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 지음, 김옥순 그림, 『달맞이꽃 울엄마』, 바오로딸, 2006


이 책의 주인공은 태아입니다. 엄마 뱃속에 든, 태어나기 이전의 생명 말이지요.

태아가 생각을 하고 감정을 털어놓는 것은 소설 속 설정입니다. 그러나 연간 몇 십만 태아가 낙태되는 시대에 이 이야기는 큰 울림을 줍니다. 태아가 살아있다고, 엄마 뱃속의 우주라고, 하느님이 보내신 선물이라고.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열아홉 살에 교도소에서 아기를 낳은 K의 이야기였습니다. K는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에게 버림 받고 입양되었습니다. 그러나 양부모마저 이혼했습니다. 청소년 보호시설과 찜질방, 고시원을 전전하며 지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순대국밥집과 김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군밤 장사도 했습니다. 이도 저도 안 될 때는 도둑질을 했지요. 그러다 실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아기 아빠는 K에게 아기를 지우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K에게는 가족이 있습니다. 아기를 낳았으니까요. 교도소 안에서 아기를 키우는 것은 녹록치 않지만, 엄마 되기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아기는 K가 살아갈 이유가 됐습니다.

『달맞이꽃 울엄마』에 나오는 엄마도 아기를 사랑합니다. 아버지가 반대하시는 데다 나쁜 짓을 해서 교도소에 들어간 사람의 자식이지만, 그 이상의 인연과 뿌리로 맺어진 관계입니다. 오솔길을 걸으며 아기를 지울까 고민합니다. 풀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며 부른 배를 끌어안습니다. 다리 부러진 방아깨비를 보며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아기가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줄 사람은 엄마뿐입니다.

‘생명’과 ‘사랑’은 하나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만드신 것들을 통합하려 하십니다. 그래서 모든 엄마들은 소중합니다. 모든 아기들도 소중합니다. 하느님의 손을 거드는 이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꽃피우는 이들이니까요. 책 속 엄마가 달맞이꽃 언덕에 올라 아기를 안고 노래하는 장면은 이러한 메시지를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아가아가 이쁜아가 비단을 헤실어서 너를 주까. 아가아가 이쁜아가 공단을 지어내서 너를 주까. 아가아가 이쁜아가 삼단 같은 요 내 머리 풀어헤쳐서 너를 주까”

책은 미혼모에 대한 차갑고 일방적인 시선 또한 다루고 있습니다. 그것이 소중한 생명에게 사슬이 되고 감옥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지요. 누군가는 아기의 태생을 추적하는 감시자의 눈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는 아기의 흙바탕까지 감싸 안는 보호자의 눈을 지니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어떤 눈으로 엄마와 아기를 바라보아야 할까요?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네요.

“모든 생명은 생명을 받기 전부터 이미 이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받고 있어야만 한다.”


- 홍보팀 고은경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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