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에 목마르고 의뢰인에 따뜻한 참 법조인”
후배들에게 “옳다고 여기는 정의를 선포하라” 강조
봉욱 변호사·前 대검 차장 입력 : 2020-04-06 오후 1:31:49
故 김동국 판사
법조인(法曹人)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정의감, 사명감, 인간애를 많이 꼽습니다. 몇 해 전 하늘나라로 떠난 김동국 선배는 '정의로운 판사'이자 '불굴의 변호사'였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그 얼굴이 떠오릅니다. 김동국 선배라면 어떻게 했을까? 법조인 김동국의 숨결과 발자취는 유고집, '사랑으로 법을 살다'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판사 김동국은 정의에 목말라한 법관이었습니다. 국민 관심이 집중된 '옷로비 의혹사건'과 '조폐공사 파업 유도사건'의 영장 판사로 단호하게 결정했습니다. 후배 판사들에게 '기꺼이 세상의 여론과 맞서 옳다고 여기는 정의를 선포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사회정의에 대한 열정도 컸습니다. "내가 투표하는 이유는, 비록 3천 8백만 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저와 가족들, 친구들이 함께 사는 우리나라가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고, 가진 이들이 사회적 약자에게 양보하며, 국민 다수가 더욱 평화를 추구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18년간 간암 투병에도
의뢰인 위해 몸 아끼지 않아
변호사 김동국은 진실을 밝혀내고 억울함을 풀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변호인입니다. 1988년 간암 판정을 받은 후 18년의 투병 중 간 이식 수술 1회, 간을 도려내는 수술 3회, 폐 절제 수술 2회, 늑골 절제 수술 1회, 간 색전술 처치도 12회 받았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라는 소견을 들으면서도, 의뢰인을 위한 변론에 혼을 쏟아부었습니다. 가슴 통증으로 서러운 마음이 북받쳐 차에서 큰 소리로 울면서도, 의뢰인의 고통을 위로하며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삶도 힘들고 진실도 멀리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진실은 때로 목숨과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억울한 시민이 생기지 않도록 먼 길 갔다 돌아옵니다. 진실을 위해서는 남극이라도 가야지요. 으랏차차∼ 기운 내면서 말입니다."
법조인 김동국은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아파해주는 인간미 가득한 사람입니다. 실형이 확정된 의뢰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다가 눈물이 가득 고여 말을 잇지 못합니다. 재판이 다 끝난 후에도 의뢰인의 살림살이와 직장생활을 챙기며 조언해줍니다. 암 수술 후 병실로 찾아온 의뢰인들을 '맑은 날 햇살같이 밝은 모습으로 맞이하여' 놀라게 합니다. 저 또한 함께 근무했던 군법무관 시절 집안의 큰 교통사고로 마음이 무너져내릴 때 김동국 선배로부터 받은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잊지 못합니다. 가야 할 길을 물으면 늘 힘차게 응답합니다. "그럼, 당연하지!"
참 법조인 김동국의 중심에는 굳건한 신앙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무죄 변론은 판사의 언어로, 신앙 고백은 하느님의 언어로 하는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꽃샘 바람이 차갑게 불어 움츠러드는 봄날 아침 김동국 선배의 기운찬 음성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선배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봉욱 변호사·前 대검 차장
투병 중에도 약자들의 인권 위해 힘쓴 법조인이자
하느님 사랑 실천하며 산 신앙인 '김동국' 변호사 유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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