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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책과 함께

[소설] 세 신학생 이야기 - 김문태

by 바오로딸 2012. 7. 17.

 

김문태 지음, 『세 신학생 이야기, 바오로딸, 2012

 

삶의 뿌리가 되는 이들

오래도록 유교 집안이던 우리 가족은 성당에 처음으로 나가신 큰오빠로 인해 대부분 성당에 다니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하고 많은 신자분들과 우리 수도회 수녀님들의 방문과 기도를 받으며, 우리 가족은 신앙을 가진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체험했다.

그때 큰오빠는 내게 “내가 제일 먼저 신자가 되었다”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응, 오빠 고마워”라고 대답했다. 오빠는 내게, 부활하시어 제자들에게 손수 아침을 차려주는 섬세하신 예수님 같았다. 늘 나를 잘 챙기고 또 우리 집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오빠가 한 달 전에 너무 젊은 나이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슬픔을 견디어 나가면서 오빠가 내게 남겨준 것을 하나둘씩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빠는 흔들리는 내 삶을 지켜주고, 나를 하느님께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게 이끌어 주었다. 지식으로만 존재하던 구원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문제 등 모든 것을 하느님 안에 희망을 두며 다시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삶에 대한 정립을 하게 했다.

그런 오빠의 세례명이 ‘대건 안드레아’다. 오빠는 우리 가족의 신앙의 튼튼한 뿌리가 되어 주었다. 뿌리 없이 나무가 자랄 수 없고 뿌리가 튼튼하면 할수록 나무는 튼튼해지고 하늘을 향해 키를 높일 수 있다.

내 오빠처럼 한국 교회 초창기 성인들 또한 내 신앙의 뿌리가 되셨음을 최근에 읽은 [세 신학생 이야기]를 통해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생 최방제, 최양업, 김재복(나중에 대건이 된다) 세 명의 신학생 이야기다. 그들이 신부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과정 그리고 세 명이 만나서 친해지고 마카오로 가는 과정, 최방제의 죽음까지 작가의 세심한 추리와 상상으로 쓰여 있다.

그들의 노고와 아픔 그리고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최방제의 마지막 모습! 모두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나지막이 “모든 사람의 아버지와 같은 신부님이 되고 싶었는데”라는 말을 남기며 하늘나라로 가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막연하게 알았던 세 신학생의 노고와 고통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최양업 신부님과 김대건 신부님이 훌륭한 사제가 되는 데에 최방제의 죽음이 뿌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제가 되고 1년 만에 하늘나라로 가신 김대건 신부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우리 삶의 튼튼한 뿌리가 되어주었기에 한국 교회가 이렇게 성장하고 있음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우리도 각자가 처한 상황 안에서 튼튼한 뿌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5일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이다. 큰오빠가 하늘나라로 가고 첫 번째 맞는 축일이다. 내 신앙의 뿌리가 되어준 오빠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싶다.

 

- 황현아 클라우디아 수녀

*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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