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의 샘물 같은 잡지 ‘야곱의 우물’ 20년 맞다
 
<경향신문>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2014-02-20
  • ㆍ성바오로딸수도회가 창간
    ㆍ고 권정생 등 집필진 탄탄
    ㆍ생활 속 다양한 묵상 전해

  • 일상의 삶과 신앙의 일치를 모토로 생활 속 묵상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온 가톨릭계의 작고 소박한 잡지 ‘야곱의 우물’이 올해 3월호로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들이 설립한 출판사 바오로딸이 1994년 3월 창간호를 낸 이래 지금까지 단 한 호도 거르지 않고 통권 240호를 냈다.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는 국제바오로가족 소속인 성바오로딸수도회는 1960년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 1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창간 주역인 초대 편집장 홍순흥 수녀(75)와 김수복 초대 편집기획위원(70·일과놀이출판사 대표)을 만났다.

    “야곱의 우물은 이스라엘의 조상 야곱이 열두 아들과 함께 마셨던 우물입니다. 예수님은 그곳에서 버림받은 이방인인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 이방 지역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뒤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당당하게 자신이 속한 사회와 공동체에 복음을 전한 것처럼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생명의 우물이 되겠다는 것이 바로 이 잡지의 편집방향입니다.”

    ‘야곱의 우물’ 창간 주역인 초대 편집장 홍순흥 수녀(위쪽)와 김수복 기획위원. 성경묵상 잡지 ‘야곱의 우물’은 1994년 3월 창간호를 낸 이래 한 호도 거르지 않고 통권 240호를 냈다. | 바오로딸 제공

     

    수도회 한국 진출 초기인 1964년 공동체에 입회해 한국 관구장을 네 차례나 지낸 원로이면서도 지금까지 출판 편집을 담당하고 있는 홍순흥 수녀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자는 취지를 변함없이 지키면서 어느새 20년이 흘렀다”고 회고했다.

    “신자들도 가정과 사회, 국가, 인류 공동체의 구성원입니다. 일상의 삶과 현실이 곧 신앙의 터전입니다. 국민의 삶과 신앙이 따로국밥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철도·의료 민영화 논란 같은 사회문제까지도 예외없이 신앙의 문제가 되는 겁니다.”

    김수복 전 기획위원은 “믿는 이들이 각자 삶의 자리에서 성경 말씀을 제대로 알고 실천해 교회 안이나 사회 안, 가정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이 잡지가 성경을 역사 현실, 사회 현실과 연결시키는 일에 힘써온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편집방향은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작은 판형과 함께 쉽게 풀이한 매일성경묵상, 문학성 높은 다양한 에세이와 칼럼 등을 통해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잡지의 중심은 매일성경묵상이다. 날마다 성경 말씀을 신앙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목회자 등 다양한 필자들이 자신의 묵상 체험을 담아 집필한다. 또 환경, 생명, 인권, 빈부 문제 등 사회 현실을 성경과 교회 정신에서 바라보는 칼럼이 많다.

    잡지는 컬러면이 거의 없다. 창간 당시 책값이 1000원이었는데 지금도 2800원을 받는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필진은 꽤 탄탄하다. 고 권정생 선생, 이현주 목사는 오랫동안 이 잡지에 동화를 연재했다. 성염 전 주교황청 대사,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인 송봉모 신부, 이철수·박재동 화백, 작가 공선옥씨,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의 한상봉 편집국장 등도 꾸준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1호 정기구독자는 한국 천주교에서 가장 가난한 교구로 꼽히는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을 지낸 두봉 레나도 주교다. 이제는 20년, 10년 된 정기구독자가 많고 교도소, 군부대, 병원 등에 잡지를 기부하는 독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화로 독자를 관리하는 일은 목소리가 고운 수녀가 맡고 있다. 홍순흥 수녀는 “이 수녀님도 나이가 칠순이 넘었는데 한 번 걸렸다 하면 여간해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잡지에는 책 광고와 공익성 협찬광고 외에는 광고를 싣지 않는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잡지가 수익을 내기 위해

           기업광고를 싣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야곱의 우물’은 창간 20주년을 기념하는 어떤 행사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 홍순흥 수녀는 “모든 게 넘쳐나고 아름다운 것도
많은 세상이지만 ‘야곱의 우물’은 화려하지 않은 처음 모습 그대로”라며 “성서가 영적 빈곤의 해독제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을 명심해 야곱의 우물이 초심을 잃지 않고 성서의 묵상을 통해 어려운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생명의 우물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2202121275&code=960206



ㆍ‘함께걷는 세상’ 낸 강우일 주교

지난 5년간 천주교 사제들이 현실 참여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잦았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구제역, 4대강 사업, 원자력발전소 등에 대해 사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비판하고 행동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67·사진) 역시 그랬다. 제주교구 교구장이기도 한 그는 “제주를 군사기지가 아니라 평화의 바위섬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해군기지 건설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세상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가짜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다. 다음주 출간 예정인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는 세상>(바오로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기념해 현시대와 사회문제를 복음과 교회 정신으로 비춘 글을 묶은 책이다.

강 주교가 10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강당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입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인간의 품위와 존엄이 잘 지켜지도록 하는 모든 일에 교회는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온 예수 그리스도는 권력자, 부자가 아니라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다가갔다. 참혹한 현실에 절망한 그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나라가 곧 다가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스도인이 “믿습니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예수가 2000년 전 이스라엘에 존재했음을 인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예수의 발자취를 계승하기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 주교는 책에서 “오늘 누가 가난한 사람들이고, 누가 잡혀간 사람들이며, 누가 억압받고 있고, 누가 앞을 못 보고 암흑 속에 갇혀 있는지 관심이 없다면, 작은 공동체 안에서 우리끼리 사랑한다고 외쳐봐야 예수님의 진실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SKY’, 즉 쌍용 해고자, 제주 강정마을, 용산 유가족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예수님은 공동체 안에만 머물지 않으셨습니다. 끊임없이 제자들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가셨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시선이 교회의 울타리 안에만 머문 것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사목 활동의 시선을 바깥세상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 눈물 흘리는 사람, 아프다고 외치는 사람에게 돌리는 것이 예수님 제자로서의 자세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이도 적지 않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이견을 가진 이들이 충돌했다. 강 주교는 “예수님이 오셨을 때도 같은 하느님을 섬기고,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이 기도하는 이들 사이에 생각이 달라서 갈등이 일어났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갈등을 완전히 없애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의 새로운 가치관을 펼치는 과정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류와의 충돌이 벌어졌지만, 결국 그의 가르침은 세상에 퍼졌다. 강 주교는 “교회가 2000여년을 걸어오면서 많은 갈등과 분열이 있었지만, 모든 교우들이 다 동의할 때까지 기다리면 세상 종말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교우들이 알아들으실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설득하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주교들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신도의 반발로 곤혹스러운 적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강 주교는 “여러 번 있었다”면서도 “그분들의 탓이라기보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성직자들의 탓”이라고 말했다.

원문 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2110002585&code=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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