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란도란 책과 함께

[피정] 나날의 삶을 하느님과 함께 - 모리스 젱델, 밀양 가르멜여자수도원

by 바오로딸 2012. 7. 30.

모리스 젱델 글, 밀양 가르멜여자수도원 옮김, 『나날의 삶을 하느님과 함께』, 성바오로, 2012

 

하느님의 초상은 어디에?

어느 날 공동체수녀님들과 대화묵상을 하는데 그날 복음은,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 몇 사람이 예수께 와서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한지 아닌지를 묻자 예수께서 황제의 초상과 글자가 새겨진 데나리온을 가져오라 하신 다음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라는 유명한 말씀을 하신 내용이었다.

돈은 세상의 첫째가는 가치다. 첫째 가치인 데나리온 동전에 세상에서 첫째인 황제의 초상이 새겨져 있다면, ‘그렇다면 황제의 초상에 대칭되는 하느님의 초상은 어디에 새겨져 있는 것일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자 하느님의 초상은 바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하고 답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렇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실 때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하시고 남자와 여자를 지어내신 후 ‘참 좋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하느님의 초상인 사람의 모습, 인간존재는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하는 하느님의 첫째가는 가치인 것이다.

그러니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의 명언을 풀면 ‘세상의 첫째 가치인 동전은 황제에게, 하느님 나라의 첫째 가치인 사람은 하느님께’ 이런 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히 따로 떼어져 하느님께 자신을 바친 성별봉헌된 이들이야말로 전적으로 하느님께 귀속되는 존재라는 데까지 묵상이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은 하느님의 것인 나의 존재가 과연 하느님의 초상으로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지를 자주 질문하면서 보낸 하루였다.

모리스 젱델 신부의 [나날의 삶을 하느님께로]라는 책을 읽으면서 바로 같은 주제가 있어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그리스도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맡겨졌으며 우리의 사명은 그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리스도입니다. 그들에게는 여러분밖에는 다른 그리스도가 없는데, 그것은 그들이 유일하게 여러분을 통해서만 그리스도를 찾을 것이며, 주님께서 여러분 안에서 사랑스런 분이 되시는 만큼 그들은 주님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복음의 기쁜 소식입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부르심이며, 그것이 우리의 손안에 주님을 맡기시는 무한히 관대한 부르심입니다.” ([나날의 삶을 하느님께로] 180-181쪽)

1879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모리스 젱델 신부는 철학박사며 시인이자 신비가였다.

오늘날 성인에 가까운 한 사람으로 존경받고 있으며, 그의 많은 저술들은 새롭고 드높은 영성과 더불어 경탄과 감동 속에서 많은 사람에게 큰 깨우침을 주고 있다.

총 16개 주제 강론이 실려 있어 개인적으로 훌륭한 피정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 박문희 고로나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 바로가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