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연 신부,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 바오로딸, 2012


태양과 비교한 지구도 작지만 지구 안에 사는 인간은 티끌보다 작다.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가 ‘인간은 소우주’라고 말했지만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인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구 안에 생존하는 어떠한 생물종도 인간과 무관한 종은 없다. 다양한 생물종이 사라지면 인간 생존 기반도 사라진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북극곰… 다 읽었다”라고 하니 옆에 있던 후배 수녀가 “어때요? 재미있어요?” 하고 묻는다. 내가 “음…” 하고 뜸을 들이니 “별로예요?” 하고 묻는다.

“음… 내가 물을 아껴 쓰기 시작하고 컴퓨터 코드를 뽑기 시작했으니 성공한 책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나 같은 사람도 책을 읽고서 실천했으니 아껴 쓴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첫 장은 ‘지구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지구의 탄생 과정을 정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어려운 과학용어를 쓰지 않아도 읽으면서 나는 지구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을 하느님이 창조하셨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구의 이해를 말하면서 신부님은 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찬가를 함께 말씀하신다. 성인은 그 모든 과학지식이 없이도 지구의 창조 과정을 알았고 그것이 하느님의 손길이었음을 꿰뚫고 있었다. 46억 년 동안 생명체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한 지구에 스며 있는 하느님 창조의 손길을 알았기에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었고 자신이 가난한 사람임을 알았기에 정결하게 모든 자연을 사랑할 수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창세기의 말씀들이 그냥 성경의 말로만 여겨왔는데 그분 창조사업의 결과물이 지금 여기에 현존하고 있음을 마음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모두와 함께 나누고픈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은 무정자증에 대한 얘기였다. 농약을 친 먹을거리와 중금속에 오염된 합성화학물질로 가득한 물질 속에서 자란 처녀 총각 몸 안에서는 내분비계 교란이 일어나고 그 결과 무정자증이 생긴다고 한다. 과학적으로는 3천 마리 이하의 정자를 가진 사람을 무정자증이라 진단한다고 한다. 건강한 남성의 정자수는 보통으로는 1억이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정자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신부님께서는 첫째 원인이 엄마에게 있다고 하신다. 엄마 몸속에 쌓인 독성 중금속이 아기에게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분비계 교란 물질을 대물림의 독극물이라고 부른단다. 기준치보다 서너 배가 넘는 독성 합성세제를 세탁기에 넣고 옷을 빨아 아이에게 입히거나, 화학물질이 첨가된 패스트푸드를 먹이는 엄마들은 아이의 씨를 말리는 중이라고 한다. 둘째 원인은 결혼하기 전까지 젊은이들이 자신의 몸 상태를 전혀 모른 채 오염물질과 해로운 먹거리로 자신의 몸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자가 파괴되어 가는 줄도 모르고 온갖 나쁜 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즐겨 먹는다. 그 결과 결혼 후 자신이 무정자증인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많이 늦은 상태인 것이다. 무정자증의 첫째 원인이 엄마라고 하니 우리 모두는 환경운동에서 그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나만 망가지면 되는데 그것이 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가 미치니 말이다.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환경에 대한 얘기는 너무 많이 들어 잘 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 대충 그런 말이겠거니 생각하고 귀담아듣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나와 너무 먼 얘기인 것 같고, 혼자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일을 한다고 해서 별 소용도 없는 듯하고.

우리가 외출할 때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으려고 모자를 쓰고 얼굴을 거의 다 가리는 마스크를 하고 나가는 것처럼 내 아이가 무정자증으로 아빠 엄마로서 누려야 할 기쁨을 빼앗기고 있다면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우리는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가장 잘 안다는 그리스도인이 아닌가? 그분께서 주시는 은총을 받아먹기만 할 것인가? 그 은총에 응답하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 황현아 클라우디아 수녀

* 광주교구 간행물 <하늘지기>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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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구의 사냥꾼입니까, 지구의 동반자입니까?
환경·생태 지킴이 황창연 신부의 환경 에세이 ...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
2012년 06월 19일 (화) 17:05:54 한수진 기자 sj1110@catholicnews.co.kr

최근 동해안에서 식인상어가 잇따라 발견됐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수온이 오르면서 동해안에서까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유엔환경계획은 이번 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구 환경이 생물학적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해수면 상승과 잦은 홍수와 가뭄, 동식물의 멸종 증가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조짐이라고 경고했다. 도대체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환경전문가이자 강원도 평창에서 성필립보생태마을 관장을 맡고 있는 황창연 신부의 환경에세이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부터 환경호르몬, 자원고갈, 원전 사고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미뤄서는 안 될 환경문제를 빠짐없이 다룬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환경입문서로도 충분하다.

1986년 체르노빌 사건을 계기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저자는 지구 환경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환경공학을 공부했다. 신학교에서 종교철학을 전공한 인문학도가 공학도로 변신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생태마을을 운영하며 얻은 생활 속 경험들은 황 신부 특유의 입담을 거쳐 환경 문제를 일반인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토대가 됐다.

‘노아의 방주’를 준비해야 할 만큼 심각한 지구의 상태

저자는 본래 책 제목을 ‘노아의 방주’로 쓰고 싶었다고 한다. 방주를 준비해야 한다고 외치고 싶을 만큼 현재 지구의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황 신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꼽았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려 작은 얼음 조각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북극곰의 사진을 표지에 넣은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샤워하고 난 물을 모아 변기에 사용한다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부터 무심히 버리는 담배꽁초가 산불로 이어진다, 농약을 뿌리면 땅이 죽고, 흙 속 생물이 죽고, 인간도 죽는다, 전기를 아껴 쓰면 원자력 발전소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목욕 가방을 들고 다녀라 등 줄줄이 이어지는 황 신부의 잔소리를 읽다 보면 환경 문제가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음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황 신부는 “모든 환경 문제는 나에게서 시작된다”고 책 전반에 걸쳐 호소한다.

   
▲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 저자 황창연 신부

교회가 예언자로서 지구 환경 문제에 앞장 서야

또한, 저자와의 공동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황 신부는 환경 문제에 있어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종교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모두 교계 확장에만 관심을 갖고 지구 환경 문제는 관심이 없다. 교회는 바로 지금 예언자로서 지구 환경 문제에 앞장 서야 한다. 교회 건물을 짓는 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자연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지를 뼛속 깊이 깨닫고 알려야 한다.”

물론 책 속에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와 잔소리만 가득한 건 아니다. 황 신부 스스로 “자연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환경 보호 운동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고 이야기 했듯이 그가 대한민국 곳곳을 돌며 보고 느꼈던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대한 찬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편, 출판사 바오로딸에서는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 출간을 기념해 UCC 공모전을 개최한다. 25작품을 선정해 황창연 신부가 운영하는 성필립보생태마을 2박 3일 가족 무료 체험권을 시상한다. 응모 기간은 7월 31일까지이며, 자세한 내용은 바오로딸 인터넷 서점(www.pauline.or.kr) 참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원문 보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15

 

저자: 토머스 베리 역자: 황종렬발행일: 2011.10.15
        판형: 152*225쪽수: 232쪽가격 12,000원


● 기획 의도                                   
인간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 자연 환경 속에서 펼쳐지는 무수한 생명현상을 돌아보고, 인류가 지구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확신으로 성장하고 지구와 친교를 이룰 능력을 키우도록 도우며, 그리스도교가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을 더욱 건강하고 아름답게 증거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태신학적 비전을 제공한다.

주제 분류: 도서, 생태영성, 환경신학

키워드(주제어): 생태문명, 환경, 영성, 창조, 교회, 진화, 자연, 우주,  인류, 지구의 운명, 세계의 종교, 환경 보전

요약
건강한 지구 우리의 행복
현재 지구상에서 진행되는 환경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산업문명을 생태문명으로 바꿔야 한다. 앞으로 지구는 우리의 자녀가 살아야하는 터전이므로 지구를 살리는 생태문명만이 살 길이라고 토머스 베리는 외치고 있다.

내용

이 책은 토머스 베리가 20여 년에 걸쳐 쓴 11개의 논문을 모아 출간한 작품이다. 이 모음집은 그리스도인들이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기여할 최고의 성찰을 보여준다. 그는 그리스도교가 맞닥뜨린 문제와 약속을 펼쳐 보임으로써 독자들을 가능성의 자리, 성찰과 행동을 위한 새로운 토대로 이끈다.

2009년 6월 1일 토머스 베리가 귀천했다. 그의 죽음으로 이 글들은 새로운 중요성과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진화에 대한 그의 글을 받아들였지만 그의 그리스도교적 뿌리를 이해한 사람은 드물다. 베리는 인간과 지구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가톨릭교회가 창조계의 모든 것에 현존하도록, 그리고 창조계의 미래에 관심을 갖도록 촉구한다.


토머스 베리는 공정한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생명을 고양시키는 인간과 지구의 관계도 다시 확립하기를 바랐다. 기후변화에서 공기와 토양과 물의 오염에 이르기까지, 인구 증가에서 생물 다양성의 훼손에 이르기까지, ‘환경 위기’라는 말에 광범위하게 담겨 있는 다양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토머스 베리는 그리스도교가 이 복합적인 상황에 걸맞게 응답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는 역사적 측면과 시대적 측면에서 그리스도교가 더디고 느슨하게 반응하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물음을 제기한다. 그렇지만 그리스도교에 고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약속 차원은 충분히 인정되고 또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이 약속은 그리스도의 역사적 인격과 온 창조계의 우주적 그리스도를 모두 포용하는 것으로 육화를 인식하는 바오로 서간의 관점을 아우른다. 또한 중세 시기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와 토마스 아퀴나스로부터 20세기의 피에르 테야르 드샤르댕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교 전통에 담겨 있는 창조계의 질서와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인식도 이야기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사회정의와 환경정의 간의 연대에서 커다란 약속을 보았다. 그는 지구 공동체 전체에 해로움이 아니라 상호 이로움을 가져올 새로운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어떻게 도출할 수 있을까에 대해 자주 관심을 피력했다.


그는 사람과 지구에 점점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환경적 위협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이 더욱 확신을 갖고 자신 있게 응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집트를 탈출한 유다인들의 첫 탈출 체험과 같은 전이, 곧 교회가 현대성에 진입할 통로를 요청한다. 그는 그리스도교 기관들이 환경 위기에 대해 무기력하게 반응하는 것을 비판하면서도 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신학자와 평신도 모두 대학에서, 신학교에서, 교회에서, 그리고 풀뿌리 운동에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위대한 일에 참여하도록 초대한다.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그리스도교는 이미 무감각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고, 많은 교파가 유력한 응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베리의 견해처럼, 성찰과 행동 모두에 대해 모든 문제의 근원을 훨씬 더 깊게 숙고할 것이 요청된다. 베리가 산업화의 과정으로 황폐화된 현대 세계에서 생태적 역할에 응답하도록 우리를 우주 이야기로 이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우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우리에게 경외와 경탄과 겸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생태적 회복과 생태 경제학, 그리고 환경 교육 같은 ‘위대한 일’을 고취할 것임을 알았다.


그는 삼위일체와 육화와 구속 같은 여러 핵심 교리를 가진 그리스도교 전통이 더 큰 우주론적 틀 안에서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리스도교 신학과 우주 이야기의 결합을 다룬 그의 글들이 많은 독자가 이해하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신학자와 평신도 모두에게 풍부한 시사점과 풍요로운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추천사에서
“토머스 베리는 그리스도교가‘인간 조건의 한계와 좁은 종교 지평에 지나치게 몰입해있다고 비판하면서 그리스도인이 21세기의 과제를 완수할 수 있도록 십자가의 지혜와 우주적 전례로서 온 창조계를 재정립하는 길을 제시한다! 지구의 웰빙 없이는 그리스도교의 미래도 없다!”
- 헤더 이튼 교수 (세인트폴대학교)

대상

생태신학에 관심 있는 이, 지구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모든 이, 환경운동가, 사목자

저자
토머스 베리
1914년 태어나 2009년 귀천한 생태신학자이자 세계종교와 문화를 연구한 문명비평가. 1933년 예수 그리스도 고난수도회에 입회하여 1948년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서구문명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푸젠 가톨릭대학교에서 가르치면서 중국의 문화와 종교를, 그 후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인도의 종교와 문화를 연구했다. 리버데일 종교연구센터를 열어 아시아 종교문화와 서구 그리스도교 문화를 통합한 연구의 장을 열었고 테야르 드샤르댕 학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미국 생태신학의 지주가 되었다. 또한 ‘생태대’와 ‘생명 통치’ 개념을 축으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우주 이야기’를 복음적으로 일깨우고자 헌신했다. 우리나라에도 「신생대를 넘어 생태대로」․「우주 이야기」․「위대한 과업」 등 여러 작품이 발표되어 신학계뿐 아니라 생태의식을 공유하는 문화사상계에 널리 알려졌다.

역자
황종렬(미래신학연구소 연구원)
서울가톨릭대학교 신학부에서 학사와 석사, 미국 뒤케인 대학에서 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도자신학원에서 생태영성과 기초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역사와 신학의 통합 연구를 도모하면서 동아시아 복음화를 동반하는 신학 연구와 생태영성 프로그램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은 책에 「한국 토착화 신학의 구조」․「웅녀와 단군의 성서읽기」․「신앙과 민족의식이 만날 때」 등이 있고, 옮긴 책에 「영성과 정의」․「창조」․「비유의 재발견」․「땅의 신학」․「해방자 예수 그리스도」․「생명이신 하느님」․「원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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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베리 지음, 황종렬 옮김, 『그리스도교의 미래와 지구의 운명』, 바오로딸, 2011


지난 11월 17일 부탄왕국의 국왕과 왕비가 일본을 방문하여 국민의 환영에 답사하는 내용을 뉴스로 들었다. “일본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안아드리고 싶지만 불가능하기에 제 옆의 아내를 안겠습니다” 하자 따뜻한 그의 유머에 화답하는 웃음소리가 물결쳤다.

세계에서 국민 행복지수가 가장 높으며 한반도 면적의 약 5분의 1 크기인 이름도 생소한 부탄은 히말라야 기슭에 위치한 신비에 싸인 나라다.

부탄이 인도와 영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해외에 문호를 개방한 것은 1960년대다. 생산 공장도, 찌든 공해도 찾아볼 수 없고 ‘지구상 마지막 샹그릴라’라고 불리는 부탄은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8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행복한 나라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동시에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수식어가 잠시 생각에 머물게 한다. 그렇다면 가난이 곧 행복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산업문명은 16세기경 서구에서 시작되어 세계를 휩쓸고 있는 문명형태이며, 인류에게 유례없는 물질적 혜택을 제공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산업문명에 진입하였으니 50년의 짧은 역사로 세계 경제대국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과연 경제대국이 된 우리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얼마쯤 될까? 자살률, 이혼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이것만으로도 국민 삶의 질은 측정이 되는 셈이다.

가장 가난한 나라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이고, 경제대국인 한국은 불행한 나라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면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 결론이 명백하다.

서구에서 400년을 이어온 산업문명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산업문명은 잉여생산물이 넘쳐나면서도 세계 빈부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아프리카에서는 절대빈곤이 증가하고 있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산업문명은 자연을 인간 경제의 수단으로만 이해함으로써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정신적 배경을 제공하였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 물 부족, 사막화, 생물종의 멸종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렇게 산업문명은 절대빈곤의 증가와 생태계 파괴라는 엄청난 비극을 몰고 왔다.

빈곤 문제와 생태계 파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명형태가 필요하다고 『그리스도교의 미래와 지구의 운명』의 저자 토머스 베리는 외친다. 지난 2009년에 타계한 토머스 베리는 예수고난회 사제요, 토마스 아퀴나스와 테야르 드샤르댕을 잇는 문명사학자로서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문명형태로 ‘생태대(Ecozoic)’를 제안하였다.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에로의 전환이 우리 시대의 과제임을 일깨우며 그는 “생태문명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생태문명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교는 교회공동체 중심에서 지구공동체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종교의 도움 없이 생태문명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다각도로 연구한 논문 10편을 모아 한 권의 저서로 내놓았다.

지구 생명체 전체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생태문명의 건설이 시급한 이때 토머스 베리 신부의 저서는 큰 희망으로 다가온다.

- 박문희 고로나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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