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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바오로딸

[저자와의 만남]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 펴낸 소프라노 김청자

by 바오로딸 2014. 11. 14.

[저자와의 만남]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 펴낸 소프라노 김청자

발행일 : <평화신문> 2014-11-09

아프리카 말라위 선교 봉사 생생히 담아


▲ 말라위 카롱가의 아이들과 함께 한 김청자씨. 에이즈로 사망한 부모가 많은 이곳에는 고아가 많다. 김씨는 조금이라도 아이들의 상처가 치유되길 바라며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간다.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새 삶을 살고 있는 소프라노 김청자(아녜스, 70)씨가 책을 펴냈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지금, 여기’가 왜 아프리카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회고록이자,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을 때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신앙의 신비, 하느님 체험에 대한 고백록이다. 

10월 28일 서울 명동 바오로딸서원에서 만난 그는 사랑에 빠진 젊은이처럼 뜨거웠고, 손주를 품에 안은 할머니처럼 따뜻했다. 일흔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쾌활한 기운이 넘쳐 흘렀다. 책 이야기는 어느덧 신앙체험 나눔이 됐고, 인터뷰는 어느새 피정이 됐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이사야서 6장 8절이 그를 아프리카로 이끌었다. 그는 “그 성경 구절이 마음에 꽂힌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2005년 남아공을 여행할 때였어요. 주일에 케이프타운 한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는데 그날 독서 말씀 중에 그 구절이 제 마음을 흔들었어요. 주님, 제가 있지 않습니까, 주님, 저를 보내십시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죠. 미사 내내 울었어요. 그러면서 확신이 생겼죠. 내가 있을 곳이 이곳 아프리카라는 걸요. 주님께서 부르시는 곳이 이곳이라고요.”

이후 그는 아프리카와 한국을 오가며 아프리카 선교지를 돕기 시작했다. 그가 한 번씩 아프리카를 드나들 때마다 병원엔 침대가 마련됐고, 마을엔 우물이 생겼다. 눈이 맑은 아프리카 아이들과 살을 맞대고 부대끼는 생활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어느 때부턴가 사람들은 그를 엄마로 불렀다. 

“2010년 집을 팔고 한국생활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아프리카 말라위 카롱가 마을로 이사했죠. 집을 판 돈 2억 원으론 후원회를 만들었고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진 것을 다 내놓고 나니 홀가분했어요. 필요할 때마다 채워주시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알기에 별로 걱정하지도 않았고요. 단 한 번도 아프리카를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그가 사는 말라위는 인구가 1300만 명으로 그중 70%가 청소년이다. 가난과 질병으로 평균 수명이 마흔밖에 되지 않아 어른은 적고 아이들이 많은 나라다. 그는 말라위에서 청소년센터를 짓고 아이들 교육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음악을 가르친다. 그가 가르친 아이들이 말라위 전국 음악콩쿠르에서 깜짝 1등을 하면서, 그가 세운 음악학교는 단숨에 말라위 명문으로 떠올랐다. 

“사실 아프리카에선 음악을 가르칠 생각이 없었어요. 고아들을 돌보는 데 더 힘을 쏟고 싶었죠. 하지만 한국에서 음대 교수를 지낸 선교사가 왔다는 얘기를 듣고 음악을 가르쳐 달라며 2시간을 걸어온 아이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가 없었어요. 음악을 하고 싶은 그 절실함이 어떤 건지 제가 너무도 잘 알고 있기도 했고요.”

현재 그가 세운 음악학교 출신 학생 3명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장학생으로 성악과 색소폰, 트럼펫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내일 하느님께서 날 데려가신다고 해도 여한이 없다”고 했다. 아프리카의 타는 듯한 더위, 믿었던 이들의 배신,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 인간적 외로움 등 아프리카 생활이 늘 행복하고 감사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좌절과 아픔도 모두 하느님 뜻이고 결국엔 은총이며 축복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어쩔 땐 다 접고 다시 한국으로 가야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러면 하느님께선 용서와 이해를 알려주시고, 제가 얼마나 많이 받고 살아왔는지를 깨우쳐 주시죠. 이곳에서의 생활은 끝나지 않는 피정이랄까요. 아프리카는 내가 스스로 들어간 좁은 문이에요.”

그에게 아직 더 할 일이 남아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앞으로 음악대학, 기숙사, 도서관, 초등학교, 성당, 병원을 지을 계획이라며 원대한 포부를 꺼냈다. 확신에 찬 그의 눈빛을 보니 어쩐지 불가능해 보이지가 않는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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