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딸 홀로 두고 하늘로… "괜찮아 엄마, 미안해하지 마"

2019. 03. 22 조선일보 김한수 기자

암으로 떠난 40대 엄마 이야기, 호스피스 봉사자가 책으로 펴내

연이가 엄마의 임종을 앞두고 ‘꽃길로 하늘나라 가시라’고 만든 꽃을 침대 난간에 올려놓았다. /유성이씨 제공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곳곳에서 목이 멘다. 여덟 살 딸을 혼자 남기고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40대 엄마를 60일간 돌본 호스피스 봉사자가 기록한 책 '괜찮아 엄마, 미안해하지 마'(바오로딸)이다.

2015년 5월 1일 유성이(55)씨는 세레나와 연이(가명) 모녀를 만났다. 수도권의 한 천주교 호스피스 시설에서다. 엄마가 입원하면서 연이는 보육원에 맡겨졌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 연이는 입양 혹은 보육원 생활을 해야 할 처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은 모두에게 가혹하다. 유씨의 역할은 두 모녀가 이별을 잘 준비하도록 돕는 것.

엄마는 자신에 관한 일은 준비해뒀다. 출산 후에도 삼칠일 지나곤 바로 미사에 참여할 정도로 독실한 신자였던 그는 가톨릭대 병원에 시신 기증을 서약했고, 장례 미사를 할 성당도 정해놓았다. 천주교 납골당에 '딱 10년만' 안치해달라고도 해놓았다. 그러나 딸에 관해선 아무리 준비를 해도 부족하다. 극도의 고통에 신음하는 세레나에게 유씨가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자 대답은 "연이"다. "연이가, 지금 당장이 걱정되는 거예요, 앞으로가 걱정되는 거예요?" "지금부터 쭈욱…." 유씨는 세레나에게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성장 시점에 맞춰 준비할 것을 권한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 초경을 시작할 때, 남자친구를 처음 사귈 때….

아이에게 죽음을 이해시키는 것은 더욱 못할 일이다. 즐거웠던 순간을 찍은 사진을 모아 '추억 사진 그림첩'을 만들고, 함께 그림을 그리며 서서히 준비시킨다.

마침내 임종이 다가온다. 세레나는 아이에게 "치킨 시켜줄까?" 묻는다. 연이는 찰흙 장난감으로 꽃을 만들어 엄마의 침대 난간에 올려놓는다. 모녀가 주고받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선물이다.

병상의 세레  나가 연이에게 거듭 되뇌인 말은 "지켜줄게" "항상 지켜볼게"였다. 새 보육원으로 옮긴 연이는 책상에 큰 글씨로 '엄마가 항상 지켜본다!'고 적어 붙여 놓았다. 그리고 엄마의 바람처럼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유씨는 "생전에 책 출간을 허락받았지만 막상 3년 동안은 손을 대지 못했다"며 "세레나씨는 연이에게 신앙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남겼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2/2019032200151.html

“8살 아이가 마주한 엄마의 죽음, 그리고 삶”40대 젊은 엄마와 딸의 60일 간 마지막 여정 기록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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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3호] 승인 2019.03.13  13: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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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엄마, 미안해하지 마>
유성이 지음/바오로딸

책을 펼치는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책은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도록 한다. 그것도 8살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말이다. 죽음의 문제, 어린 딸이 세상의 전부와도 같은 엄마를 떠나보낸 실화를 다룬 책이다.

죽음은 모든 인간이 거쳐야 하는 삶의 과정이지만 참 익숙해지지 않는 주제인데, 여덟 살 딸 ‘연이’를 세상에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40대 젊은 엄마와 딸의 60일 간 마지막 여정의 기록이다. 그 끝에는 고통과 슬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게 하는 큰 사랑의 선물이 맺혀졌다.

예술치료사 겸 죽음교육자로서 아동과 성인에게 죽음 준비 교육을 하고, 호스피스 환자의 죽음 맞이와 사별한 가족의 상실 치유를 돕는 일을 해온 저자는 이들 모녀와 함께하며 아이에게 엄마가 선택한 존엄한 죽음을 이해시키고, 모녀가 추억을 쌓고 기억을 정리하는 이별 준비 과정을 돕는다. 엄마의 세상 끝 날,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아름다운 임종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기록했다.

아이가 보육원에서 처음 엄마를 찾은 날, 딸아이가 입고 온 옷이 마음에 들지 않은 엄마는 예전처럼 챙겨줄 수 없는 아쉬움에 ‘내가 죽으면 안 되는데…, 연이 때문에… 죽으면 안 되는데…’하며 절규를 토해낸다. 그렇게 엄마는 연이에게 이별 직후에 해주고 싶은 말부터, 연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초경을 할 때, 남자친구를 처음 사귈 때 등 엄마로서 하고 싶은 말을 남기며 이별 연습을 한다.

한편 저자는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면서 엄마와의 이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아이의 마음속에 스며들게 돕는다. 아이와 나눈 동화책 이야기와 생명의 변화과정을 탐색하는 체험활동, 추억 사진 그림첩 만들기 등 유년기 발달과정에 따른 사별치유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아이는 그 과정에서 생명은 누구나 태어남과 성장의 과정을 거치며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 엄마 몸의 변화와 엄마가 이 세상을 떠나는 의미를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통 세 살이면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인식할 수 있게 되는데, 책은 죽음 준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어린 아동에게도 죽음 교육이 필요한 것과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의 참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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