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후감]「주름을 지우지 마라」를 읽고

늙음은 하느님의 신비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2-09 [제2881호, 17면]


 

늙음은 축복이며 늙음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인생은 완성된다는 늙음의 미학, 그러나 우리 시대를 잘 풍자한 요즘 유행하는 노랫말에 노인들의 마음은 더 처량해지려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요즈음 부쩍 늘어난 노년층이 즐겨 부르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런데 며느리들은 이렇게 바꿔 부른다 한다.

“네 나이가 어때서 딱 죽을 나이인데…”

이런 노래를 듣는 노인들은 늙음이 주님의 축복이라면서 하느님의 선물로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이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젊어지고 싶어 주름살도 없애고 열심히 체력단련도 한다. 저자는 주름을 지운다는 것은 연륜으로 쌓은 인생을 지우는 것으로 스스로 자기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만은 없는 이유들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죽음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 하느님이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창조하신 것을 깨닫지 못하기에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죽음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죽음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임을 안다면 자신을 비울 수 있고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헬렛서, 지혜서를 묵상해 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길이 보이게 되고 자신의 젊어지려는 허망한 욕망은 자연히 상쇄될 것이다.

늙고 죽음에 너무 호들갑 떨 필요가 없고 미화시키지도 말며 예찬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죽음도 현재가 되니까 지금 제대로 하느님의 뜻에 맞는 내적인 삶을 살면 죽음도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조용히 찾아오지 않을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는 중요한 자각을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저자의 바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죽을 때 “하느님 감사합니다”하는 기도로 세상을 찬미하며 눈감을 수 있을 것이다.


[신심서적33권읽기] 1월 선정 도서

「주름을 지우지 마라」의 저자 이제민 신부

“영성은 늙음을 받아들이고 귀 기울여 향하는 데서 무르익죠”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1-01 [제2876호, 16면]


 ▲ 이제민 신부는 나이를 먹는 데에도 경지가 있다고 강조하며, 노년의 영성은 젊음 안에 잉태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이제민 신부의 책 「주름을 지우지 마라」는 ‘가톨릭독서문화운동-제2차 신심서적33권읽기’의 2014년 1월 선정도서다. 도서선정위원회는 「주름을 지우지 마라」가 나이 듦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기, 인생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 자체가 하느님의 아름다운 창조물임을 드러내고 노년의 영성으로 초대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제민 신부는 마산교구 소속으로 1980년 사제로 서품되었다. 1979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에서 신학 석사학위, 1986년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기초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로 가르쳤으며 여러 본당을 거쳐 현재 명례성지에 살면서 '녹는 소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직 억새가 한창인 초겨울 낙동강 밀양 명례성지에서 저자를 만났다.



“‘구구팔팔이삼사(9988234)’, 아흔아홉 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앓고 죽는다는 유행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른 셋의 나이로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 속에 처참하게 돌아가신 예수님은 불행한 인생을 사신 걸까요?”

이제민 신부의 자전적 신학 에세이 「주름을 지우지 마라」(이제민 신부 저/239쪽/1만 원/바오로딸)는 누구나 병들고 죽기 마련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고 노년의 영성으로 초대한다.

한국사회는 이미 고령화 시대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빙과 젊음을 상품화하며 늚음을 기피하도록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교회 공동체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사목이 시도되고 있지만 이들은 사목적 대상일 뿐 주체적인 활동에서 제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어떤 이는 젊음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사는 기술, 치매에 걸리지 않고 노년을 즐기는 시술을 연마하는데 온 시간을 쏟습니다. 하지만 영성은 이런 잔기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늙음을 받아들이고 늙음에 귀 기울이며 늙음을 향하여 사는데서 무르익습니다.”

이제민 신부는 사회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힐링과 웰빙 광풍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던진다.

“우리에게는 ‘치유’라는 좋은 단어가 있습니다. 힐링과 웰빙이라는 단어는 상업성이 짙어 보일뿐더러 자기중심적인 단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눈치채야 합니다. 나만 치유되고 나만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모습들 말입니다.”

이 신부는 예수님을 찾은 병자들의 예를 들어 “예수님을 찾아간 병자들은 ‘힐링’을 위해 찾아갔겠지만 예수님이 함께 기도해 주심은 단순히 육체적인 치유에 그치지 않았다”면서 “고통 중에도 하느님이 계신다는 ‘현존’을 알려주시는 예수님은 우리의 마음까지 치유해주신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 이제민 신부는 ‘나이를 먹는 데에도 경지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시간적인 경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책은 “노년의 영성은 나이를 초월하기에 천수를 누려도 얻지 못하는가 하면, 젊은 나이에 얻을 수도 있다”면서 “예수님이 이미 30세에 노년의 영성에 이르신 것처럼 ‘늚음은 젊은 안에 잉태되어 있다’”고 표현한다.

“노인의 경지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신부는 “자녀들 역시 부모님의 인생에서 묻어난 것들을 인정하고 함께 있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년층을 대하는 젊은이들에게 ‘함께 있음’을 강조한다. 노인을 대우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가 ‘함께 있음’에서 사랑도 희생도 싹틀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든 때에는 제때의 의미가 있으며, 제때에 충실할 때 아름답다.… 10대는 10대에 맞는 얼굴이 있고, 40대는 40대에, 80대는 80대에 맞는 얼굴이 있다. 늙음은 쇠함과 추함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완성시킨다.”


이도경 기자 (revolej@catimes.kr)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5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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