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신문 2020.04.05 발행 [1558호]

▲ 가톨릭 고전 명작에는 고통과 좌절 속에서 피워올린 신앙의 정수가 녹아있다. 성 바오로딸 수도회는 2008년부터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를 기획해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혀온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였다. 백영민 기자

 

박해, 재난, 체포, 흑사병, 멸시…. 참다운 인간애와 보편적 사랑은 이같이 인간의 삶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할 때 빛을 발한다. 코로나19로 육체적ㆍ정신적ㆍ영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고전 명작(바오로딸 출간)을 소개한다. 고전 명작들은 하나같이 “하느님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신가?”라는 삶의 질문을 아름답고 깊은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천국의 열쇠 / A.J.크로닌 / 이승우 옮김

1941년 초판이 나온 이래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A.J.크로닌의 역작. 주인공 프랜시스 치점은 고아로 성장했지만 해맑은 영혼을 지닌 사제로 성장한다. 이상주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치점 신부는 보수적인 성직자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중국의 선교사로 파견된다. 중국 황허 유역의 벽지인 파이탄에 부임한 치점 신부는 척박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진실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중국인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이 스며들게 한다. 파이탄에 흑사병이 퍼져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자, 치점 신부는 구호소를 운영하며 재난에 대처한다. 치점 신부는 35년간 중국에서 온갖 오해와 멸시를 받으면서도 사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이광복(프란치스코) 소설가는 “이 작품에는 우리네 평범한 인간에게 던져주는 따뜻한 위안이 있다”고 평했다.



칠층산 / 토머스 머튼 / 정진석 추기경 옮김

침묵과 고독, 자연 속에서 기도하고 관상하며 하느님께 나아간 영성가 토머스 머튼(1915~1968)의 자전적 일기. ‘20세기판 성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이라고 불린다. 1948년 책이 출판된 이래 전 세계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됐다. 방황하는 인간의 고뇌와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를 담아낸 아름다운 문학작품이다. 토머스 머튼 수사가 트라피스트 수도회 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를 가로막았던 유혹과 장애, 좌절 속에서 방황했던 어둠과 수도원에서의 황홀한 내적 삶이 교차한다.



침묵 / 엔도 슈사쿠 / 김윤성 옮김

17세기 일본 규슈 나가사키 지방에서 일어난 박해를 배경으로, 포르투갈인 예수회 선교사 세바스티안 로드리고 신부가 숨어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체포돼 배교하기까지의 고뇌와 고통을 그렸다. 신앙을 버려야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간이 느끼는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동양의 일본 문화와 서양의 그리스도교 문화의 미묘한 대립을 비롯해 일본의 박해 상황을 진지하고 생동감 있게 그렸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여러 번 거론됐던 엔도 슈사쿠는 종교와 인간에 대한 성찰이 녹아있는 작품들을 주로 써왔다.



영원한 것을 / 나가이 다카시 / 이승우 옮김

제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일본 나가사키. 잿더미에서 영원한 것을 찾아 헤매는 나가이 다카시의 자전적 소설로 자신의 삶을 담아냈다. 주인공 류우키치는 물리학 방사능 연구로 백혈병에 걸리게 되고, 원자폭탄으로 아내와 친구, 제자와 재산을 몽땅 잃는다. 폐허의 벌판에서 병든 몸과 어린 자녀들만 그의 곁에 남는데….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은 변해도 하느님 말씀은 영원하다는 진리를 깨닫고, 잿더미 위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인간으로서 겪는 극한 고통에서 하느님을 향한 믿음에 희망이 있음을 가르친다. 저자 나가이 다카시(바오로, 1908~1951) 의학박사는 1945년 원폭으로 아내를 잃고 부상을 당했지만, 피폭자들을 돌보며 원폭의 폐해를 연구했다.



나를 이끄시는 분 / 월터 J.취제크 / 성찬성 옮김

23년간 러시아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와 감옥에서 지냈던 월터 취제크(1904~1984, 미국 예수회) 신부가 생사의 기로에서 경험한 하느님의 사랑을 기록했다. 러시아에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1940년 이주 노동자로 위장해 러시아에 잠입했지만, 신분이 발각돼 체포됐다. 그는 독방 감옥에서 5년간 장기 취조를 받고, 15년간 강제수용소에서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강제노동을 했다. 수도회는 그를 사망자 명단에 올리고 장례미사를 봉헌한다. 동료 사제들의 기억에서조차 사라지고 있을 무렵, 1963년에 돌연 귀국해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를 출간했다. 취제크 신부는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느님 섭리 덕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에서 혹독한 세월 동안 자신을 지켜준 하느님 사랑과 일치의 체험을 깊이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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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 꽃피는 믿음·희망… 우리를 위로하는 고전 명작

▲ 가톨릭 고전 명작에는 고통과 좌절 속에서 피워올린 신앙의 정수가 녹아있다. 성 바오로딸 수도회는 2008년부터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를 기획해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혀온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였다. 백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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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청춘을 위하여] 인간에 대한 사랑이 곧 리더의 자격

「천국의 열쇠」



▨천국의 열쇠
(A.J. 크로닌/바오로딸/1만 2000원)


   청소년들을 위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마자 제 머리에는 한 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천국의 열쇠」(A. J. 크로닌)였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 나이 때에 읽은 책이기도 합니다. 고3 시절 수능시험을 치르고 난 뒤, 성당 선배들이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책"이라며 추천했기 때문입니다. 시선을 끄는 제목만큼이나 전개도 흥미진진해 자리를 뜨지 않고 한 권을 다 읽어내고야 말았지요. 이제는 20년도 더 지났지만, 당시 책장을 덮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후 A. J. 크로닌의 책은 모조리 구해서 읽어보게 되었지요.

 작가는 놀라운 통찰력으로 신과 인간, 구원과 삶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주인공은 치셤이라는 남자입니다. 그는 불우한 소년기를 보내고 실연까지 당한 뒤 사제가 됩니다. 신부가 된 뒤에도 여러 갈등을 겪고, 중국 오지에 선교사로 파견됩니다. 치셤 신부는 선교지에서도 끊임없이 어려움에 부닥치지만 인내와 청빈, 용기로 고난을 극복합니다. 그 기저에는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너무나도 퇴색된 요즘 그의 삶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줍니다.

 저는 매년 수험생 피정에서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만납니다. 많은 친구들이 그동안 공부 때문에 신앙을 멀리 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만,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면 이 책에서 기쁘게 신앙생활을 시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꾸준히 신앙생활을 해 온 친구에게는 자신의 믿음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요.

 얼마 전에는 대통령 선거도 치렀지요? 청소년 여러분은 아직 선거권은 없지만, 어느 후보가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입니다. 진정한 리더란 어떤 사람을 뜻할까요? 치셤 신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것이 리더의 기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 시대 진정한 리더의 자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정재희 수녀(살레시오수녀회, 마산교구 청소년국)


원문 보기: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35281&path=201212


"인성을 가꾸는 고전 읽기"

라는 주제로 마련된 제9회 평화독서감상문대회!



지난 11월 30일, 가톨릭회관 1층 대강당에서

어린이합창단의 동요 메들리를 시작으로

시상식이 열렸답니다.^^



국민의례, 평화방송 사장님 인사말씀에 이어

심사위원 강정규 선생님(동화작가)이

심사 총평을 들려주셨구요.



염수정 대주교님은

축하 메시지를 들려주셨답니다.

"책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새기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란 격려도 함께요~



많은 학생들이 바오로딸의 책

「천국의 열쇠」와 「마르첼리노의 기적」을 읽고

좋은 독서감상문을 써줬어요.



이날, 「천국의 열쇠」 독서감상문으로

서울특별시교육감상을 받은

대원국제중학교 2학년 김서경 양을 만나봤습니다.^^



글뿐 아니라 말을 통해서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또렷이 표현해줬던

김서경 양의 인터뷰 영상을 공유합니다!





제9회 평화독서감상문대회 중학생 부문 서울특별시교육감상 수상작

<천국의 열쇠는 마음의 열쇠다>

대원국제중학교 2학년 김서경


천국의 열쇠는 마음의 열쇠다. 천국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인종이나 국가에 차별 없이 사회적으로 출세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참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 하느님은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보다는 열정이 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에게 천국 문을 열어주신다. 학력과 경쟁위주의 사회, 출세 지향주의, 지극히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세상, 보여 지는 것만 중요시 하는 현대인들에게 참사랑과 참평화의 의미와 천국의 열쇠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고 싶다.

이 책은 ‘프랜시스 치점’이라는 신부님의 생애를 통해 인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희생을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다. 서로 다른 두 종파 사이에서 태어나 세상에 홀로 남겨진 불행한 어린 시절의 프랜시스에게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혹독한 외로움이었다.

하지만 비참과 증오가 없는 세계를 동경했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로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비겁한 자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윌리와 끝도 없는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며 ‘왕따’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왕따인 친구가 싫어서가 아닌 왕따 시키는 아이들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학교폭력의 방관자가 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을 보는 듯 했다. 모두가 같은 친구인데, 가장 좋아하는 친구를 때려야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을 것 같다.

보좌신부시절에는 늘 무시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해 특별한 사랑과 사명감을 가지고, 깊은 사랑으로 늘 그들의 편에 섰다. 그에겐 하느님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였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경청을 생활화하고, 남과 다른 사고를 하며 생각의 탄력성을 가진 멋진 신부님이다. 천진에서도 1천마일이나 떨어진 벽지중의 벽지, 파이탄에서 34년 동안 거짓 없는 헌신의 삶을 살았다. 사람들 간의 화목과 사랑만을 추구했던 그는 희생과 사랑, 내려놓는 마음으로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를 알게 해 주었다. 열정적이고, 도전적이고, 주도적이었으며, 명예에 아무 욕심 없이 자신의 의무만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타협을 모르는 굳은 의지로 일생을 통해 한 사람을 진정한 신자로 만드려는 노력을 했고, 온화한 침묵으로 베로니카 수녀를 스스로 깨닫게 했다. 나는 프랜시스의 모습에서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내겐 직장을 다니는 엄마를 대신해 지금까지 늘 함께 해 주시는 할머니가 계시다. 긍정을 삶의 모토로 삼고 나를 늘 바르게 이끌어주신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신 덕분에 긍정적 사고는 내 생활의 지침서가 되었다. 내가 잘못했을 때나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내도 할머니는 내가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반성할 때까지 나를 통해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신다고 한다. 프랜시스의 온화한 침묵과 묵묵한 행동은 우리 할머니를 무척 많이 닮았다.

의료봉사를 통해 사랑을 실천한 프랜시스와 탈록의 우정을 보면서 내게도 탈록같은 진정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에 와서는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사귀기가 너무 힘들다. 경쟁위주의 학교생활에 지치고, 눈만 뜨면 공부를 해야 하는 환경이지만 그래도 진실한 친구를 사귀고 싶다. 그래서 난 내가 먼저 마음을 건네는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신부님은 출세를 위한 요령보다는 진실을 추구하는 소신 있는 행동과 온 인류가 한 형제이고 세상의 진리는 하나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자기희생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참사랑과 참평화를 일생을 통해 실천한 가지 있는 삶을 살았다.

우리 집은 인성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는 나를 영어유치원 대신 계성유치원과 계성초등학교에 보내셨다. 교장선생님이셨던 최루시아 수녀님도 프랜시스신부님 같은 분이다. 늘 아침 일찍 일어나 제일 먼저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일일이 다 챙기셨고, 언제나 모든 일에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키도 작고 너무 마르셨지만 사랑으로 우리를 감싸주시던 최루시아 수녀님이 너무 큰 사람으로 보였다. 아마도 사랑의 크기만큼 커 보였던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6년 내내 기본이 바른 샛별상을 받고 졸업 할 때는 정진석 재단 이사장 상(추기경님 상)을 받으며 명동성당에서 명예롭게 졸업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식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공부보다는 인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해주고, 나에게 올바른 사람,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해 준 것은 어릴 적부터 천주교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천국의 열쇠를 읽고 나니 오늘따라 유난히 최루시아 수녀님이 보고 싶다. 내 안에 있는 천국의 열쇠를 찾아 마음이 큰 사람이 되고 싶다.


천국의 열쇠 바로가기


Q) 이번에 수능시험 본 여학생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데요.
어떤 선물이 좋을까요?

A) + 하늘사랑
이제 좀 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에게
그동안의 수고를 인정해주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선물을 마련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먼저 책으로는 <천국의 열쇠>가 있어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고전'이라는 말이 걸맞는 감동적인 내용의 소설이구요.

<천국의 열쇠> 바로가기
새로운 눈으로 인생을 설계하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내 이름을 부르시는 그분> <내 이름을 부르시는 그분-영문판>
<세상 한복판에서 그분과 함께>도 좋겠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시는 그분> 바로가기

<세상 한복판에서 그분과 함께> 바로가기
한 해를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도록
매일 한장씩 넘기는 말씀달력 <주님과 함께>

<주님과 함께> 바로가기
'희망'에 관한 말씀이 담긴 말씀 다이어리 <말씀과 함께-꽃분홍색>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말씀과 함께> 바로가기
평화로운 날 되시구요~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홈지기 수녀 드림



 

A. J. 크로닌 지음, 이승우 옮김, 『천국의 열쇠』, 바오로딸, 2008


어떤 책을 가장 먼저 소개해드릴까 고심했어요. 그러다 고른 책이 바로 A. 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입니다.

이 책은 프랜치스 치점 신부의 파란만장한, 그리고 인간애 넘치는 삶을 보여줍니다. 치점 신부는 불우한 소년기를 보냈기에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에요. 세상 속 성공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하느님의 흔적을 찾아서, 선교를 하고 생명을 구하며 사제의 길을 가지요. 성품이 워낙 강직해 다른 사제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성령강림대축일에도 신부님은 신자들에게 ‘천국은 하늘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여러분의 손에 있습니다. 천국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어디 있어도 좋은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구요.” 슬리스 신부는 공책을 뒤적이며 검열관처럼 양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또 사순절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셨지요. ‘무신론자라 해서 모두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무신론자로서 지옥에 가지 않은 사람을 한 사람 알고 있습니다. 지옥은 하느님 얼굴에 침을 뱉은 자만이 가는 곳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하셨다지요. ‘공자가 그리스도보다 유머가 풍부하다.’고요?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신부는 분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페이지를 넘겼다.
(중략)
“아무리 보아도 신부님은 이미 자기 영혼에 대한 지배력을 잃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치점 신부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그 누구의 영혼에 대해서든 지배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해본 일이 없소.”
- pp.13-14

독자들은 치점 신부를 오해할 수 없지요. 그가 중국에서 펼친 선교활동을 생생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신부는 중국 황허 유역의 벽지인 파이탄에 부임합니다. 그곳에는 무너진 성당과 초가집 같은 외양간이 있을 뿐이에요. 바로 이곳에 그는 자신의 신앙과 하느님의 뜻을 채워갑니다. 벽돌을 만들어 성당을 세우고, 페스트가 퍼지자 구호소를 마련해 재난에 대처하지요. 이때 절친한 친구인 윌리 탈록이 찾아와 도와줍니다. 그는 의사로서 자기 몸도 돌보지 않고 사람들을 치료하다 병에 걸립니다. 죽어가면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고백하지요.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손꼽아봅니다. 이론이나 격식에 얽매인 신앙이 아닌, 삶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구현한 사람의 최후. 그리고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한 사람.

“자네가 우리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주게. 당신 아들이 훌륭히 죽어갔다고 말일세. 우습단 말야… 지금도 나는 아직까지 신이 믿어지지 않으니….”
“그런 것이 무슨 문제인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프랜시스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자기의 약함이 너무나 어리석게 느껴져 아무렇게나 말이 튀어나왔다.
“하느님 쪽에서 자네를 믿고 있네.”
“속일 건 없어…. 난 회개를 하지 않았네.”
“인간의 괴로움은 모두 회개의 행위이네.”
- p.397

치점 신부는 감리교회 선교사들과 친교를 맺고, 지방 군벌들의 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주민들을 성당으로 대피시키기도 합니다. 여러 해가 흘러 늙고 쇠약해지지만 단순하면서도 강직하게, 뜨겁게 이끌어온 자신의 성직생활을 돌아보지요. 본국으로 돌아와 고향 트위드사이드 본당에 자리 잡고 한때 알았던 불행한 여인의 아들을 거두어 살게 됩니다. 고향생활이라고 해서 마냥 평화롭지는 않아요. 치점 신부를 문제시하고 이단시했던 교구청의 비서가 그를 조사하러 옵니다. 그러나 비서는 신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 자신의 보고서를 찢어버립니다. 신부가 받았던 오해와 질시는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소년과 함께 낚시를 하러 가는 마지막 장면 속에서 말이지요.

“한련꽃을 주의해라, 안드레아.”
프랜시스는 마치 놀이친구에게나 하듯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우갈에게 놀림을 받지 않도록 말이다. 안 그래도 오늘 우리가 충분한 시련을 겪었다는 건 하느님도 잘 아실 거다.”
안드레아가 화단에서 지렁이를 잡고 있을 동안 노인은 도구를 넣어두는 창고에 가서 연어 낚싯대를 챙겨들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년이 지렁이가 잔뜩 들어있는 통을 들고 허둥지둥 달려나오자 그는 큰 소리로 웃었다.
“트위드사이드 제일의 어부와 연어를 낚으러 가다니 넌 참 행복한 녀석이다. 하느님께서는 예쁜 물고기를 만드시고, 우리에게 그걸 낚으라고 주셨단다.”
손을 꼭 잡은 채 사제관을 나선 그들의 뒷모습은 점점 작아지더니 좁은 길을 따라 강 쪽으로 사라져 갔다.
- pp.644-645

이 책을 읽는 데 종교적 지식이 필요하진 않답니다.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요. 그만큼 재미있고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에요. 무엇보다 치점 신부의 말과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메시지가 아름답습니다. 천국문의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

- 광고팀 고은경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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