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는 길을 만나 희망으로 걷다
교황님을 모시고 교황청에서 시사회를 열어 찬사의 박수를 받고 2022년 11월 30일에 개봉했던 영화 <탄생>과 같은 역사적 배경을 가진 소설이다. 한국 최초의 신학생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를 주인공으로, 초기 한국천주교회 박해를 피해 생활했던 그들의 삶의 자리에서 시작한다. 부르심에 응답하는 각자의 마음 지향과 신학 공부를 하러 떠난 험난한 마카오 유학길, 신학생으로 지내며 겪는 두려움과 갈등, 설렘과 좌절, 기쁨과 감동이 흥미진진하게 전해진다. 「세 신학생 이야기」(2012)의 내용을 일부 다듬고 디자인을 새롭게 하여 펴낸 개정판이다. 저자의 문학적 표현과 묘사를 통해 아름다운 순우리말의 정취를 많이 접할 수 있고 현재 자주 사용하지 않는 표현은 괄호에 설명을 달아놓아 운치를 더해준다.
가슴 뛰게 하는 길 앞에서
인생을 걸게 하는 가슴 뛰는 소명을 만나는 순간과 자리는 예기치 않으며 사람마다 다르다. 그 길을 걸을지 말지는 오직 그 본인만이 선택할 수 있다. 결정을 돕거나 방해하는 여러 가지 일들 앞에서 바른 식별의 길은 무엇일까?
신부神父가 되지 않겠느냐는 부르심 앞에서 소설이 그린 최양업, 최방제, 김대건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움직인 지향도 저마다 다른 빛깔이다. 이들의 갈등과 선택은 청소년 · 청년들에게 하나의 등불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이들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길을 걸으며
신부가 되겠다는 목적은 같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고 성격도 다른 세 젊은이가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갈등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우정을 깊여가는 디딤돌이 되고, 유학길의 두려움과 고난 속에서 자신들이 서약한 사랑과 순명의 의미를 깊이 깨달아 가는 세 젊은이의 진한 우정과 믿음의 여정이 흥미와 감동을 전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으로 걷다
목숨을 걸어도 좋을 만큼 가슴 뛰는 길을 만나 걸어도 기쁨과 감사의 사이를 비집고 유혹과 갈등, 절망으로 이끄는 슬픔은 계속 찾아온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세 청년이 그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었던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지, 그 희망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생명력은 무엇인지, 그들과 함께 걸어가며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백 년 전 세 젊은이가 걸어간 길을 담은 이 소설은 오늘날의 젊은이들과 신앙인들에게도 하나의 길이 되어줄 것이다. 어려움에 지쳐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찾아올 때, 이 책은 세 청년이 내미는 손을 잡고 다시 용기를 내어 걸어가자고 초대한다.
이전에 어느 누구도 걷지 않았던, 감히 바라볼 수조차 없던 길을 걸으면서 험난한 장애물들을 헤쳐 나간 첫 신학생들의 불굴의 의지와 피나는 노력이 고맙습니다. 선도자로 나선 그들은 마침내 기꺼이 생명을 바쳐, 하느님을 모르던 이들과 하느님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을 이끄는 길이 되었습니다. 신앙의 나침반이자 등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우리처럼 두려움에 떨며, 자신의 약함을 뼈저리게 느낄 때도 많았을 겁니다. … 날이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어려워진 여건 속에 있는 젊은이들이 이백 년 전 세 청년이 걸어간 길에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처럼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키워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8-9쪽) _지은이의 말 중에서
대건이 양업과 방제의 손을 꼭 잡았다.
셋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죽을 고비를 넘긴 셋은
비로소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를 실감했다.
대건이 선창했다.
“천주님을 위해 한날한시에 죽기를 각오한다!”
방제와 양업이 눈을 마주한 뒤 한목소리로 되뇌었다.
“천주님을 위해 한날한시에 죽기를 각오한다!”
셋은 둥그렇게 서서 진정으로 한 형제가 된 기쁨을 나누었다.
모진 고난을 함께 넘으며 쌓은 우정이었다.
태풍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우애였다. _뒤 표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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