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치유의 교황, 복자 바오로 6세 첫 강론집 출간
출판사 바오로딸, '바오로 6세의 복음' 국내 첫 소개…지난달 19일 시복
발행일 : 2014-11-07 <뉴스1>
갈등 치유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유물은 아니다. 역대 교황 중에도 갈등 치유의 아이콘이 있다.
'행동하는 교황'으로 불린 바오로 6세는 15년간 교황 재임 동안 다른 종교와의 해묵은 갈등을 치유하는 데 앞장섰다.
1965년 예루살렘 방문에서 바오로 6세가 동방정교회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를 만나 포옹하는 장면은 1054년 가톨릭과 동방정교회가 교회 통치권을 놓고 대립하다 상호 파문한 이후 10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출된 화해의 장면이었다. 바오로 6세는 그 해 12월 동방정교회에 대한 파문을 철회했다.
출판사 바오로딸이 '기적의 치료'로 지난달 19일 시복된 바오로 6세 교황을 소개하는 책 '바오로 6세의 복음'을 펴냈다.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복자 바오로 6세의 강론집이다.
"기억하십시오. 바로 여러분이 그리스도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여러분 때문에 오셨습니다. 여러분이 그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은 초대받았고, 하느님 나라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그분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사람답게 행동하십시오. 그분을 더욱 신뢰하며 그분의 사랑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33쪽)
"우리의 양심과 생각의 등불을 언제나 켜놓고 있어야 합니다. 어둠 속으로 걸어갈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의 마음 안에 두신 '양심'이라는 빛나는 등불을 높이 들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을 속이지 말고, 양심의 소리를 끄지 않으며, 바른 판단이 변질되지 않도록 합시다.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합시다. 이런 투명한 판단과 행동이 참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합시다."(58쪽)
바오로 6세 교황의 말은 의미가 강하고 깊으며 함축적일뿐 아니라 숙고한 끝에 나온 말들이다. 그의 말에는 우리 시대만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물음을 통해 복음적인 주제들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바오로 6세 교황의 '현대의 복음 선교'를 13번이나 인용했다.
책은 바오로 6세 교황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와 사상을 알려주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준다.
특별히 바오로 6세 교황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헌신한 김수환 추기경과 지학순 주교, 두봉 주교 등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1969년 동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김수환 서울대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임명했으며 1974년 원주교구의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을 무효라고 선언한 양심선언 사건으로 투옥되었을 때도 지학순 주교의 옥중서한을 받아보고 격려했다.
안동교구 두봉 주교는 가톨릭농민회를 지지·후원하다가 오원춘 사건을 계기로 유신정권으로부터 출국 명령을 받았지만, 바오로 6세 교황이 나서서 추방 명령이 철회되기도 했다.
바오로 6세 교황은 안타깝게 한국에 올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성과를 잘 받아들이도록 격려하고 특별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연대를 지지하고 개종보다는 사회적 헌신을 통해 복음을 전달하도록 요청하는 선교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한국 교회에 영감을 주었다.
교황 바오로 6세 지음, 김혜경 옮김, 248쪽, 1만원.
염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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