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의 일이다. 부산 바오로딸 서원에서 사도직을 하고 있던 나는 주로 2층 미디어 쪽에 있을 때가 많았다. 그날도 2층 계산대에 서 있는데 1층에서 누군가 계단을 올라왔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나는 첫눈에 ‘미스코리아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분이었다.
2층을 오가며 음반과 상본을 둘러보던 그분은 나에게 다가와 잠깐 이야기할 수 있는지 물으셨다. 2층에 마련된 탁자에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릴 때부터 가족에게 “넌 못생겼어”라는 말을 듣고 자라온 그분은 자신이 정말로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시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참 이상하고 안타까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이렇게 눈물지으며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
자기 자신을 바로 안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을 바로 알지 못할 때 우리는 타인의 말에 따라 자신을 판단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닐 때가 많다.
이 세상의 동물이나 식물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존재하듯이 하느님은 우리 인간도 한 사람 한 사람 고유하게 만드셨다. 우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미도 예쁘다고 말하지만 제비꽃이나 들꽃처럼 작고 소박한 꽃들도 예쁘다고 하지 않는가? 어떤 기준을 두고 비교하기보다 각각의 꽃이 지닌 고유함과 아름다움을 알고 좋아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는 외모에 너무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 부조리한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얼굴이나 몸에 칼을 대는 것을 허용한다. 이러한 기준은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이효리가 작곡, 작사, 노래한 ‘미스코리아’는 이런 현실을 드러낸 곡으로 가사에 특별한 의미를 싣고 있다.
유리거울 속 저 예쁜 아가씨 / 무슨 일 있나요 지쳐 보여요 많은 이름에 힘이 드나요 / 불안한 미래에 자신 없나요 자고 나면 사라지는 그깟 봄 신기루에 / 매달려 더 이상 울고 싶진 않아
Because I'm a Miss Korea / 세상에서 제일가는 Girl이야 누구나 한 번에 반할 일이야 / Because I'm a Miss Korea
사람들의 시선 그리 중요한가요 / 망쳐가는 것들 내 잘못 같나요 그렇지 않아요 이리 와 봐요 다 괜찮아요 / 넌 Miss Korea
우리 자신이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이효리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지 그건 모두 신기루이며 그것에 따라 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각자가 바로 미스코리아라고 노래한다.
하느님은 우리 각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양한 방법으로 말씀해 주셨다. 누구나 주님 앞에서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셨다.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나는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다”(이사 49,15ㄷ-16ㄱ).
우리는 세상의 가치관과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편승하기 쉽다. 그 기준 속에 들어갈 때 안심하게 되고 인정받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깨어 있는 눈으로, 주님 안에서 바라보면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아!’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각자의 시간과 걸음이 다르겠지만 주님은 그 여정을 계속 걸어가길 원하신다. 그 진실을 믿기를 원하신다. 처음 우리를 지으실 때 “보시니 좋았다”라고 말씀하신 주님은 여전히 우리를 그 눈으로 바라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주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는 내 눈에 값지고 소중하며 나는 너를 사랑한다’(이사 43,4ㄱ 참조).
황난영 수녀 (율리아나) 성바오로딸수도회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6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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