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수도자들이 꼽은 ‘성소의 뿌리가 된 도서들’
가톨릭평화신문 2020.05.03 발행 [1562호]
하느님의 부르심은 책 속 활자에도 숨어 있다. 3일 성소 주일을 맞아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자신의 ‘성소 꿈나무’에 물과 햇빛을 부어준 책들을 소개한다.
-헨리나웬 「제네시 일기」(바오로딸)
-장 바니에 「공동체와 성장」(성바오로)
헨리나웬의 「제네시 일기」는 제가 수도원에 오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수도자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여겨질 만큼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침묵과 봉헌, 사도직을 통해 하느님을 갈망하는 시간을 저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28살, 수도원에 들어올 때 목마른 사슴처럼 무언가를 찾았는데 이 책에 답이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토마스야, 수도생활을 해보겠니?”라고 초대해준 책이었습니다.
장 바니에의 「공동체와 성장」도 수도원에 대한 갈망을 일으킨 책입니다. 공동체를 통해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 테오 코부쉬 「그리스도교 철학 : 주체성의 발견」(가톨릭출판사)
여러 철학적 관념과 그리스도교 신학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저자는 ‘주체성’이라는 철학적 관념의 원천이 다름 아닌 교부들의 발견, 즉 그리스도교에 있음을 밝히며 이처럼 신학에는 철학적인 의미와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철학과 신학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날 두 학문이 분리되어 독립적인 영역을 만들어가는 현 상황과 철학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많은 이들을 향해,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철학과 신학에 대한 통합적인 통찰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 준비하는 신학생들에게 그리스도교 신학을 공부하면서 신앙적 유산을 통찰하는 계기이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경세원)
저에게 고백록은 성경을 제외하고 모든 역사를 통틀어 인간이 펜을 쥐고 쓴 책 중에 가장 잘 쓴 책이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대부분의 성직자와 달리 30대에 자신의 성소를 발견했습니다. 삶의 여정에서 하느님을 더 깊이 만나고 싶은 억누를 수 없는 욕구를 발견한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고백록은 늦게 성소의 길을 발견하고 걷고자 했던 저에게 큰 내적 공명을 일으켰습니다. 신학자가 되고자 하는 꿈을 심어주었고,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사제가 되고자 하는 열망도 곁들여 생겼습니다.
-M.아가다 「빵나무」(바오로딸)
아주 어릴 때 수도자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보자기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는 곧잘 수녀 흉내를 내곤 했는데요.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하느님과 함께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책은 10살 무렵에 읽은 책 「빵나무」입니다. 주일학교에서 받은 책이었는데요. 집에 가지고 와 단숨에 읽고 마음이 뭉클해져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따뜻한 책이죠. 빵나무에 나오는 가족이 우리 같았고, 어머니 같았어요. 도움을 청하는 이웃에게 항상 베푸셨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까닭일 겁니다. 나그네를 대접한 그 가난한 집에 나그네가 떠나면서 준 세 개의 씨앗으로 빵나무가 열려, 이 가난한 가족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하면서 가슴이 뜨거웠던 그때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수녀원에 입회해 알았네요. 바오로딸이 만들었다는 걸요. 참,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지금은 개정되어 예쁜 색깔로 더 곱게 단장한 이 책, 「빵나무」를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추천합니다. 코로나19로 힘든 때에 더 소중한 이야기에요.
이 밖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이태식 부제의 유고집 「태시기가」(가톨릭시보사)를 읽고 사제 성소의 꿈을 키웠다고 밝힌 바 있다. 성바오로수도회 한국관구장 황인수 신부는 한 수녀의 성소 이야기를 1인칭으로 풀어쓴 소설 「떠날 수 있다면 떠나시지요」(가톨릭출판사)를 추천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 기사 원문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778174&path=2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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