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기야 게이코 지음, 표동자 옮김, 이지현 그림, 『하얀 돌멩이 일곱 개』, 바오로딸, 2008
힘이 되어준 동화책 한 권
언젠가 동기 수녀랑 한 공동체에 함께 산 적이 있다. 그 동기 수녀는 자주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뭘 들어?”하고 묻곤 했다. 그러면 그 수녀는 “음악”이라고 아주 자연스럽게 얘기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나는 음악이랑 별로 친하지 않다. 그래서 음악은 나를 정리하고 마음을 모으고 차분히 생각을 한다거나 하는 것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때로는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그러기에 나는 동기 수녀를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생각에 생각을 더해도 살아내기가 힘든데…’라는 생각으로 동기 수녀를 판단하곤 했다.
삶의 연륜이 생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모두가 다 다르다는 것을 체험하며 동기 수녀에게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삶 안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대면하고 풀어간다. 수도자의 삶을 살면서 혼자 겪어내야만 하는 어려움을 대면하고 풀어나가는 건강한 방법은 꼭 한 가지씩 있다. 오랫동안 성당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 가는 사람, 또는 무작정 걸어보는 사람, 하루 종일 음악을 듣는 사람 등등…
나는 주로 책을 읽는다. 그 안에서 나는 순간순간 위로를 받기도 하고 때론 아무것도 없이 책과 함께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러다 보면 어느 틈엔가 힘겨움을 견디어 내고 있다. [하얀 돌멩이 일곱 개]와 더불어 어린이 책들을 다시금 읽었다. 매우 착한 사람들이 나오는 착한 동화다. 그런 착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세상의 일에 시달려 잊어버렸던 나의 착한 마음을 만나게 된다. 세상에 그런 착한 사람이 살아줘서 고맙고 그래서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동화를 어린 시절에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안에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착한 마음을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읽어야 하는 이유는 – 하느님께서는 아이를 돌보게 하시면서 읽게 하시는 듯하다 – 그렇게 뿌리내린 착한 마음을 통해 세상에 빛을 주기 위함이다.
최근에 다가온 무력감 등으로 인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편한 동화책이라도 읽자’고 생각하며 시작한 일이 어느 틈엔가 나를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있었다.
[하얀 돌멩이 일곱 개]가 참 고마운 날이다.
- 황현아 클라우디아 수녀
*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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