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바오로딸수도회 2012년 한국관구 총회 열어..대담하고 예언적인 신앙 다짐
심상태 몬시뇰, “고위 성직자들, 상명하달보다 상호존중 우선되어야”

한상봉 기자  |  isu@catholicnews.co.kr

성바오로딸수도회가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여주 사도의 모후집에서 관구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총회는 16일 오스발도 파딜라 교황대사 주례로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29일 옥현진 광주대교구 보좌주교가 폐막미사를 거행함으로써 마감한다. 한국 성바오로딸수도회 관구장 정 아우실리아 수녀는 개회사에서 “성령의 뜻을 보다 충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경청하고 식별하여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온순한 도구가 되자”고 전했다.

이번 총회는 6년마다 열리는 제 10차 세계총회를 준비하는 대회이며, 세계총회의 주제인 “우리는 믿습니다. 그러므로 말합니다. 대담하고 예언적인 신앙으로 모든 사람에게 ‘진리의 애덕’을 행합시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총회 기간 동안 수도자들은 자기 성찰을 위해 심상태 몬시뇰과 한상봉 편집국장(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병호 주교(전주교구장), 황인수 신부(성바오로수도회)의 강의를 들었다. 사회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복음 선포를 사명으로 살고 있는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들은 이번 총회를 통해 “새로운 복음화의 요청을 예언적 사명과 역사적 책임을 다하라는 교회의 초대”로 받아들였다.

   
▲ (사진제공/성바오로딸수도회)

심상태 몬시뇰, “한국교회, 권위주의와 붕당주의가 문제”

10월 22일 첫 강의에 나선 심상태 몬시뇰은 ‘한국사회의 도전과 교회 신앙’을 전하면서, 한국교회의 역사적 상황을 짚었다. 먼저 20세기 후반기 서구 교회가 ‘시대의 징표’에 적절히 응답하지 못해 쇠락했다는 사실을 한국교회도 반성의 계기로 삼으라고 당부했다. 근세 이후 교회의 지배하에 있던 사회에서 자율적인 ‘세속화’ 과정을 겪었는데, “교회 당국과 수도회 등은 성서에서 증언되는 복음에 입각하고 있다고 보기 보다는 로마 제국의 수직적이고 법적 사회 구조에 입각하여 형성된 전통적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회에서 제기하는 질문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교회로부터 이탈해 나간 모든 세력을 단죄하고 폐쇄적이고 방어적 자세에 안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지배권을 행사해 오던 교회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쇠퇴하고 사회의 주변부로 맥없이 밀려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경우에, 1970, 80년대에 걸쳐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아래서 교회의 일부 구성원들이 정치권력에 저항하며 인권과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한 결과 범국민적 신뢰를 얻으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심상태 몬시뇰은 특별히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정의구현사제단, 가톨릭 농민회 등을 높이 평가했다. 덧붙여 그 결과 “전래 초기에 한 세기가 넘게 혹독한 박해를 받게 된 이래 ‘천주학쟁이들’라는 폄하를 받으며 사회 주변에 머물러 있던 교회가 사회 안에서 주류적 위상을 확보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이래 교회 핵심부에서 예상치 못했던 분위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며 우려감을 표명했다.

한국교회는 일부 성원들의 희생적 투신을 통하여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을 퇴진시키는 데 기여하면서 지성인과 학생층을 주축으로 한 많은 입교 희망자들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교회에서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대거 밀려들고, 중산층들이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수적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재정적 자립을 이룩했다. 그 결과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대규모 성전과 기관 시설들을 건립할 수 있을 만큼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교회가 이처럼 호황을 누리면서 “교회 지도층 안에서 군사정권의 지도층에 결코 뒤지지 않는 권위주의적 자세가 확연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일반 사회에서의 혈연이나 지연, 또는 학연에 입각하여 형성되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의 붕당주의에 준하는 본당, 교구, 단체의 이기주의적 처신이 거침없이 표면화되기에 이른 것도 이 무렵이었다”고 비판했다.

교회에 가장 냉담한 집단은 지성인과 대학생, 그리고 근로자 계층

   
▲ 심상태 몬시뇰 (사진제공/성바오로딸수도회)
심 몬시뇰은 다원화와 분권화, 개인존중의 범사회적 변화를 수반하는 민주화 과정이 이뤄지는 분위기 속에서 “전근대적 중세 봉건사회의 중앙집권적 교회 구조가 현대인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친화감보다는 이질감을 자아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 기간 동안에도 교회는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나 사회복지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등을 통한 여러 공식 기관들이 주축이 되어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생명옹호, 환경보호, 우리 농산물 살리기, 한 마음 한 몸 운동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신자들의 참여도가 낮은 편이고, 소공동체 운동을 확산시키려 노력했지만, 냉담자 및 행방불명자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 계층의 신앙생활 약화를 막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심상태 몬시뇰은 “무엇보다도, 1970, 80년대의 주류 입교자 계층들인 지성인과 대학생, 그리고 근로자 계층이 21세기와 제3천년기에 접어들면서 교회에 대해 가장 냉담한 집단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심상태 몬시뇰은 ‘삼위일체 친교교회’를 실현하라고 주문했다. 심 몬시뇰은 “정보화 시대에 사회 구성원들은 쌍방향의 기능이 작동되는 정보매체를 통하여 그물망형의 네트워크 조직으로 연계되어 삶에 필요한 온갖 사회적 정보는 물론이고 신앙과 교회 관련 정보 역시 제3자에 의존하지 않고도 직접 접하는 위치에서 생활한다”며 수평적 교회를 제안했다.

“정보화 사회 안에서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정보를 지도층이 독점하면서 전체와 상관하는 주요 사안에 관하여 민의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침을 하달하여 수용토록 하는 재래의 수직적 권위주의 질서 체계는 미래에는 교회 안에서 존립이 힘들게 될 것이다.”

이어 한국 교회 당국자들이 ‘시대의 징표’를 무시하고, 과거 서구 교회 지도자들처럼 현실에 안주하게 되면 수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자신들을 폐쇄된 환경에 묶어둔 채 순응할 것만을 강요했던 국내 기업체들의 기존 제품을 외면하고 ‘개방과 공유, 그리고 다양성’을 제공한 한 외국산 ‘스마트폰’을 거침없이 애용하는 길을 택한 것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곧 교회가 저들 세대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하여 서구 교회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태 몬시뇰은 또한, 기성세대들과는 달리, ‘한류(Korean wave) 문화의 전사’들처럼, 이른바 ‘G(Global) 세대’ 젊은이들은 ‘개방과 공유와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형’ 생활을 향유할 것이기에 한국교회도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교리와 전례, 그리고 생활양식을 전반적으로 ‘디지털 형’으로 대체해야 할 과업을 안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삼위일체 친교 공동체 안에서 성원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서로 구별되면서도 한 위격이 더 높거나 더 낮지도, 앞서거나 뒤처지고나 하지 않고 세 위격이 동등한 신적 관계를 맺는 것처럼, 상호간에 직무와 역할은 구별되는 가운데에서도 교회와 관련된 사안 처리에 있어서는 모두 평등하게 처신하는 위치에서 생활하도록 요청받는다”고 말했다.

“고위 성직자들과 하급 성직자 계층 사이에서나, 성직자들과 일반 신도들 사이에서나 교회의 제반 사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일방적인 상명하달식의 관계가 아니라, 직무의 상위성에도 불구하고 상호 인정과 존중의 자세로 동반자적 관계가 형성되도록 구성원 모두, 특히 고위 성직자들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심상태 몬시뇰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대부분의 수도회에서 수도원장 내지 총장들이 ‘시대의 징표’에 부응하여 회원들의 직접 선거나 대의원들을 통한 간접 선거 과정을 거쳐 대표 직무를 수행하고 임기가 끝나면 평회원 신분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심 몬시뇰은 정의채 몬시뇰이 “교구 통치에 전권을 갖는 주교를 선출함에 있어서도 성직자는 물론이고 평신도도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며, 미래교회에서는 그런 방법으로 주교가 선출되고, 교황을 임명하는 제도로 바뀔 것으로 생각된다”는 말을 인용하며 “교구장들 역시 어떠한 양식이나 전 교구민들의 의사 수렴 과정을 거친 뒤에 교황청의 임명 절차를 밟아 선임되는 것이 21세기 시대의 요청”이라고 말했다.

교구장 비롯한 성직자들 … 행정가보다 따뜻한 사목자가 되어야

한편 새복음화 실현을 위해 한국교회가 ‘아시아적 교회’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심상태 몬시뇰은 신앙생활의 근간이 되는 하느님 표상을 다시 세울 것을 요청했다. 서구 그리스도교계는 유대교나 이슬람교와 같은 셈족 계열의 종교 특성을 지니면서 하느님의 초월적 부성(父性: ‘하느님 아버지’)을 강조하고, 세계와 교회 질서를 규정하는 법적이며 수직적인 관계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동아시아인들은 “내재적 만물 포용적인 모성(母性)에 더 많이 이끌린다”는 것이다.

“교회가 동 아시아 종교 문화 풍토의 이러한 통합적이고 포용적인 하느님의 모성적 특성을 생활 안으로 적극 수렴하려고 노력할 때에, 구원의 진리를 추구하는 구도자들을 자애로운 신적 분위기 안으로 쉽게 들어서게 함으로써 소외된 현실 세계 안에서 구원을 갈구해 온 그들을 따뜻이 감싸주시는 하느님과의 친교에 기꺼이 임하게 할 것으로 본다.”

한편 심상태 몬시뇰은 모성적 영역을 강조하면서 “종교지도자들이 현실적 종교기관의 관리 내지 사법 집행관으로서가 아니라 현실로부터 초탈한 자세로 영적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일반 대중이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내적 갈망의 충족을 따뜻이 체험토록 하는 정신적 지도자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구장을 위시한 성직 사목자들은 행정 관련 사무 업무를 가급적 최소화하면서 일반 신자들의 영적 갈증을 진정시켜주는 사목자로서의 삶에 전념하는 구조상의 변화가 절실하게 요청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심상태 몬시뇰은 한국 사회 안에서 교회는 안으로는 ‘시대의 징표’에 부응하여 자기 복음화 차원에서 쇄신되고, 밖으로는 ‘사랑의 문명’을 건설해 교회가 구체적으로 ‘구원의 성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회생활의 틀 전체가 체험적 삶과 영성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미래 명운은 형식적 제도와 법 중심적 구조의 재래 서구교회적 생활양식을 탈피하고 영적 삶 중심 구조의 토착화된 교회 풍토를 조성하는데 성공하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교회와 성직자, 예수 그리스도의 매체임을 깨달아야”

22일 오후 두 번째 강의에서 한상봉 국장은 “교회는 과연 예수 안에 드러난 하느님 또는 하느님 나라를 세상에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물으며 “하느님처럼 예수의 자리로 내려앉고, 예수처럼 가난한 이들의 자리로 내려앉아야 한다”고 전했다.

“교회는 그동안 수많은 신학과 교설과 문헌을 통해 ‘스스로 하느님이심을 비우시고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선포해 왔다. 마침내 지상에 튼튼히 뿌리를 박고 십자가 위에 죄인의 모습으로 죽음을 맞으신 분을 주님으로 선포해 왔다. 교황마저도 자신을 지칭할 때 ‘종중의 종’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주님께서는 섬김을 받으러 오신 분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분이라고 전했으며, 미사 때마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거듭거듭 탄원해 왔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련한 시골처녀의 몸을 빌어 세상에 오셨으며, 머리 둘 곳도 없이 사시다가,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뿐’이라는데 있다.”

   
▲ 한상봉 편집국장 (사진제공/성바오로딸수도회)
한 국장은 교회 지도자들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대신에 거룩한 피를 뿌리셨기에, 그 덕분에 우리는 예수가 받았던 삶의 방식을 다시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고생은 예수가 하고 행복은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누린다”고 비판했다.

교회는 “하느님께서 버렸던 왕관을 다시 집어쓰고, 예수가 버렸던 호칭을 다시 부른다”고 말했다. “바오로가 폐했던 율법을 교회법으로 다시 받아들이고, 예언자들이 폐했던 제사를 다시 봉헌한다. 이로써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이 예수의 제사상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하느님을 전달하는 결정적인 매체가 예수 그리스도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매체가 교회라면, 교회의 가르침을 결정적으로 전달할 매체는 어쩔 수 없이 사목현장에서 일하는 사제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능력이 없다면 거기서 전달과정은 멈추고 만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어 “사제들이 ‘신앙적 확신’을 지닌 사목자라기보다 ‘직업인’으로서, 칼 라너의 표현대로라면 ‘종교 공무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 교회문헌을 떠나서 생활적 증거로써 신자들의 신앙을 ‘재구성’하는 것 역시 어렵다”며 결국 가톨릭교회의 ‘신앙의 위기’는 ‘사제들의 위기’이며 ‘수도자들의 위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법적으로 그들에게 사목적 권한을 일부 위임한 ‘주교들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한상봉 국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우리의 모든 세포를 열어 그분을 알아 볼 시선을 간직하라”고 요청했다. 복음은 단순하고 명료하지만, “우리 눈이 흐려져 복음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엉거주춤한 자리에 대한 미련 때문에, 또는 게으른 기도 때문에, 결국 나 자신 고유한 길 안에서 예수를 만나지 못한다”면서 자신들이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매체임을 기억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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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보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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