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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그림을 통해 그분을 드러내는 일이 나의 몫임을 - 김옥순 수녀

by 바오로딸 2015. 2. 17.

 그림을 통해 그분을 드러내는 일이 나의 몫임을


♬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 없는 내 마음~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는 한 유행가 가사이지요.

이 노래 가사를 이렇게 바꿔서 부르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 앉으나 서나 그림 생각 앉으나 서나 그림 생각

떠오르는 좋은 영감 피할 길 없는 내 마음~


이번 제19회 가톨릭 미술상 회화 부문 본상의 영광을 안은 성바오로딸수도회 김옥순 수녀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 붓을 든 지 27년 만, 첫 수상의 감격

이 경사스러운 소식을 접하고 홍보팀 책임자 레나타 수녀님과 함께 김옥순 수녀님의 아틀리에를 찾았습니다.

작은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아늑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수녀님 작업실에 들어서니 한때 아는 선배 작업실이 우리의 아지트였던 기억이 몽실몽실 피어올랐습니다.

앞치마에 토시를 낀 수녀님과 작업실 이곳저곳 손때 묻은 물감들, 굵고 얇은 여러 붓들, 형형색색의 색연필들,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는 이름 모를 미술 도구들이 정답기만 합니다.

먼저 수녀님의 수상을 축하드리며 소감을 물었습니다.

“작년 연말에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모두 5개 작품을 출품했는데 그중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작품이 당선된 거지요. 서울주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그렸던 그림이예요. 상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27년 동안 그림을 그려 오면서 처음으로 받는 상!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말씀하시는 목소리에 작은 떨림을 느낄 수 있었지요.

수상작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는 두 사도가 서로 사랑으로 포옹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성당 두 기둥의 벽면으로 상징화되었고, 두 성인이 신앙의 쌍벽을 이루는 모습을 따뜻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 수녀님 첫 작품이 궁금해요

1987년도 사도직을 하고 있을 때, 책 마감은 코앞인데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모두가 고민에 빠지게 된 것.

그때 김옥순 수녀님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자기가 한번 그려 보겠노라며, 툭 말을 던지고 말았답니다.

하여 모두를 놀라게 하고 그린 첫 번째 작품이 <암탉 니나>였다고 해요. 당시 광고 파트에 있었던 수녀님은 이후 조금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1년 뒤에는 <완이의 기도>라는 그림책을 내게 되지요. 이것이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아마도 주님의 섭리였겠지요?^^

 

 

●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수녀님만의 노하우


개인적으로 수녀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탕의 투박한 느낌인데, 그 기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바탕을 여러 번 덧칠하는 거예요. 한 번 칠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덧칠하다 보면 그런 느낌이 나옵니다. 갈필로 그림 전체를 하나로 녹아내리는 듯한 표현...”

배우고 싶어 할 정도로 욕심(?)이 나는 수녀님만의 이 노하우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시멘트 바닥을 보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예술성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이런 남다른 수녀님의 노력으로 얻은 소중한 산물인 거지요.

이런 치열한 고민이 있었기에, 끊임없는 연구가 있었기에 수녀님만의 신비로운 색감과 감동을 주는 그림이 빛을 보게 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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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 미사, 그 현장 속에서 그림의 영감을 받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한목소리를 내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그들 안에 하느님이 계시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곧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

그 안에서 그림의 영감을 받는다는 수녀님은 이러한 현장뿐만 아니라 산, 하늘, 바람, 새, 꽃, 나무 등 자연이 주는 영감 또한 중요한 것이기에, 작업실을 훌쩍 나서서 이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 고통 속에서 건져 올린 소중한 보물들


흔히 글 쓰는 작업을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비유하지요. 그만큼 창작의 고통이 크다는 얘기인데요, 이 고통 속에서 건져 올린 수녀님의 첫 번째 보물은 2002년 제1회 가톨릭 수도자 미술전에서 첫 선을 보인 ‘행복하여라 가난한 이’라는 작품입니다. 전시회 중 판매되어 지금은 볼 수 없어 아쉽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가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좋아하고 감동하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이 있다고 말하는 김옥순 수녀님은 그림이 책 못지않은 중요한 매체라고 강조하면서, 그림을 매체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토로합니다.


● 지금 이 자리에서 그림으로 그분을 드러내는 일이 나의 몫


앞으로 전시회나 수도회, 교회 내외 프로젝트 등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그림으로 그분을 드러내는 일이 자신이 해야 할 몫이라고 말하는 김옥순 수녀님.

하지만 무엇보다도 꼭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만드는 것!

출판사가 너무 어른들 책만 내는 데 편중되어 있다 보니 정작 더 중요한, 아이들을 위한 책을 내는 것에는 미흡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꾸준히 어린이 책이 발간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게 되지요.

또 무언가에 집중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제일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림 이야기를 하는 내내 미소가 떠나질 않는 수녀님 얼굴에서 활짝 핀 하얀 목련꽃을 봅니다...

창가에 계시는 성모님 얼굴이 수녀님을 닮았습니다...

오래오래 향기 나는 사람, 향기 담은 그림으로 우리 곁에 머물기를...

아직 채워지지 않은 하얀 화폭 위에 또 어떤 그림이 담길까요...

 


가톨릭 미술상은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가 종교 미술 발전과 토착화를 위해 1995년 제정한 상으로,

현역 미술가들 작품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부문별로 수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19회 가톨릭 미술상 시상식은 2월 11일 오후 4시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리고,

김옥순 수녀님의 작품을 비롯한 수상작은 11~17일 명동대성당 지하 1898갤러리에서 전시됩니다.


바오로딸 홍보팀 최인순 제노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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