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통해 마음의 산책을 다녀오다
수필에는 은근하고 편안한 매력이 있다. 난해하지 않으면서 읽는 즐거움을 주고, 깨달음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추억에 잠기게 한다. 따뜻
한 위로, 기분좋은 설렘, 짧지만 긴 여운이 있는 글.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피천득 수필집 <수필>에 나오는 이 문장처럼 수필에는 그만의 향기가 있다.
여기, 평범한 일상 속에 숨은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향 깊은 수필집 한 권이 있다. 원로 수필가인 저자가 연재했던 청주교구 주보 ‘깊은 골짝 옹달샘’ 면의 글을 모아, 4부에 걸쳐 모두 84개의 이야기들로 엮은 묵상 수필집이다.
젊은 시절 청력을 잃는 크나큰 고통 가운데서 습작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마침내 주님 앞에 설 수 있었던 체험, 소소하지만 미루지 않는 사랑이 주는 기쁨, 누추한 일상에서도 부단히 복음적 선택을 하도록 스스로를 재촉하는 의지….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있어 더 공감이 가는 이 책에서 특히 곱씹는 듯한 저자의 섬세한 문체가 마음을 두드린다.
한때 저도 세상이 저를 버린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저를 버리려고 했습니다. 청력 상실의 파고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세상 속에서 완전한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으니까요. 막 물오른 봄 나무 같은 때에 세상과의 단절은 가정도 희망도 내일도 다 가져가 버렸습니다. 사는 일보다 죽을 일에 골똘했습니다. 본인이 닫은 문은 스스로 열기 전에는 누구도 열 수 없습니다. 그 공간에서 하느님 어디 계시냐고 울부짖었습니다. 정녕 저를 버리실 거냐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살고 싶다고 떼를 썼습니다. _본문 중에서
가슴에 쌓이는 첩첩의 울분을 쏟아놓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누군가를 향한 원망이든 간절한 기도든 애원이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무작정 쓰고 나면, 마음속 응어리들을 다 토해내고 나면 숨쉬기조차 힘든 가슴이 조금이라도 트이는 것 같았으니까.
그 무렵 그에게 있어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행위는 진정 살기 위한 몸부림 아니었을까. 어둡고 아픈 터널을 지나 지금 글 쓰는 사람으로 주님께 사랑을 드릴 수 있어 최고로 행복하다는 저자의 고백에, 모진 애를 쓰며 견뎠을 그 시간이 느껴져 마음이 저릿하다.
성경의 깊은 골짜기에서 내는 소리와 울림을 듣고, 주님의 말씀을 눈으로 읽지 않고
마음으로 읽어내는 이분의 걸음 따라가다 보면 마음 한 자리에 평화의 싹이 돋는
사랑의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_도종환 시인의 추천글 중에서
‘하느님께 가는 길은 기도였고 세상과 소통하는 길은 글쓰기’였던 작가의 산책길 따라 우리도 함께 걸어가 보면 어떨까. 걷다가 걷다가 깊은 산속 옹달샘을 만나면 사랑 한 모금, 기도 한 모금, 은총 한 모금, 감사 한 모금 마시고 사분사분 가리라.
http://www.pauline.or.kr/bookview?code=18&subcode=05&gcode=bo1005545&c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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