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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바오로딸

고 이태석 신부와 한 달 함께 지냈던 추억 책으로 엮은 박진홍 신부

by 바오로딸 2020. 1. 9.

“톤즈는 슬픈 땅이 아니에요 이태석 신부가 희망을 심었기에”

이태석 신부와 인연으로 2006년 톤즈 찾아
“선교사들 혼신 다하는 세상 곳곳에 관심을”

 

“이태석 신부님은 ‘톤즈를 웃게 한 사람’입니다. 아프리카는, 남수단 톤즈는 슬퍼서 울고 있는 땅이지만, 그가 있어서 슬프지 않습니다.”

올해 10주기를 맞는 고(故) 이태석 신부(살레시오회)와의 ‘한 달 살기’가 책으로 나왔다. 대전 주교좌대흥동본당 주임 박진홍 신부가 2006년 겨울,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와 한 달을 지낸 기억과 기록을 모아서 「톤즈를 웃게 한 사람」(바오로딸)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두 신부의 인연은 중학교 시절부터 이어졌다. 박 신부는 대전교구 세종 전의성당에서, 당시 군의관으로 군복무 중이던 이태석 신부를 처음 만난다. 중3때부터 ‘아리랑 열두고개’라는 노래를 애창곡으로 부르고 다녔던 박 신부는 그 노래가 이 신부의 곡이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서품을 받고 2004년부터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회에서 거주하며 서울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던 박 신부는 2006년 이 신부의 초대로 톤즈에서 한 달 동안 생활했다. 그리고 다음(Daum) 카페에 톤즈에서 지낸 이야기들을, 온갖 농담과 장난, 이모티콘을 담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이 신부의 암 선고 후 더 이상 글을 올릴 수 없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8년, 남수단 출신 유학생 토마스 타반 아콧이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던 날 이 신부의 동상 앞에서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태석 신부님은 선교사였습니다. 제가 아는 선교사는 예수님 때문에 자신의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입니다.”

두 사람이 의견을 달리 했던 주제가 있다. 이 신부는 아프리카, 톤즈가 슬프다고 주장했고, 박 신부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발목이 부러진 아이가 5일 동안 100㎞를 걸어서 진료소에 왔어요.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다치는데, 병원을 찾아오지 않아서 평생 불구가 돼 앉은뱅이가 되거나 기어다닌다고 합니다.”

2006년 톤즈에서 함께 한 이태석 신부(왼쪽)와 박진홍 신부. 박 신부가 당시 추억을 담아 낸 책 「톤즈를 웃게 한 사람」. 바오로딸 제공

박 신부가 ‘슬픈 톤즈’를 부정한 이유는 바로, 이태석 신부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 아이가 100㎞를 부러진 발목으로 걸어왔다는 것은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오면 이태석 신부님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신부님은 다친 다리로 5일을 걸어온 아이를 보고 슬픔의 눈물을 흘렸지만, 저는 그 아이가 5일을 굶어가며 찾아오는 신부님을 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그래서 박 신부는 아직도 톤즈가 슬퍼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는 함께 생활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처절하지만 감동적인, 소소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일화와 느낌들이 가득하다. 곰팡이 핀 떡으로 만든 떡볶이, 수많은 별똥별을 보다가 어느 순간 그것들이 반딧불이었다는 각성, 부족 간의 전쟁, 처음으로 악기를 손에 든 아이들의 음악적 천재성….

2020년은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다. 박 신부는 10주기의 희망을 요약했다.

“이태석 신부를 아는 모든 이들이 함께 미사에 참례하길 바랍니다. 남수단에는 이제 토마스를 비롯한 제2, 제3의 이태석 신부가 있을 테니, 이제 남수단만 보지 말고 선교사들이 혼신을 다하는 온 세상 곳곳을 두루 살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와 같이 우리도 희망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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