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증인 김대건 신부를 만나다
한국교회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희년을 선포, 신자들이 김대건 신부님을 만나고 본받도록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님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희년을 맞아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간행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한」은 라틴과 한글 대역본이고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 있어 좀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할 수 있고 생활성서사에서 나온 「성 김대건 신부 바로 알기」는 편지글을 발췌하여 김대건 신부의 삶과 영성 등을 설명하는 책자이다. 이 책은 신자들이 손쉽게 읽고 접할 수 있는 김대건 신부의 편지글이다. 조선에 입국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수 차례 국경을 넘나드는 모습, 멀리 북방 입국로 개척을 위해 훈춘과 경원을 탐색하고 돌아온 이야기다. 그리고 조선에 들어와 신자들을 대동하고 바닷길로 상해까지 다녀온 이야기, 마침내 체포되어 순교에 이르기까지 선교사를 영입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하는 젊은이다운 그의 열정과 기백, 오직 예수 마리아에게 의탁하는 신앙과 헌신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열정과 기백
김대건 신부는 조선 입국의 길을 알아보기 위해 길을 나서면서부터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 학장인 르그레즈와 신부, 리브와 신부 그리고 조선 대목구장 페레올 주교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의 내용은 그 지역의 정황, 지리 역사적 설명, 그리고 겪게 된 일들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대처한 태도들의 묘사를 통해 그의 신앙적 열정과 당당한 기백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이 와서 우리를 붙잡으며 여러 가지로 힐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신부님들은 아무 대꾸도 없이 곧장 걸어갔습니다. 저는 우리가 소매 속에 감추고 있던 책 때문에 매우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이 여전히 붙잡고 힐문하였으므로 제가 화난 목소리로 ‘당신네는 안녕질서를 위하여 정부에서 임명된 경찰관이면서 무고한 인민을 모욕적으로 대하느냐’고 꾸짖었더니 그들은 우리를 내버려 두고 떠나갔습니다.”(68쪽)
“그들은 다시 신자들과 선교지에 해를 끼칠 여러 가지 정보를 묻기에 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화가 나서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혹독하게 고문할 것이오’라고 큰소리로 호령하였습니다. ‘마음대로 하시오’라고 대답하면서 저는 여러 가지 형구가 있는 데로 달려가 그것을 감사의 발치에 던지며 ‘나는 모든 준비가 다 되어있으니 칠 테면 치시오. 나는 당신들의 고문을 두려워하지 않소’ 하고 말하였습니다. 포졸들은 이내 그 형구를 집어치웠습니다.”(188쪽)
명민한 주도력과 판단력
편지 곳곳에 중국과 조선 사회의 정치와 사회, 지리에 대한 보고가 명쾌하다. 기행문처럼 쓰인 내용들을 읽다보면 김대건의 최대 관심사를 알 수 있다.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의 초점이 조선 입국의 목적에 맞춰 있기에 편지글은 따뜻한 내면의 이야기보다 팽팽한 긴박감을 느끼게 한다. 아울러 읽는 사람들을 중국과 몽골 그리고 조선의 지리와 역사적 상황에 빠져들게 하는 재미도 있다.
“성문에는 군인이 지키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통행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저는 그때 마침 변문에서 소를 몰고 돌아오는 사람들 틈에 끼여 지나갔습니다.”(79쪽)
“제가 중국에서 용납되는 것은 사람들이 저를 중국인으로 알기 때문이고, 잠깐 동안이나마 조국 땅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외국인의 자격이었습니다. 아! 인류 대가족의 공동의 아버지께서, 천주 성자 예수님이 전 인류에게 전하여 주러 오신 무한한 사랑 안에 모든 자녀를 포용할 날이 언제쯤 오겠습니까!”(111쪽)
하느님께 온전히 맡기는 용감한 신앙과 겸손
자신의 육체적 나약함 그리고 시대 상황의 막막함 앞에서도 한 치의 물러남이 없다. 인간의 도움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정황에서도 움츠러 들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자리에서도 언제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을 읽다보면 묘한 긴장감에 빠져들게 되고 마음이 뜨거워진다.
“저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열한 명의 신자들과 함께 배에 올랐습니다. 이들 가운데 네 명만 사공이고 나머지는 모두 바다를 구경도 못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구원을 바랄 수 없어 오로지 하느님의 도우심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산둥 배 한 척이 나타났는데 우리를 보고서는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저는 깃발을 흔들고 북을 치면서 그들을 불렀습니다.”(155. 159쪽)
“저는 계획을 세우고 원의를 지닌 것 외에는 한 일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보고 드릴 것이 많지도 않습니다.”(172쪽)
연민의 마음과 치밀한 관찰력의 순교사와 순교자들에 대한 태도
신앙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과 동포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잘 드러난다.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지 않고 객관적으로 묘사해 가는 가운데 설핏 설핏 보이는 깊은 사랑의 자리가 더 아련하게 다가온다. 순교 후 가장 가까운 시기에 삽화까지 넣어 객관적으로 기록한 순교사와 순교자들에 대한 내용, 그 정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매우 분명하게 피력한다.
“조선에서는 많은 아기들이 반점으로 얼굴이 흉해지는 병(천연두)으로 죽어가는데, 그 병을 퇴치할 수 있는 처방을 자세히 적어 보내주시기를 스승님께 청합니다”(133쪽)
“지극히 공경하올 신부님들!
당신들은 그리스도와,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육지에서나 바다에서나 집에서나 길에서나 외인들 편에서나 신자들 편에서나 박해자들과 거짓 형제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으셨습니까! … 이 눈물의 골짜기에 갇혀있고 사방의 적들한테서 공격을 받는 비참한 우리를 자비로운 눈길로 굽어보소서. 당신들은 얼마나 큰 사랑으로 당신들의 선교지를 사랑하시고 모든 영혼을 구원하기를 열망하셨습니까!”(245쪽)
초기 한국교회사에 대한 바른 이해와 관심
이 책은 교회법의 전문가인 역자가 그 당시의 한국교회 역사와 교회용어 등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편지 내용을 더 잘 알고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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