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머튼의 단상〉
정찬양 기자  |  <들소리신문> [1501호] 2013.12.05  

   

〈토머스 머튼의 단상〉
토머스 머튼 지음/바오로딸 펴냄

 

수도자가 다시 ‘세상’을 붙들다
은수자 토머스 머튼이 말하는 ‘세상 참여’의 이유

 

 

   
토마스머튼

“그리스도교의 ‘세상으로의 개방’은 피조물과 인간을 참으로 존중하며, 인간의 자연적이고 역사적인 배경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인간의 필요·고뇌·한계·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죄책감을 함께 나누는 것에 동의하지 않은 채 오늘날 인간이 처한 역사적 상황에서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을 웃음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1915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스물네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 대학 문학박사로서 화려한 작가 생활을 했으나 스물여섯 살에 켄터키 주 겟세마네 트라피스트 봉쇄수도원에 들어가 1968년 방콕에서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칠 때까지 수사의 삶을 살았던 토머스 머튼의 글을 엮었다.

 

수도원에 입회하면서 세상을 떠난 그가 수도원에서 다시 붙든 것은 ‘세상’이었다. 그는 수도원에서 “문명사회라는 환경에서 발전시킨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문명사회의 목표로 보였던 것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던 것”을 버리는 훈련을 부단히 반복했다. 그러나 세상으로부터 규정된 자신을 버리고 하나님께서 지으신 존재로서의 ‘나’를 발견하고 다시 향한 곳은 바로 ‘세상’이었다.

수사이자 영성작가로서 기독교 신앙에 있어 깊은 울림을 주는 글들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깨달음으로 안내한 토머스 머튼의 단편들을 선별해 묶은 책에서 저자는 관상수도회의 수도자들이 잃어버린 ‘세상 참여’의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나 자신은, 일생 동안 항의와 불묵종(不默從)에 전념했고, 그것이 내가 수도자가 된 이유다. 하지만 나는 항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내게는 수도생활이 우리가 단념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색다른 의상으로 개조한 것에 불과한 것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통회하는 한 방관자의 생각’이란 부제에서 보듯 머튼은 자기 자신이 시대의 요구들로부터 너무나 오랫동안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방관자’라고 고백한다. 때문에 이 책 이전의 작품들이 시대의 요구에 대한 성숙한 인식을 갖도록 초대하는 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보다 자극적인 질문과 역설을 통해 시대의 요구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그는 “은수자가 되되 개인주의자가 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진정한 고독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깊이 깨닫는 것이지 세상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 세상 안에 숨겨진 하나님의 현존과 지혜, 세상의 요구와 거짓을 제대로 보게 하는 진정한 고독을 강조한다.

1956년부터 1965년까지 일기를 비롯해 머튼이 읽은 책들과 경험한 사건들, 관상적인 삶에 대한 반추, 당대의 현안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 통찰, 관찰들이 두루 포함돼 그의 일생에서 중요한 시기에 그의 사고가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5부로 구성된 책에서는 신학과 철학뿐 아니라 역사, 정치, 윤리, 심리학, 과학, 문학, 예술, 현대의 삶과 가치관 등 방대한 분야를 다루면서 일관되게 집중하는 부분은 그리스도인들의 세상 참여이다. 또한 편협한 종교관과 세계관을 확장함으로써 풍성한 신앙생활과 진정한 그리스도 신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통찰을 제공한다.

머튼은 분열된 것을 결합시키는 것에 대해 통합에 대한 강요나 일방적인 흡수의 방식은 정치적인 것으로 더욱 심한 대립만 가져올 뿐인 것을 지적, “우리는 모든 분열된 세상을 우리 안에 수용해야 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분열된 세상을 초월해야 한다”고 말한다.


http://www.deulsori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618

[편집장의 독설]

바오로딸출판사 편집장 문정숙 수녀

“책은 삶의 방향 이끄는 가이드죠”
어릴 때부터 ‘독서’ 익숙 … “늘 곁에 있는 친구”
정기적 모임 통해 함께 읽고 나누는 습관 권장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 담긴 것이 ‘좋은 책’”

 

발행일 : 2013-12-01 [제2872호, 16면]

 ▲ 문정숙 수녀는 “실용적인 접근은 진정한 책 읽기를 이뤄내지 못한다”며 “책을 내면적으로 읽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읽기란 물 흐르는 것처럼, 때론 당연하리만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에게 책이란 늘 곁에 있는 친구와도 같습니다.”

바오로딸출판사 편집장 문정숙(안토니아) 수녀는 지금 자신의 모습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의 책읽기라는 토양에서 키워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삶의 많은 부분을 책이 채워줬고, 그 또한 책을 보는 재미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책을 늘 곁에 두었다고.

하지만 책읽기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것 또한 쉬운 일이 될 수 있을까.

문 수녀는 “어떤 필요에 의해 책을 읽는다는 것, 의도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내면적으로 읽어가는 과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책을 읽으면 재미와 감동을 비롯해 내 인생을 풍요롭게 채우는 많은 것들이 뒤따라오는데, 일종의 실용적인 접근은 진정한 책읽기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도 사람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덧붙인다.

문 수녀는 책에 푹 빠져 사는 시간을 딛고 정서적인, 지성적인, 영성적인 성장을 이뤄갈 수 있었다.

그는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안에 든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매순간 자신에 대해 알고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도 책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좋은 책’이라고 소개한다. 인간의 모습을, 비록 그 모습이 하느님 앞에서 너무나 약하고 초라하더라도 왜곡하거나 건너뛰지 않고 솔직히 바라보는 책 말이다. 그 안에서 자신을 솔직히 바라보고 하느님의 손을 잡고 감사와 기쁨, 그 은총을 고백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은 어김없이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책 목록에 자리를 잡는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 시절에 읽은 「산 바람 하느님」이라는 책은 그에게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주인공인 김정훈 부제가 그 젊은 나이에도 진지하고도 절실하게 신앙에 대해 고민하고, 고통 중에서도 하느님을 선택해나가는 모습은 문 수녀의 내면을 열광케 했다. 토머스 머튼 신부의 저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성찰하면서 더 좋은 삶을 선택하고,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는 길에 기댈 수 있는 내면의 기둥으로 단단히 섰다.

이러한 책읽기 안에서 문 수녀는, 여럿이 함께 읽고 그에 대한 생각과 의미를 나누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정기적인 모임 등을 통해 나눔을 이어가는 것은 독서습관 형성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객관화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와 힘을 키울 수 있고, 보다 깊이 있는 친교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준다.

“인생에 있어 책 한 권이 주는 선물과 그 영향력은 무궁무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앙을 키워가는 데에도 기도와 함께 독서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나를 알고 이웃을 알고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말씀을 선택해 살 수 있도록, 필요한 책만이 아니라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그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여럿이 함께 관심과 힘을 모으길 바랍니다.”



■ 내 인생의 책은…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민음사)

몇 번이나 정독하고 오랜 기간 소장했었다.시골 본당에 부임해 수많은 갈등을 겪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임을 고백하고 하느님 안에서 감사하는 한 사제의 이야기다.

베르나노스의 작품에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갈등 등 다양한 감정의 흐름을 낱낱이 포착해 섬세하게 표현한 묘사가 있다. 인간의 약함과 솔직하게 대면할 수 있게 한 책이었다.



「강우일 주교와 함께하는 세상」(바오로딸)

강우일 주교님께서 쓰신 글은 매우 신선했다. ‘주교’라는 입장에서 영성적, 교의적인 것만 일방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세상살이, 살림살이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시고 문제점을 체감하시고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실천할 방향을 알려주시는 모습에 큰 신뢰를 느꼈던 것이다.

‘사회교리는 나와 무관한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신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내서다.



「토머스 머튼의 단상」 (바오로딸)

현대 신학적인 내용뿐 아니라 철학, 역사, 정치, 윤리, 심리학, 과학, 문학, 예술, 영성 등 방대한 분야를 다루는 책으로, 읽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구체적인 삶의 지침서와 같이 다가온다.

읽는 내내, 읽을 때마다 내 삶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을 ‘건드려’ 깊은 사색과 묵상으로 이끌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권하고, 나의 책꽂이에도 두고두고 보는 단상집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58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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