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22 03:14
[평창 성필립보 생태마을 12년째 일구는 황창연 신부]
10만㎡ 조성… 年 3만명 방문
"유기농 먹고 숲 바람 쐬고 평상에 누워 별똥별 세고… 아토피도, 마음도 금새 낫죠"
강원도 평창 성(聖)필립보 생태마을 관장 황창연(47) 신부는 "생각해 보면 간단한 원리"라고 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고 거스르면서 생긴 병이 '하느님 주신 대로' 돌아가면 치유받는다"는 것이다. "방학 때 한 달이 지나면 더 이상 긁지 않고, 길어도 두 달이면 피부가 제 빛깔을 찾아요. 하지만 껌이라도 한번 씹으면 다시 벌겋게 아토피가 올라옵니다."
◇"하느님 주신 대로의 자연스러움"
황 신부는 평창 삼방산 기슭 10만㎡(약 3만평) 땅에 2000년 12월 성필립보 생태마을을 세워 12년째 손수 넓히고 가꿔왔다. 지금은 연 3만여명이 찾아와 알록달록한 야생화 길을 산책하고, 2만㎡(6000여평) 텃밭에 자라는 60여종 유기농 작물을 가꾸며, 밤이면 천문대나 강가에 마련된 평상에서 쏟아지는 별을 바라본다. 직접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에, 상추 치커리 부추 미나리 같은 쌈 채소 등을 실비로 즐길 수 있다.
- 지난 14일 강원도 평창 성(聖)필립보 생태마을로 1박 2일 피정을 온 서울 염리동성당 노인대학 어르신들이 황창연 신부(가운데 신부복 입은 사람)와 함께 유기농 상추를 따며 활짝 웃고 있다. 황 신부는“자연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험하도록 해주는 것도 이 시대 교회가 할 수 있는 예언자적 역할”이라고 했다. /성필립보 생태마을 제공
휴식과 피정, 환경교육과 체험학습이 다양하게 이뤄지는 생태마을에서는 가족 프로그램이 특히 강조된다. "가족을 잇는 소중한 끈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도시에서 온 가족들은 특히 평창 밤하늘의 별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평상에 누워서 새벽 4시까지 손잡고 별을 보던 가족도 있었어요. 아침에 아버지가 제게 그러더군요. '내 인생에 이렇게 아름다운 밤은 없었다'고요."
◇밤이면 별똥별이 쏟아지는 곳
황 신부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를 보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신학교 학부 4학년 때였다. 1992년 수원교구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아주대 환경공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까지 땄다. 1999년 황 신부는 고(故) 김창린 필립보 신부(지난 5월 17일 87세로 선종)를 찾아가 부탁했다. "생태마을을 꾸며서 아이들에게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겠습니다." 김 신부는 장학기금으로 쓰기 위해 평생 모아온 돈을 흔쾌히 내놓았다. 생태마을의 이름은 김 신부의 세례명에서 따왔다.
◇"생태마을 전국에 40곳 만들 것"
성 필립보 생태마을은 이제 직원 23명에 농번기엔 지역 주민들도 함께 와서 일하는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 됐다. 매월 5000원, 1만원씩 회비를 내고 가을엔 무농약 배추 30포기를 선물로 받는 '되살림 후원회' 회원도 2만명이다.
황 신부는 지금 경기도 여주에 약 15만평 규모의 제2 생태마을을 준비 중이다. "이런 생태공동체를 40곳 만드는 게 꿈이에요. 자연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험하도록 해주는 것이 이 시대 교회가 할 수 있는 예언자적 역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황 신부는 최근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바오로딸)라는 제목의 책도 펴냈다. 7월 말까지 환경 UCC 공모전을 해서 25개 작품에 대해 성 필립보 생태마을 2박 3일 4인 가족 무료체험권을 줄 계획이다. "산골에 오래 살다 보니 오후 8시면 자고 새벽 4시면 깨요. 해 떨어지면 자고 해 뜨기 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게 몸에 익은 거죠. 저는 그게 정말 행복해요. 더 많은 분이 이곳에 와서 함께 행복하면 좋겠어요."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원문 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21/20120621030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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