 최양업 신부의 시복 추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최양업 신부 사목 활동의 보금자리였던 배티성지 인근 출신으로, 최 신부의 신앙과 삶을 닮으려고 무던히 애쓰는 사제이다. 저자는 유서 깊은 사적지 ‘차쿠 성당’과 신학교 터, 그리고 교우촌 ‘백가점’을 처음 찾아냈고 거기 오래 머무는 것이 소원이다. 최양업 신부를 직접 주인공으로 구성한 소설은 1845년 차쿠에서 사제수품을 앞둔 김대건 신부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시작, 1849년 조선 입국까지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고 있다. 



박영호 기자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287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