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에서 신앙의 길을 고민, 실현하다

엔도 슈사쿠의 장편소설-전쟁 앞둔 청년의 고민, 대신 죽은 신부의 죽음이 말하는 것은?

2020.06.18 들소리신문

아침부터 가슴속에서 울컥울컥 올라왔다. … 괴로움은 다른 데 있었다. 전쟁에 나가서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것이 문제였다. 하나는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다른 하나는 문학과 시를 배워온 인간으로서. 그런데 전쟁에 답을 줘야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교회는 침묵하고 있었다.

▲ <전쟁과 사랑> 사치코 이야기 엔도 슈사쿠 지음/ 김승철 옮김/바오로딸

 
성경의 가르침을 현실에서 풀어내려고 할 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 사치코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주변 인물들의 고민, 그 속에서 보여지는 진정한 사랑의 길을 만나게 마주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 된 소설로 나가사키에서 전쟁의 비극을 경험하는 사치코와 슈헤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아우슈비츠에서 다른 수인을 대신해 목숨을 바친 콜베 신부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은 극한 상황에 몰린 전쟁에도 사랑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치코는 전쟁 중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랑을 실천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슈헤이가 전쟁에서 죽지 않기를 매일 기도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의 밥을 챙긴다. 또한 교회를 탄압하는 경찰에게는 현명한 답변으로 저항한다.

한편 징집을 앞둔 슈헤이는 교회의 가르침과 위배되는 상황에서 고민한다.

“아침부터 가슴속에서 울컥울컥 올라왔다.…괴로움은 다른 데 있었다. 전쟁에 나가서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것이 문제였다. 하나는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다른 하나는 문학과 시를 배워온 인간으로서.”

슈헤이는 교회에서 오랫동안 배워온 것과 전쟁은 모순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욱이 소설이나 시를 알게 된 그는 한 사람이,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을 긍정하는 세상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 그것은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삶과 과거를, 그 남자를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전부를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 전쟁에 답을 줘야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교회는 침묵하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그리스도인들을 적국 종교, 곧 적국의 종교를 믿는 비국민(非國民)이라 부르면서 감시와 모멸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슈헤이는 자신이 얼마나 겁쟁이인지 잘 알고 있어서 아마 일본 교회처럼 사회의 통념과 타협하고 군대에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길로 가지 않으려면 ‘집게손가락이 없는 놈은 총을 쏘지 못해’라는 어느 교관의 말대로 손가락을 자르려는 시도도 해보지만 하지 못한다.

이 소설은 가톨릭 신자들이 대부분이다. 슈헤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고뇌하는 그의 눈에 조그만 교회(기독교)가 들어왔고, 출입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 설교대 옆에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고 써있는 것을 보고 슈헤이는 견딜 수 없이 화가 났다. 모순이라고 생각하며 벌떡 일어나가려 했다.

그때 만난 그 교회 목회자와 대화하면서 ‘사랑이신 하느님은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서로 죽이는 전쟁을 인정하시는 건가요?’ ‘왜 그리스도교가 전쟁을 인정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 목회자는 말한다. ‘전쟁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아닙니다’라고.

슈헤이는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될 경우 살인을 해도 괜찮냐고 묻는다는 목사님은 뭐라고 대답하시겠는지요?“

그 목회자는 말한다.

‘일본의 그리스도교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하느님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하지만 나한텐 그럴 용기가 없군요. 죄송하지만... 용서해 주시오.’

슈헤이는 ‘정말 고맙다’는 말을, 목사는 ‘학생, 부디 살아 돌아와 달라’는 말을 당부를 한다.

슈헤이는 결국 징집되어 군복무를 하다 출격하기 전 편지 한통을 써서 사치코에게 보낸다. 그 속에 또 한 통의 편지를 써서 2년 전 만났던 그 목회자(다카기 목사)에게 보낸다. 자신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적으면서 교회의 무책임성 등을 말한다. 그러면서 ‘그날 밤 괴로운 얼굴을 하셨던 목사님이 떠올랐다, 목사님은 정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목사님의 얼굴은 정말 괴로워보였다’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어떻게 납득해야 좋을지 누구도 진실하게 말해주지 않았다고 슈헤이는 담담히 말하면서 다카기 목사에게 감사의 말을 한다. 

또 한 사람의 인물, 나가사키에서 선교활동 하다가 고향 폴란드로 돌아간 뒤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콜베 신부 이야기가 사치코의 슈헤이 얘기와 번갈아가면서 펼쳐진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성경 말씀을 그 잔인한 시간 속에서도 말한다.

그러나 함께 처절함 속에 있는 다른 수인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얘기하는 콜베 신부를 비웃는다. 그런데 진짜로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어준 콜베 신부를 보면서 그들은 아! 하느님, 신앙, 사랑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고 있고 그것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느끼게 된다.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인간이 가져야 할 질문과 고민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은 우리이고 여전히 그 비극 속에 살고 있는데, 오늘 우리는 과연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교회는 어떤 해답을 주고 있는 것일까?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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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서 신앙의 길을 고민, 실현하다 - 들소리신문

아침부터 가슴속에서 울컥울컥 올라왔다. … 괴로움은 다른 데 있었다. 전쟁에 나가서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을 어떻게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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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 지음, 이석봉 옮김, 『사해 부근에서』, 바오로딸, 2011


언제까지나 그대 곁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들은 것을 누가 믿었던가? 주님의 권능이 누구에게 드러났던가?  그는 주님 앞에서 가까스로 돋아난 새순처럼, 메마른 땅의 뿌리처럼 자라났다. 그에게는 우리가 우러러볼 만한 풍채도 위엄도 없었으며 우리가 바랄 만한 모습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받고 배척당한 그는 고통의 사람, 병고에 익숙한 이였다. 남들이 그를 보고 얼굴을 가릴 만큼 그는 멸시만 받았으며 우리도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벌 받은 자, 하느님께 매맞은 자, 천대받은 자로 여겼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이사 53,1-5 야훼 종의 넷째 노래중에서)

이 책 안에서 작가 엔도 슈사쿠가 그려내는 예수의 모습은 바로 야훼 종의 모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얼핏 보면 힘이 없고 무능력하여 마냥 슬프기만 하다.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곧바로 누구나 치유해 주고 기적을 일으킬 수 없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수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없는 사랑과 연민으로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는 일입니다. …나는 다만 사람들의 슬픈 인생을 하나하나 지켜보았고 사랑하려 했을 뿐입니다. …내가 한번 그 인생을 스쳐 지나가면 그 사람은 나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나와 도다가 학창시절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일본대학에 다닐 때 별명이 '쥐'였던 폴란드 수사 코바르스키라는 심약하고 교활하며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가 나치수용소에서 최후를 어떻게 마쳤는지를 밝혀내면서 이 책은 반전을 이루는 동시에 충격적인 감동에 휩싸이게 한다.

 "코바르스키를 데려오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내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 팔을 잡자 그는 심하게 무릎을 떨어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 그는 오줌을 싸고 있었습니다. 그는 울면서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습니다. 코바르스키는 비틀거렸으나 얌전하게 따라갔습니다. 그때 나는 매우 짧은 순간이지만 그의 오른쪽에 누군가 또 한 사람이 그처럼 비틀거리면서 다리를 질질 끌며 걷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코바르스키처럼 초라한 죄수복을 입고 오줌을 땅 위에 흘리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코바르스키처럼 극도의 공포와 괴로움을 겪는 예수의 모습에서 우리는 왜 그가 십자가에서 목숨 바쳐 인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답을 읽는다.

오늘도 예수가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찾고 만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엔도 슈사쿠는 바로 이런 예수의 한없이 나약하면서도 한없이 큰 사랑, 아니 한없이 크기에 나약함도 품을 수 있는 사랑을 제시함으로써 커다란 희망을 준다.

- 박문희 고로나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 바로가기

저자: 엔도 슈사쿠 | 옮긴이: 이석봉 | 판형: 양장
쪽수: 392쪽 | 가격: 13,000원 | 발행일: 2011년 3월 25일


● 기획 의도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여섯 번째 책으로 자리매김하여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예수는 과연 누구인가?, 예수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온과 온갖 천재지변, 금융 위기 등으로 위협받는 불안한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물음을 던지며 신앙과 불확실한 삶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인간 예수의 모습을 제시하여 참 믿음의 의미와 신앙인의 삶을 재조명하고 더욱 뜻깊고 실천적인 신앙생활을 하도록 이끈다.

대상
일반인, 엔도 슈사쿠 애독자, 신앙에 의문을 품는 사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 고통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 가족이나 이웃의 고통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어 그냥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 예비신자, 신자

키워드 -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마음속에서 떨쳐버릴 수 없는 예수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루살렘 성지를 헤집고 다니는 <나>와, 예수 당대 인물들이 번갈아 주인공이 되며 엮어가는 이야기 속에 예수의 참모습이 선연히 드러난다.

내용
1973년에 처음 발표되어 1995년 한국에 소개된 「사해 부근에서」를 손에 잡기 쉬운 아담한 판형으로 새롭게 편집한 여섯 번째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다. 다시 읽어도 구성이 탄탄하고 재미있으며 깊이 있는, 그래서 여러 가지로 해석하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열린 소설이다.

엔도 슈사쿠가 그리는 예수님 모습은 얼핏 보면 힘이 없고 무능력하여 마냥 슬프기만 하다.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곧바로 누구나 치유해 주고 기적을 일으킬 수 없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수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한없는 사랑과 연민으로 늘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는 일입니다. …나는 다만 사람들의 슬픈 인생을 하나하나 지켜보았고 사랑하려 했을 뿐입니다. …내가 한번 그 인생을 스쳐 지나가면 그 사람은 나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내어 주면서까지 사랑을 행하신 예수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러한 사랑을 가르치기 위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스쳐 가신다. 그러한 사랑이 두려워 그분을 버리려 해도 그분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다. 기적을 고대하고 이기적인 우리에게 너무도 인간적인 하느님의 마음과 이웃의 고통을 함께하는 사랑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지은이: 엔도 슈사쿠(1923-1996)
성경과 신앙을 주제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와 삶의 의미를 파헤친 엔도 슈사쿠는 도쿄에서 태어나 어머니와 이모의 권유로 열한 살 때 세례를 받았다. 1949년 게이오 대학 문학부 예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프랑스 현대 가톨릭 문학을 공부했다. 1955년 「백인」을 발표하여 아쿠다가와 상을 받았고, 1981년 예술원 회원, 1985년 일본 펜클럽 회장을 지냈다. 지은 책에 「바다와 독약」․「예수의 생애」․「그리스도의 탄생」․「침묵」 등이 있다.

옮긴이 :이석봉(1928-1999)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남여중과 광주여고에서 가르쳤다. 1963년 동아일보 장편소설 현상모집에서 「빛이 쌓이는 해구」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펜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숙명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에 「광상곡이 흐르는 언덕」․「속죄」․「지하실에서」․「새벽빛」․「취당」․「여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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