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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바오로딸

[스크랩]17세기 악보에 당시 현악기로 원전연주 선보여

by 바오로딸 2013. 3. 6.


바흐 '칸타타' 기념 음악회 공연차 방한한

 

비올론첼로 연주자 지기스발트 쿠이켄씨

▲ 비올론첼로를 들고 서 있는 쿠이켄씨.


'현대 바로크음악의 뿌리'로 불리는 벨기에 출신 연주자 지기스발트 쿠이켄(Sigiswald Kuijken, 69)씨가 한국에 왔다. 성 바오로딸수도회가 '신앙의 해' 사순시기를 맞아 2월 28일 서울 방배동성당에서 개최한 바흐 '칸타타' 시리즈Ⅳ 기념 음악회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이번 방문이 여섯 번째다.

 이날 국내 성악 앙상블인 바흐솔리스텐서울과 협연한 쿠이켄씨는 기존 현악기와는 다른 16~17세기 옛 저음부 현악기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violoncello da spalla)를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바흐가 작곡했던 당시 악보를 토대로 당시 현악기로 작곡 취지에 맞게 연주함으로써 '원전(原典) 연주' 무대를 마련했다.

 젊은 시절 고음악에 매료돼 독학으로 바로크 저음 현악기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를 마스터한 그는 바이올린을 턱에 대지 않고 연주하는 바이올린 연주방법을 되살려냈을 뿐 아니라 2004년엔 악기 제작자와 함께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를 복원함으로써 현대 바로크음악운동을 이끌고 있다.

 "'스팔라(spalla)'는 이탈리아어로 어깨라는 뜻입니다. 첼로처럼 저음을 내지만 지금처럼 다리 사이에 끼우지 않고 어깨에 매고 연주하는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를 17세기 당시 악보 그림을 보고 복원했어요. 바흐의 '칸타타'도 당시엔 이 악기로 연주했기에 이번 연주회에도 세 곡 중 두 곡을 한국에 공수해온 이 악기로 연주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원전연주입니다."

 원전에 충실한 연주를 통해 바로크적 연주의 정점을 추구하는 그는 원전 연주의 매력을 우선 복원된 악기 자체에서 찾았다. 바로크 현악기는 현재 활과 달리 굵기가 균일하지 않아 장력이 각 부위마다 다르고 현 또한 양 내장을 꼬아 만들어 꺾꺽하는 소리가 자연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는 것. 또한 그는 당시 악기 교수법을 담은 문헌이나 악보를 통해 당시 연주 방법을 고증하며 현대적 기법을 접목시켜 현대 바로크음악을 개척해가는 것도 매력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날 연주회에서 바흐 칸타타 시리즈 노랫말을 빔 프로젝트로 보여주면서 연주하고 설명을 곁들였다. 이는 당시 바로크 음악이 무엇을 추구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신앙적, 영적 체험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누가 지휘하냐, 누가 연주하냐에 열광하기보다 음악이라는 본질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며 "많은 연주자들이 실제로는 신앙 없이 교회음악을 연주하는데 당대 악기와 악보, 문헌 등 원전 자료(텍스트)를 가톨릭 신앙이라는 맥락 안에서 해석하며 표현하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고 깊은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1972년 결성된 세계적 연주단체 라 쁘띠뜨 방드(La Petite Bande)를 이끄는 그는 "2000년 교회음악사 안에서 지금처럼 교회음악이 엉망진창인 시대는 없었다"며 "전례에 합당한 음악이 아니라면 차라리 전례 때 연주 없이 침묵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람들 귀에 달콤한 음악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전례음악이 교회에서 연주되고 불려지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평화신문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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