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소녀가 보여준 겸손과 믿음의 삶



1858211, 동생이랑 친구와 함께 나뭇가지를 주우러 간 베르나데트는 마사 비엘 동굴에서 그분을 처음 만난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부드러운 빛에 감싸인 성모님을.

 184417일 프랑스의 작은 마을 루르드에 있는 가난한 방앗간에서 태어난 베르나데트는 어렸을 때부터 콜레라와 천식, 결핵 등을 앓았고 평생을 병마에 시달리며 살았다. 게다가 가정에 큰 시련이 닥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가족 모두 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그렇게 몸이 약한 열네 살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성모님은 수차례에 걸쳐 나타나 회개와 묵주기도를 요청했다.

 베르나데트는 힘든 가정 형편으로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했다. 당연히 글을 읽고 쓸 줄도 몰랐다.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은 성모님이 발현했다는 증언을 믿지 않았고 심지어 베르나데트를 거짓말쟁이, 정신이상자로 여겼다. 그러나 성모님이 발현한 곳에서 여러 기적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성모님 발현에 관한 공식적인 마지막 심문에서

성모님이 임마쿨레 콩셉시옹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어떻게 하셨는지 구체적으로 보여 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베르나데트는 벌떡 일어나 성모님이 보여주신 그대로 재연하였다. 이를 본 로랑스 주교는 벅찬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이 발표한다.

 위 사실에 근거하여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이 베르나데트에게 발현하신 것이 사실임을 인정합니다. 1862118.

 이로써 교회는 베르나데트의 증언과 기적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끊임없는 의심을 뒤로하고 베르나데트는 수녀회에 입회해 남은 생애를 보내고, 1879416이 죄인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1925614일에 시복되고 1933128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성모님은 15일 동안 동굴에 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베르나데트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너에게 이 세상이 아닌 하늘나라에서의 행복을 약속하겠다.

 성모님은 이 작고 병약한 어린 소녀를 선택하면서 세상에 무엇을 알리려고 하셨을까?

작은 마을 루르드는 치유와 은총의 땅이 되었다. 성녀 베르나데트와 성모 마리아가 만났던 동굴의 샘물은 수많은 치유의 기적을 낳았고, 오늘날 세계적인 성모 발현지로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어느 산골 순박한 소녀에게 일어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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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르드의 베르나데트 바로가기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루르드’(Lourdes, 2009)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을
장애인 여성 순례길 따르며
기적과 신앙의 문제 탐구
<가톨릭신문 2015.05.24 발행>

 ‘루르드’는 프랑스 남쪽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성모발현성지로서 불치병을 치유 받은 사람들의 흔적이 숱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영화 ‘루르드’는 이 기적의 장소를 찾아온 한 여성의 순례길을 따라가면서 기적과 신앙의 문제를 탐구한다. 단순하고 절제된 미장센과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화면에서 대사로 전달되는 메시지보다 관객 스스로가 생각하고 찾아내야 할 것이 더 많은 작품이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다. 그런데 그에게는 치유나 기적에 대한 갈망이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비극을 하느님 탓으로 돌리며 우울하게 살아온 그녀는 순례길에서 마주치는 남자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순간, 누군가 자기를 불러낸 것처럼 혼자 몸을 일으켜 걷게 된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기적의 주인공이 된 크리스틴은 활력을 얻고 기뻐하지만 그녀
보다 더 간절한 기도와 희생으로 기적을 바랐던 사람들은 실망            ▲ 영화 ‘루르드’ 포스터.            과 질투의 눈길을 보낸다.

‘하느님이 전지전능하고 선하시다면 모든 이를 낫게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어떤 사람의 병은 고쳐주시고 어떤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두시는 건가?’,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순례단의 입을 통해 하느님과 기적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고, 그 질문들에 공감하다 보면 어느새 관객인 자신도 토론에 참여하게 된다. 영화는 섣부른 답을 내놓기보다 순례단 신부를 통해 조심스럽게 말한다.

기적은 ‘외적 치유’만이 아니라 ‘내적 변화’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절망에 빠진 사람이 불현듯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도 기적이고 외적인 치유를 받았다 해도 그것을 통해 영혼까지 변화되지 않는다면 은총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베 마리아’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잘 정돈된 식탁 위로 음식이 놓이고, 식당 안에 한 사람 한 사람씩 등장하는 첫 장면은 서로 다른 상처와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교회의 모습이기도 하고, 다양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하늘나라의 잔칫상에 초대받은 우리 모습이기도 하다. 식탁에서의 기도처럼 일상 안에서 축복을 발견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때, 그것이 행복이고 기적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기적의 주인공으로 계속 서 있으려고 하다가 넘어진 크리스틴이 다시 평온하게 휠체어에 앉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따르기 위해 기도하면서도 내가 바라는 표징을 요구하고, 나에게 주어진 은총은 외면한 채 남이 받은 것만 보고 부러워하면서 하느님의 능력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지는 않는지 이 영화는 묻는다. 


김경희 수녀는 철학과 미디어교육을 전공, 인천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등에서 매스컴을 강의했고, 대중매체의 사목적 활용방안을 연구 기획한다.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현재 광주 바오로딸미디어 책임을 맡고 있다.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기사 원문보기 :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8023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주연 실비 테스튀, 레아 세이두|드라마|오스트리아|2011


프랑스 남쪽에 위치한 루르드는 해마다 600만 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찾는 세계 최대의 성모발현 성지다. 치유기적이 많이 일어나기로도 유명한 이곳에는 지금까지도 완치된 사람들이 두고 간 목발과 휠체어가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영화 <루르드>는 바로 이 기적의 장소를 찾아온 한 여성의 순례길을 따라가면서 기적과 신앙의 문제를 탐구한다. 단순하고 절제된 미장센과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화면, 대사로 전달되는 메시지보다 넓은 행간에서 관객 스스로가 생각하고 찾아내야 할 것이 더 많은 이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하느님과 기적에 대한 의문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전신마비로 휠체어에 앉은 채 식사부터 잠자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른 사람 손에 맡겨야 하는 미혼 여성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더 큰 기적이 필요할 것 같은 크리스틴의 모습에서는 어떤 희망이나 절실한 믿음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의 비극을 하느님 탓으로 돌리며 우울하게 살아온 그녀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태도로 순례코스를 돌면서 열심히 기도하기보다는 남자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누군가 자기를 불러낸 듯 혼자서 몸을 일으켜 걷게 된 크리스틴, 그녀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기적의 주인공이 되어 삶에 대한 활력을 되찾지만 함께 순례하던 사람들의 눈길은 오히려 의심과 질투로 얼룩진다.

바로 여기서 크리스틴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의 관점을 통해 참된 신앙과 기적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하느님이 전지전능하고 선하시다면 모든 이를 낫게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어떤 사람의 병은 고쳐주시고 어떤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두시는 건가’,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었을 만한 이런 질문에 대해 순례단 신부의 대답은 곱씹어볼만하다. 기적은 외적인 치유만이 아니라 내적인 변화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절망에 빠진 사람이 불현듯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도 기적이고, 외적인 치유를 받았다 해도 그것을 통해 영혼까지 변화되지 않는다면 은총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내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잘 정돈된 식당의 식탁 위로 같은 음식이 놓이고 ‘아베 마리아’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 사람 한 사람씩 등장하는 첫 장면이다. 다양한 기대와 희망 속에서 서로 다른 상처와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한 식탁에 모여 앉는 이 장면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초대받은 우리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식탁에 앉아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처럼 매일 주어지는 일상 안에서 축복을 발견하고 감사할 때 그것이 행복이고 기적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자기 힘으로 계속 서 있으려고 하다가 넘어진 크리스틴이 다시 평온하게 휠체어에 앉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따르기 위해 기도하면서도 내가 바라는 표징을 요구하고, 나에게 주어진 은총은 외면한 채 남이 받은 것만 보고 부러워하면서 하느님의 능력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영화는 나에게 묻는다. 그리고 우리 이성으로는 절대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에 더욱 온전하게 내맡겨질 것을 가르쳐준다.

- 바오로딸 <야곱의 우물> 2011년 5월호
김 노엘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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