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청춘을 위하여] 인간에 대한 사랑이 곧 리더의 자격

「천국의 열쇠」



▨천국의 열쇠
(A.J. 크로닌/바오로딸/1만 2000원)


   청소년들을 위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마자 제 머리에는 한 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천국의 열쇠」(A. J. 크로닌)였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 나이 때에 읽은 책이기도 합니다. 고3 시절 수능시험을 치르고 난 뒤, 성당 선배들이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책"이라며 추천했기 때문입니다. 시선을 끄는 제목만큼이나 전개도 흥미진진해 자리를 뜨지 않고 한 권을 다 읽어내고야 말았지요. 이제는 20년도 더 지났지만, 당시 책장을 덮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후 A. J. 크로닌의 책은 모조리 구해서 읽어보게 되었지요.

 작가는 놀라운 통찰력으로 신과 인간, 구원과 삶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주인공은 치셤이라는 남자입니다. 그는 불우한 소년기를 보내고 실연까지 당한 뒤 사제가 됩니다. 신부가 된 뒤에도 여러 갈등을 겪고, 중국 오지에 선교사로 파견됩니다. 치셤 신부는 선교지에서도 끊임없이 어려움에 부닥치지만 인내와 청빈, 용기로 고난을 극복합니다. 그 기저에는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너무나도 퇴색된 요즘 그의 삶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줍니다.

 저는 매년 수험생 피정에서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만납니다. 많은 친구들이 그동안 공부 때문에 신앙을 멀리 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만,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면 이 책에서 기쁘게 신앙생활을 시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꾸준히 신앙생활을 해 온 친구에게는 자신의 믿음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요.

 얼마 전에는 대통령 선거도 치렀지요? 청소년 여러분은 아직 선거권은 없지만, 어느 후보가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입니다. 진정한 리더란 어떤 사람을 뜻할까요? 치셤 신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것이 리더의 기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 시대 진정한 리더의 자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정재희 수녀(살레시오수녀회, 마산교구 청소년국)


원문 보기: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35281&path=201212


예수에게 길을 묻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다
[2012년 여름 지금여기가 추천하는 책-한상봉]
2012년 07월 12일 (목) 10:42:53 한상봉 기자 isu@catholicnews.co.kr

사방에서 4대강 사업의 폐해가 속출하고 염려가 염려를 낳고, 우려가 한숨을 자아낸다. 그러면 우리 마음 안에는 자연스럽게 흐르던 강물을 헤집어 놓고 흙탕물을 튀겨 물길을 알 수 없게 만들어놓은 곳은 없을까. 겉보기에 산뜻한, 그러나 안으로 곪아터진 구석은 없을까. 탐욕이 앞서가며 연민을 접어두고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우리 교회는? 교계 제도와 교회법 테두리에서 반듯한 질서를 호소하며 성령의 흐름을 가로막는 ‘성직주의’, 그리고 만사를 교회 안에 제한하는 ‘비닐하우스 신앙’이 신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지 않는가, 한번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마당에 가뭄과 폭우로 이어지는 2012년 여름을 ‘독서’의 힘을 빌어 신앙 업데이트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제안한다. 일단 늘 마음에 두고 있었으나, 아직 읽어 내지 못한, 그러나 한번 읽고 마음을 비추어 볼 몇 권의 책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책에서는 피에르 신부, 도종환, 캐틀린 노리스, 빈센트 반 고흐, 이현주, 제프리 로빈슨, 시몬 베유 등 실천적이면서 성찰적인 인물들이 호명된다. 예수에게 길을 물었던 사람들이다. 이제 이 사람들에게 다시 우리의 길을 물어볼 차례다. 내 삶이 충분히 복음적인지, 예수의 제자가 되기에 충분히 아파했는지, 세상과 교회를 향해 하느님의 자비를 마땅히 설파했는지.

책에 대한 소개는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기초로 했으며, 책 본문 몇 대목과 개인적인 소감을 덧붙였다. 미리 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몰려올 만한 기쁨을 예감한다.

 

<성인 지옥에 가다>, 질베르 세스브롱, 남궁연 역, 바오로딸, 2012 (소설)

   

성인이 지옥에 가다니! 제목 자체가 충격적이다. 사실은 프랑스 노동사제의 이야기다. 광산촌 출신 노동사제가 가난한 마을 ‘사니’에 들어가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함께 고통을 겪으면서도 하느님 사랑 안에서 희망을 건져내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1950년대 프랑스 교회는 산업사회의 발달과 함께 대두된 사회 문제 앞에서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자각하고, 빈민층과 노동자들의 복음화를 위해 비그리스도교적 환경에 복음의 ‘누룩’을 심는 방향으로 선교를 전환한다. 프랑스 교회는 이에 소명을 느끼는 사제를 양성해 사제가 없는 빈민지역이나 공단지역으로 파견한다.

이 책의 주인공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 파리 교외 공장지대에 가서 스스로 공장 노동자가 되어 살면서 산업사회가 낳은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숨김없이 증언한다. 밤마다 어린 아들을 때리는 주정뱅이 마르셀, 경찰의 앞잡이 북아프리카인 아흐메드, 창녀 쉬잔 같은 생활에 지친 군상이 바로 피에르 신부를 둘러싼 이웃이다. 이런 환경에서 피에르 신부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며 따뜻한 사랑과 헌신으로 헤쳐 나간다. 이따금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좌절할 때도 있지만, 복음의 진정한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사제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또한 오늘날 우리 교회도 국내 노동사목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사목, 해외사목까지 광범위한 사목을 펼쳐가는 시점에서 여기 나오는 초창기 노동사제의 열정과 고난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것은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단 한 마리의 가엾은 양도 잃지 않기를….” 등장인물, 파리대교구 추기경의 유언입니다. 고인이 되신 우리의 아버지 김수환 추기경이 생각납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회를 살리는 힘은 가난한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필치로 심오한 복음의 진리를 전할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좋은 피정을 한 듯한 감동을 받을 것입니다.“(서춘배 신부 추천사)

이 책을 지은 질베르 세스브롱은 가톨릭 운동과 인연을 맺고 청소년 범죄 문제를 다룬 <굴레 벗은 개들>, 이혼 부부의 자녀 문제를 다룬 <우리가 죽이는 모차르트>, 장애인의 문제를 다룬 <나도 역시 그들을 사랑했소> 등을 지었다.

 

<해인으로 가는 길>, 도종환 시집, 문학동네, 2006 (시집)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도종환 시인이 <슬픔의 뿌리> 이후 4년 만에 펴낸 아홉 번째 시집이다. 2004년 지병으로 교단을 떠난 시인이 보은 법주리 산방에 머물며 쓴 시편들을 엮었다. 깊은 산중에 집을 짓고 홀로 텃밭을 가꾸는 동안, 시인이 일구어 온 시간과 고즈넉한 마음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병들었던 시인의 심신은 자연 속에서 천천히 아물어 갔다. 허욕과 집착을 비우고 고통과 아픔을 삶의 축복으로 치환하는 긍정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삶과 시는 눈에 띄게 단순해지고 그러면서도 더욱 꼿꼿해졌다.

수록된 60여 편의 시는 '아름다운가게'의 홈페이지, '시인의 선물'이라는 칼럼란을 통해 정기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의 인세는 아름다운가게에 기부되어 청소년들을 위해 쓰인다.

산경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도종환 시인은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0년 제8회 신동엽창작기금을 수상했다. 2009년 시 ‘바이올린 켜는 여자’로 제22회 정지용 문학상을 탔다. 시집에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산문집에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등이 있다. 지금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다.

 

<수도원 산책>, 캐틀린 노리스, 강창헌 역, 생활성서사, 2004 (산문)

   

이 책은 개신교 배경을 갖고 있는 저자가 미네소타 주에 있는 베네딕도회 성 요한 수도원에 거주하면서 수도 생활에 대한 일흔다섯 편의 다양한 고찰과 묵상을 담은 수필집이다. 이 책은 수도원 전례의 리듬을 따라서 얻은 베네딕도 수도원의 영성을 살피고 있다. 전례력에 따른 시편을 비롯해 성서를 풍부하게 인용하면서 이른바 ‘거룩한 독서’의 은총을 증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기의 삶과 연결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수많은 성인, 사상가,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말과 글, 이야기들을 선사하고 있어 천천히 읽으면 그 자체로 '거룩한 독서'가 된다.

“위령의 날 분위기는 침울하다. 죽은 사람들을 위해 성무일도를 바치고 자비를 간청한다. 우리는 ‘세상을 떠난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그리고 비신자들’을 덧붙이거나, 성찬 기도문에 나오는 것처럼 ‘오직 당신만이 아시는 신앙을 지닌 사람들’과 혼란스럽고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을 첨가한다.”

이 글을 지은 캐틀린 노리스는 미국의 시인이며 작가, 베네딕도회의 봉헌자로서 노스 다코타 주의 '성모 승천 수도원'과 미네소타 주 '성 요한 수도원'에서 머물면서 얻은 영적 통찰을 이 책에 담았다.

 

<하느님의 구두>, 클리프 에드워즈, 최문희 역, 솔, 2007 (예술+신학)

   

빈센트 반 고흐가 자기만의 하느님과 영성을 깨달아가는 여정에 초점을 맞추어 쓴 평전이다. 주변의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자신의 영적 세계를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비근한 삶을 그림 속에 투사시켰던 고흐. 그가 편지와 그림을 통해 제시하는 영적 인간상을 꼼꼼하게 읽어 냈다.

고흐가 하느님이라 불렀던 것은 건강하고 인간적이며 강렬하고 솔직한 사랑과 우정, 노동이 존재하는 이 세상 위로 펼쳐진 별빛 비치는 커다란 둥근 하늘이었다. 지은이는 고흐가 남긴 회화 작품과 편지글들을 찬찬히 살피면서, 고흐의 영성이 어떤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실패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내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그의 그림을 통해 확인한다.

여기서 고흐의 눈은 항상 ‘일상의 거룩함’으로 열려 있다. 고흐는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우리를 세속 세계의 인간적 한계 너머로 끌어 올려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예술적 길로 안내한다. 우리는 고흐의 그림을 주의 깊게 명상하면서 우리 자신의 영혼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는 고흐의 고독한 투쟁과 나의 고뇌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발견했으며, 그가 상처 입은 치유자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이전에 내가 감히 바라보지 못했던 것을 그렸고, 내가 감히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던 것에 물음을 던졌으며, 내가 감히 근접할 수 없었던 마음의 자리에 성큼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나로 하여금 나의 두려움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고, 내가 사랑이신 하느님을 찾기 위해 더욱 깊이 또 더욱 멀리 나아갈 수 있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헨리 나웬)

고흐의 도록에 헨리 나웬이 남긴 메모를 기초로 이 책을 지은 클리프 에드워즈는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종교역사와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와 스위스 뉴샤텔대학교, 예루살렘 히브리 유니언대학교에서 성경 및 고고학을 공부하고, 일본의 선 사찰인 대덕사에서도 공부했다. 그는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에서 3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쳐 왔으며 현재 이 대학의 종교예술학과 교수다. 저서로는 <신자의 삶과 행위>, <하늘 아래 모든 것>, <고흐와 하느님>이 있다.

 

<예수에게 도를 묻다>, 이현주, 삼인, 2005 (묵상 대담집)

   

작가이자 번역가인 저자 이현주 목사가 마르코 복음서를 한 구절 한 구절 풀어 읽은 기록이다. 책에서 예수는 '선생님'으로 등장하여 제자인 저자와 직접 대화를 나눈다. 주석서이면서 스승과 제자의 문답집이기도 한 셈이다. 동서양의 종교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복음서의 뜻과 기독교의 개념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네가 애써서 요한처럼 먹고 요한처럼 입는다 해도 네 마음이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결국 자신과 세상을 속이는 것일 뿐이다. 요한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었나에 눈길을 머물지 말고, 그가 그렇게 해서 누렸던 자유를 보고 그것을 배우도록 하여라.”

많은 이들이 이현주 목사를 이 시대의 멘토로, 영성가로 꼽는다. 글이 모이면 책을 내고, 부르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있다. 그동안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지금도 쓸쓸하냐>, <예수의 죽음>, <길에서 주운 생각들>, <장자 산책>, <대학 중용 읽기> 등을 썼다. 그밖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예언자들>, <어둠 속에 갇힌 불꽃> 등을 번역했다. <바보 온달>, <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 등의 동화를 쓰기도 했다.

 

<성 권력 교회>, 제프리 로빈슨, 최문희 역, 2011 (신학 에세이)

   

적지 않은 사제와 수도자들에 의해 자행된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과 그러한 추행을 은폐하려는 바티칸 당국의 시도는 가톨릭교회의 가장 불미스런 추문 가운데 하나다. 1994년 호주 주교들의 논의에 따라 성추행 사건에 대응하는 소임에 임명된 저자는, 그로부터 9년간 추문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사건의 본질을 목격하며 환멸을 느낀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관리’하려 드는 모습에, 조용히 입 다물고 문제가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모습에 고뇌한다. 그리고 마침내 성과 권력을 다루는 교회 태도의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절실히 느꼈다.

“완전하고 무한한 사랑을 갈망하는 우리에게 종교적 믿음은 삶에 의미를 형성하는 중요한 한 부분이다. 종교적 믿음은 삶의 큰 문제들에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해답은 사랑을 토대로 한다. 우리는 사랑에서 왔고, 사랑할 것이며, 사랑은 이 세상에 우리가 현존하는 목적이자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한 종교적 믿음을 직접 상징하는 이들에 의한 성추행은, 그 종교가 지금까지 제시해 온 대답들을 무너뜨린다.”(제프리 로빈슨)

제프리 로빈슨은 호주 시드니 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고, 호주와 로마에서 철학과 신학, 교회법을 전공했다. 1984년 시드니 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되었으나 2004년 사임하면서 <성과 권력 교회>라는 책을 발간했다.

 

<시몬 베유 노동일지>, 박진희 역, 리즈앤북, 2012 (평전+철학)

   

예전에 <불꽃의 여자 시몬느 베이유>라는 책으로 유명해 졌던 시몬 베유의 삶과 사상을 읽을 수 있는 모음집이다. 우리 시대에 다시 시몬 베유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녀의 삶과 이상이 오직 하나의 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몬 베유는 모든 지성인들이 저지를 수 있는 습관적 오류에 빠져들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생각을 위한 생각, 지성을 위한 지성에 몰입하지 않았다. 시몬 베유는 자신이 납득할 수 있을 때 스스로의 의지를 완성시켰다. 괴팍하다 할 만큼 고집스러운 시몬 베유의 삶의 자세를 들여다보며 우리는 느슨한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

<시몬 베유 노동일지>는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노동운동가 시몬 베유의 저작 <중력과 은총>, <뿌리박기>, <신을 기다리며>와 여섯 통의 편지 등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시몬 베유의 삶과 현실>에서는 T. S. 엘리엇과 체슬라브 밀로스의 글을 통해 시몬 베유의 짧은 생애를 이해해 보고자 했고, 지인들과 부모에게 보내는 시몬 베유의 편지들을 통해 그녀가 겪었던 현실의 순간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2부 <시몬 베유의 작품과 이상>에서는 시몬 베유의 사후에 발표된 여러 글들을 편집하여 실음으로써 그녀의 사상이 어떻게 글로 표현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상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했다.

오직 신만이, 진정한 신만이, 우주가 온 무게로 우리를 짓누를 때 균형을 이루는 추가 될 수 있다. 거짓의 신은 설사 참된 신의 이름으로 일컬어진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악은 한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무한하다. 물질, 공간, 시간. 오직 참된 무한만이 이런 무한을 이길 수 있다. 십자가는 저울이며, 그 위에서 연약하고 가벼운 육체―바로 신이다―가 온 세상의 무게를 들어 올린다.
'나에게 지렛목을 주시오. 이 세상을 들어 올리겠소.'(아르키메데스)

십자가가 바로 이 지렛목이다. 다른 것으로는 안 된다. 세상을 들어 올리는 지렛목은 세상이 아닌 것과 세상의 교차점이어야 한다. 십자가가 바로 그 교차점이다.(시몬 베유)

시몬 베유는 프랑스의 철학자.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사범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져 공장과 농장의 임금 노동자로 취업했고, 스페인 내란에도 참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하나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와 합류하고자 귀국을 시도하던 중 런던에서 죽었다. 그녀는 유대인이었지만 가톨릭 영성에 심취한 신비가였으며, 평생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고통으로 아파했다. 그래서 독일 여성신학자인 도로테 죌레는 시몬 베유를 ‘우리 시대의 성인’이라고 부른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원문 보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52

 

성인, 지옥문에서 하느님을 만나다
<성인 지옥에 가다>, 질베르 세스브롱, 바오로딸, 2012
2012년 07월 11일 (수) 11:04:07 한상봉 기자 isu@catholicnews.co.kr

사랑이 우리를 불태우지 않았다면
예기치 않았던 산불이 우리를 태우고 갔으리

착한 열정으로 우리가 넘치지 않았다면
이름도 모르는 파도가 우리를 휩쓸고 갔으리

가난했지만 민망할 정도로 가난하여
겨울바람도 우리의 냉기를 비켜갔지만

때 묻지 않은 마음 우릴 가득 채우지 않았다면
어지러운 바람 이 골짜기 끝없이 몰아쳤으리

도종환 시인이 지은 ‘청년’이란 시다. 시인은 민망할 정도로 가난한 가운데서도 사랑으로 자신을 불태우고, 착한 열정을 일으켜 세우며,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가득 차길, 그 힘으로 파란만장한 바다에서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를 갈망했다. 그러나 그예 몸을 다쳐 충청도 보은 산속, 해인(海印)으로 들어갔다. “해인에서 거두어 주시어 풍랑이 가라앉고 경계에 걸리지 않아 무장무애하게 되면 다시 화엄의 숲으로 올 것”이라고 했다. “그때는 화엄과 해인이 지척”이라고 했다(도종환, ‘해인으로 가는 길’ 참조). 여기서 해인이란 지혜의 바다이며, 화엄이란 실천적 삶이라 불러도 좋겠다. 해인이 성(聖)이라면, 화엄은 속(俗)이고, 해인이 종교라면 화엄은 일상이며, 해인이 하느님이라면 화엄은 그분을 드러내는 성사(聖事)다.

성인, 지옥에 가다

   

이처럼 화엄에서 해인을 보고, 해인 안에서 화엄을 만난 사제가 있다. 가난한 노동자의 얼굴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하느님 안에서 ‘지옥’으로 간 사제가 있다. 질베르 세스브롱의 소설 <성인 지옥에 가다>(바오로딸, 2012)에 등장하는 피에르 신부다. 이 책은 공장 지대인 사니 마을의 노동사제가 마침내 지옥문처럼 열려 있는 탄광촌 갱도에 이르러 '고향 같은' 하느님의 땅을 발견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세스브롱은 책을 펴내면서 “같은 언어를 가진 사람들끼리도 소통이 어렵고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중재자를 죽이는 시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지라도 찢어야 하는 시대, 예수 없는 십자가가 군림하는 이 시대에 나는 어느 편에도 가담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지만, 피에르 신부의 입을 빌어 한탄할 만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건져 올리고 있다. 세스브롱이 “이 책이 어떤 사람에게는 비위에 거슬리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결국 나이브하게 ‘복음’을 말하던 이들에게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게 뻔한 소설이다. 그리고 고난받는 백성들과 더불어 이승을 순례하는 이들에게는 깊은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다.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데 난 그분과 함께 있지 않아. 난 그분과 함께 있고 싶어, 피에르.” 전임 사제로서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혼신을 다하던 베르나르 신부가 용기를 잃고 공단을 떠나 자신이 소속되었던 수도원으로 되돌아가고, 피에르 신부가 이 마을에 파견되었다. 먼저 인근 공장에 취업해서 일하며, 퇴근 이후에 자신의 집에 모여드는 이들에게 하룻밤 지낼 숙소를 주선하고, 필요한 서류도 작성해 주고, 노동자들과 마주 앉아 조촐한 미사를 봉헌하며 이들에게서 그리스도의 눈빛을 가늠한다.

“피에르는 팔을 벌리고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손짓했다. 그가 본당에 있을 때 몇 달 동안 신자들 앞에서 미사를 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신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미사를 드렸으며, 제대에 오르는 계단과 성가대 사이에 철책이 있어 신자들과 신부를 갈라놓았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는 똑같이 피로를 느끼며 똑같은 요구를 가진 공장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미사를 드리는 것이다. 같은 손을 가진 그들, 그리스도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분이 사람들 사이에 계실 때 그분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그분의 눈빛밖에 없었다.”

노동사제 운동의 시작, ‘미션 드 프랑스’(Mission de France)

   
▲ 쉬아르 추기경(Emmanuel Suhard)은 1941년 ‘미션 드 프랑스’(Mission de France)를 설립해 노동사제를 양성했다.

프랑스에서 노동사제운동이 시작된 것은 1941년 7월이었다. 산업사회가 낳은 비참한 노동현실 속에서 빈민층과 노동자들의 복음화를 위해 파리 대주교인 쉬아르 추기경(Emmanuel Suhard)은 ‘미션 드 프랑스’(Mission de France)를 설립했다. 비그리스도교적 환경에 복음의 누룩을 심는 선교 활동이었다. 여기에 사명감을 느끼는 사제들을 양성해서 도시빈민지역이나 공단지대에 사제들을 파견했다. 이들은 직접 공장 생활을 하며 노동자들과 삶을 나누었다.

중요한 것은 사제로 대변되는 교회가 노동자들과 친밀함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제들이 현장에 직접 투신한다는 의미와 그들과 나누는 우정의 중요성을 갈파하는 것이다. 시몬 베유가 <노동일기>에서 드러내고 있듯이, 직접 공장 노동에 투신해야 그들을 ‘정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해가 되어야 ‘참된 사귐이나 우정’이 가능하다. 여기서 예수회의 노동사제였던 반 브뢰크호벤 신부가 지은 <우정일기>(대구 가르멜 수녀원 옮김, 계성 출판사, 1986)의 한 대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언제 어떻게 사람들에게 가야 할지를 모색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 불완전해도, 원숙하게 재검토를 못했더라도, 사람들에게 가는 것이다. 누군가를 향하여 간다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것. 이것만이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요, 그들 마음을 채워주고 감동과 행복을 전해 준다. 이것은 크리스챤적인 메시지, 즉 사람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진실은 흔히, 달갑지 않은 듯한 상황에서 더 잘 증명된다. 타인들에게로 이와 같이 가는 것이 사도직이다.”

피에르 신부가 처음 입사하던 날 만난 인사과장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남겼다. “자신이 선하고 하느님이 저기 편인 줄 믿고 있는 이 외로운 사람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그 사람은 양심의 가책 없이 자기 의무에 충실하다고 믿고 일한다. 가능한 많은 이익을 내도록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관심사이며, 그 밖의 것은 상관이 없다. 그러나 피에르가 보기에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장에서, 환기도 되지 않는 숨막히는 창고에서 죽음을 코앞에 두고 하루 끼니를 걱정하면서 일했지만 그들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살고 있어 결코 외롭지 않았다.”

이는 단지 사니의 공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공장 노동자들은 작업라인에서 다른 노동자를 협력자로, 동료로 만난다. 급기야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 유성기업과 콜트·콜텍에서 보듯이, ‘해고’라는 같은 어려움에 처할 때, 해고 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을 ‘같은 고난을 넘어가려는’ 혈육처럼 느끼며, 희망버스에서 보듯이 선한 이들의 연대를 체험한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은 나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다른 이들의 세상마저 따뜻하게 품어낼 마음을 낸다.

이런 점에서 노동사제는 축복 가운데 있다. 그리스도가 사랑하던 그 ‘가난한’ 얼굴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형제로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상징’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사랑도 ‘상징적인 사랑’이 아니다. 그들은 구체적인 인간을 만나고, 시간과 돈과 몸을 내어놓고 구체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더 이상 사니 마을에서 선교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피에르 신부가 다시 본당으로 가지 않고 광산으로 발길을 옮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당 사제들은 너무 쉽게 강론대에서 ‘사랑’을 설교하고, 이런 관념적 사랑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는 하느님이 발생(發生)하지 않는다. 복음서의 최후 심판 이야기에서 예수가 거론한 것은 ‘구체적인 사랑’이었다.

그리스도인은 '양떼' 인가 '군대'인가?

이 소설에서는 본당사제와 노동사제 사이에 빚어질 만한 갈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느날 그 지역의 본당 보좌신부인 르부아쇠르 신부가 피에르 신부를 찾아와 하소연한다. “전 본당에서 숨이 막혀요. 어린애들과 축구나 하고 부자들의 장례나 치러주기 위해 신부가 된 건 아닌데…….” 사제직에 대한 갈등을 빚고 있는 보좌신부 때문에 급기야 본당 신부가 본당 수녀를 대동하고 피에르 신부의 집으로 찾아왔다. ‘불안정한 사도직’으로 기울어지는 보좌신부를 제 자리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것이다.

피에르 신부는 본당이 시내 중심가에 사는 몇몇 신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빈민 지역을 포함한 모든 주민들을 위한 본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본당 신부는 “먼저 있는 것부터 지키고 구원하도록 해야지, 나머지는… 뒤에 해야지 한꺼번에 모든 걸 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난 이 본당의 양떼를 책임지고 있소. 그것을 지키고 하느님 앞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내 임무요.”
"그들은 양떼가 아니라 군대입니다. 제각기 방법이 다를 뿐이지 모든 그리스도인은 똑같은 직책을 갖고 있습니다."
“신자가 모두 ‘투사’란 말인가? 나도 알고 있소, 현대 유행어를.”
“‘구제회’라는 것이 옛날에 유행어였습니다. 그럼 아직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사도직’은 어떻습니까?”
“이 거리에서 사도직인지 뭔지는 당신 마음대로 하되 본당은 침범하지 말라는 것이오.”
본당신부의 고운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본당신부는 노동사제 베르나르 신부가 지역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본당에서 열심히 봉사하던 마들렌이 본당을 떠난 것, 그리고 본당 보좌신부가 ‘복음적 삶’에 대한 갈증으로 방황하기 시작한 책임을 피에르와 같은 노동사제들에게 돌렸다. 피에르 신부는 답답한 교회 현실을 생각하며 “그들의 귀를 막고 있는 유리창을 깨드릴 수만 있다면! 돈, 특권, 관습, 심지어 의무라는 이름을 가진 유리창을!”이라고 읊조렸다.

피에르 신부는 노동자가 되었다. 그리고 “경찰과 노동자, 집주인과 셋방살이하는 사람들, 기업주와 날품팔이꾼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은 교회나 난방이 잘 된 안락한 아파트, 하늘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공장이나 셋집이나 감옥에서는 동료를 배반하지 않고는 다른 편 사람들을 사랑할 수 없는 게 ‘노동자 세계’의 비극이라고 여겼다.

문득, 지난 6월 25일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착좌식을 행한 염수정 대주교가 강론에서 “나는 특정 계층을 위한 목자가 아니라 노인에서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부유한 자나 가난한 자의 구별 없이 모든 이들이 더불어 사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라고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한 게 떠올랐다. 이런 발언 역시 안온한 교구청이나 윤택한 주교관에서나 가능한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며 슬퍼졌다. 언젠가 그도 추기경을 꿈꿀 것이다.

   
 ⓒ한상봉 기자

사제보다 아름다운 '대주교'

때로는 사제보다 아름다운 주교가 있기 마련이다. 아들보다 사랑스러운 아버지가 있기 마련이다. 사니 마을에서 동맹파업이 시작되면서 피에르 신부가 동료 노동자들과 더불어 도움을 청하러 파리의 대주교였던 추기경을 방문했다. 창백하고 마른 노인이었던 추기경에게 피에르 신부가 “죄송합니다. 피로하시다는 말씀을 듣고도…”하며 사과하자, 추기경은 “당신들은 피곤하지 않은가요?”라며 되묻는다.

추기경은 요청을 듣고서 “아버지는 특별히 한 자식만 사랑해서는 안 되는 법”이라면서 “마음속으론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강한 놈들한테 항상 맞고 아무한테도 사랑받지 못하는 자식을 특별히 더 생각하지만 겉으로는 공평해야 한다”고 말한다. 추기경은 그 자리에서 피에르 신부에게 어떤 약속도 해주지 않았지만, 본당신부들에게 기업주들의 최근 회계장부를 수집하게 하고, 이를 회계사에 맡겨 분석한 뒤에 행동할 것이라고 언질을 주었다. 일행이 떠나려고 하자 추기경은 “언제든지 오시오. 되도록 자주……” “혹시 내가 침대에 누운 채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당신들을 만나겠소.” 하였다.

다음 주일에 추기경의 명령으로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파리의 성당 문 앞에서 파업한 노동자들의 가족을 위한 모금이 있었다. 추기경의 메시지는 성당에서, 사무실에서, 술집에서, 정당에서, 살롱에서 검토되었고, 어떤 이들은 “추기경이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수많은 신자들은 처음으로 “정치적 편견 없이” 노동자들의 조건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으로 노동자들한테서 자기의 형제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 파리의 많은 주민은 새옷을 입고 승용차를 몰며 기름진 얼굴을 들고 다닐 때 그들 주변에 있는 가난하고 헐벗은 외곽지대를 언짢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들 가운데는 진실로 양심과 영혼의 고통을 느끼는 이가 생겨났다. 그들은 하느님 앞에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라고 자처할 수 없게 되었다.” 

"대주교님, 며칠 동안만 저희 사이에서 살아보시면…"

그러나 이윽고 추기경이 이승을 떠나고 새로운 교구장이 임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새로운 대주교는 피에르 신부를 불러 제일 먼저 “몇 사람이나 세례를 주었소? 몇 사람에게 혼배성사를 주었고 미사에는 몇 명이나 모였소?”라고 물었다. 피에르 신부는 “매우 소수입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형제애가 싹트고 이해관계를 떠난 생활태도와 사랑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바로 복음을 살고 있습니다. 그 밖의 것은 자연히 따라올 것입니다. 대주교님, 며칠 동안만 저희 사이에서 살아보시면… 공장에서, 식당에서, 셋방에서, 회합에서… 아, 정말로 온 마을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하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는 초대교회에 살고 있는 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대주교는 “그분은 죽음까지도 순명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오! 피에르 신부, 질서문란은 위험한 함정이오. 그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니오?”라고 질책했다. 결국 피에르 신부는 사니 마을을 떠나야 했다. 후임으로 전에 본당보좌였던 르부아쇠르 신부가 노동사제로 부임한다는 전갈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혼신을 다해 일했던 사니를 떠나야 한다는 게 피에르 신부에게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피에르 신부는 베르나르 신부처럼 수도원으로 달아나지도, 안온한 본당사제를 택하지도 않았다. 그가 추운 겨울을 택해 힘차게 돌아서서 간 곳은 ‘지옥문’이었다. 탄광촌이었다.

지옥문에서 '다시' 만난 하느님

피에르 신부는 어린 시절부터 지옥의 영상으로 머릿속에 새겨진 탄광 갱도를 바라보았다. 지옥의 문에서는 눈만 하얗게 드러난 시꺼먼 광부들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자신의 상복을 입은 사람들, 그들의 발밑에 쌓인 석탄 먼지가 버석버석 소리를 냈다. 가장 불행한 이들에게로 가서 하느님을 다시 만나기로 작심한 노동사제 피에르.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반백의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무슨 용건이오?”
“일자리가 있습니까?”
“갱에 들어갈 수 있겠소?”
“네.”
“자리는 언제나 있지.”

어차피 예나 지금이나 ‘복음적 명령’을 따르는 이들은 소수다. 주교거나 사제거나 수도자거나 평신도거나 아무 상관없다. 김수환 추기경 마저 ‘복음적 청빈’을 살고자 했으나 용기가 부족했던 자신을 질책한 적이 있다. 주교들도 우리 안에 매인 양떼를 지키거나 우리 안에 더 많은 양들을 집어넣으려고 애쓸지언정, 우리 밖의 사정에 대해서는 무감하기 쉽다. 사제들 가운데 본당 살림 먼저 챙기고서 여유가 생기면 지역사회를 돌아보리라 마음‘만’ 먹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한 이들’과 ‘복음’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의심하지도 않는다. 종교를 부적처럼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다. 액땜을 하려고 봉헌금을 내고, 사제 생활을 철밥통으로 여기고, 짐짓 점잖은 체 하지만 결국 암투를 통해 주교좌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그리스도의 겸손’으로 언제나 낮은 곳으로 내려가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던 백성을 나도 사랑한다”고 몸으로 증거하는 이들이 있다. 이를 두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눈먼 풀포기도 돌 사이에서 돋아날 것이고 슬픈 새도 우짖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분 그리스도 역시 그런 슬픈 눈매를 가진 이들 가운데 한 분이셨다. 그분 역시 지옥문(화엄, 華嚴)에서 해인(海印)을 발견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원문 보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46

[새책] 성인 지옥에 가다 / G. 세스 브롱 지음

발행일 : 2012-06-24 [제2801호, 17면]

G. 세스 브롱 지음/남궁연 옮김/432쪽/1만3000원/바오로딸

바오로딸 출판사(대표 이순규 수녀)가 펴내는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열한 번째 책이다.

프랑스 광산촌 출신 피에르 신부는 스스로 공장 노동자가 되어 가난한 노동자들 곁에서 고통과 희망을 나누고, 나아가 그들의 비참한 생활을 숨김없이 증언한다.

1950년대 산업사회 발달과 함께 대두된 각종 사회 문제 앞에서 새로운 시대적 소명을 자각, 빈민층과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사목을 펼치는 프랑스교회 변화의 선봉에 선 노동사제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초창기 노동사목에 나선 사제의 열정과 고난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가톨릭신문 


원문 보기: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44787&ACID=5&S=

 

[출판]파비올라

초대교회 배경 4대 순교 명작



   1854년 출간된 「파비올라」는 「쿠오바디스」 「벤허」 「폼페이 최후의 날」과 더불어 초대교회를 배경으로 한 가톨릭 4대 순교 명작으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돼 신자는 물론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큰 감동을 전해줬는데, 바오로딸에서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8번째 권으로 「파비올라」를 펴냈다.
 책은 영국 니콜라스 와이즈먼 추기경(1802~1865)이 기원 후 300년경 로마에서 발생한 그리스도교 대박해 상황을 소설로 꾸민 것이다.
 이지적이고 아름다운 귀족 파비올라가 그리스도교를 접하고 하느님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또 노예 시라와 사촌동생 아녜스, 근위장교 세바스티아노 등 파비올라를 둘러싼 인물들 이야기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영원한 삶을 추구하며,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믿음을 보여주는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은 독자들에게 진정한 삶과 신앙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소설가 안영(실비아)씨는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소설이 신자는 물론 미신자들에게도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책을 추천했다.
(스테판 N.P. 와이즈먼 지음/이석현 옮김/바오로딸/1만 3000원)

박수정 기자

원문 보기: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04638&path=201202

지은이: 니콜라스 와이즈먼 | 옮긴이: 이석현
쪽수:  412쪽 | 판형: 125*185 | 가격: 13,000원 | 발행일: 2011년 11월 25일


● 기획 의도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여덟 번째 책으로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기원후 300년경 로마에서 자행된 그리스도교 대박해의 상황을 소설화했으며  고결한 주인공들을 통해 그리스도교 진리에로 이끌어준다.
 
● 주제 분류 - 서적/ 종교 역사 소설, 문학
 
키워드(주제어) - 순교, 귀족, 영원한 생명, 순결, 노예, 삶의 의미

요약: 칼보다 사랑이, 권력보다 믿음이   
로마에서 자행된 그리스도교 대박해의 상황에서 아름답고 우아한 귀족, 이교도인 파비올라가 그리스도교 진리에 매료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박해의 칼을 진리의 칼로 지켜내는 믿음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실감케 하는 순교명작소설!

내용

「파비올라」는 영국 웨스트민스터의 대주교 와이즈먼 추기경(1802 -1865)이 기원후 3백 년경 로마에서 자행된 그리스도교 대박해의 상황을 소설로 꾸민 것이다. 널리 동서고금의 학문에 해박한 추기경이 사실史實에 충실하면서도 탁월한 문장력을 발휘하여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게 한「파비올라」는 1854년에 출간되어「쿠오바디스〮〮〮」․「벤허〮․「폼페이 최후의 날」과 더불어 초대교회를 배경으로 한 가톨릭의 4대 순교명작으로 꼽혀 한 세기가 넘도록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지적이고 아름다운 귀족 파비올라와 깊은 진리를 간직한 노예 시라, 순결하고 착한 사촌동생 아녜스, 남성의 모델이며 성실한 인간성을 겸비한 근위장교 세바스티아노 등이 펼치는 이 소설은 각 인물의 전기와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으로, 영원한 삶을 추구하며 진리에 대한 사랑과 참 가치를 따라 목숨까지 내놓는 등장 인물들을 통해 오늘을 사는 이들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찾고, 신자들이 신앙을 견고히 다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대상

비신자를 포함한 일반 청소년부터 중․장년까지.
학작품을 좋아하는 어르신, 예비신자, 어르신을 위한 이야기 교리로도 손색이 없다.

지은이: 니콜라스 와이즈먼
1802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출생하여 부친이 사망하던 1805년 영국 워터포트로 이주하였다. 그후 로마의 English College에서 수학하여 1825년 신학박사 학위와 더불어 사제품을 받았다. 1827년에 English College의 부총장직을, 1828년에는 26세의 나이로 총장직을 역임한 그는 초기 고대문헌, 특히 동방 문서 연구에 몰두하여 위대한 학자의 면모를 드러내었으며, 영국에 머무는 동안 1835-1836년에 Dublin Review 창간하여 영국내 카톨릭 계몽운동에 앞장섰다. 1840년 주교로 성성된 그는 영국 가톨릭의 중심인 Oscott College의 총장을 겸임하였으며, 그의 재임기간 동안 영국의 가톨릭은 발전을 거듭하였다.

1850년 9월에는 웨스터민스터 대주교로, 10월에는 추기경으로 추대되었다. 1853년 로마에 머물면서 파비올라를 집필하기 시작하여 1854년에 출간된 파비올라는 유럽 전역의 거의 모든 나라의 언어로 번역 출간될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와이즈먼의 유명한 강의 「과학과 계시 종교의 관계」는 「과학과 종교의 투쟁」의 저자 앤드류 딕슨 화이트와 같은 강경한 입장의 비평가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주목을 끌어 ‘종교에 과학을 접목시킨 위대한 가톨릭 학자’로 칭송 받았다. 니콜라스 와이즈먼이라는 이름보다 와이즈먼 추기경으로 더 널리 알려진 그는 1865년 향년 62세를 일기로 선종하였다.
 
옮긴이: 이석현
이석현은 1925년에 태어나 「소년」 편집장을 역임하였으며, 1975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떠나 캐나다 한국일보사 편집국장, 주필, 이민사 연구실장을 지냈다. 1977년 캐나다 한국문인협회를 결성하여「캐나다 문학」 제12권을 발행했고, 해마다 신춘문예를 열어 많은후배를 양성하였다. 지은 책에「아름다운 비밀」,「성큼성큼」,「메아리의 집」,「가을 산마을」,「 어머니」외 다수가 있으며, 옮긴 책은「마르첼리노의 기적」,「하늘 빛 옥 구슬」이 있고, 한정동 아동문학상, 새싹문학상, 캐나다 한국인상, 허균 문학상, 중앙예술문화대상을 받았다. 

추천의 글
이 책을 통해 2박3일 동안 옛 로마를 여행했습니다. 황제를 비롯해 도지사와 시장과 근위대장을 만나고 귀족과 노예를 만나면서 행복에 젖기도 하고 비탄에 젖기도 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해방시키기 전 로마를 배경으로 다룬 소설『파비올라』. 귀족 출신의 아리따운 사촌자매를 중심으로,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이리저리 절묘하게 얽혀 갈등을 빚으면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하여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작은 스카프와 은장도를 복선으로 깔아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숱한 갈등과 궁금증을 해소하는 소설기법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소설이 신자들에겐 물론 비신자들에게도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 안 영(작가)

신앙을 제재로 한 문학적 개가! 덕성의 충일함!
이 작품이야말로 순교자 소설의 원형이요 그 모범이라 할 만하다.
로마 시민으로 부귀층에 속한 청소년 방그라시오, 근위장교 세바스티아노, 청초한 소녀 아녜스는 저 무서운 박해시대에 현세적 명리를 등지고 한 치 흔들림이 없이 치명의 길로 나아간다. 그런가 하면 우아한 품성의 여인 파비올라는 전신으로 완덕을 구현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의 표양을 보여준다. 카타콤에서의 초대교회 모습과 재물에 눈이 어두워 악랄한 고발을 거듭하는 속악한 행태가 병행하면서 이야기는 한층 드라마틱한 서사 구조를 띤다. 고전주의문학의 교양이 전편에 감도는가 하면, 읽고 나면 흡사 백합향기로 마음이 훈훈해지듯 고상한 여운에 은은히 젖어 들게 하는 명작이다. - 신중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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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M.월터리 | 옮긴이: 성찬성, 권혜경
쪽수: 696쪽 | 판형: 125*185 | 가격: 19,000원 | 발행일: 2011년 10월 5일


기획 의도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일곱 번째 책으로 자리매김하여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실연의 아픔을 예수님과 만남으로 승화한 이 책의 주인공 마르쿠스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을 더 깊이 알고 이해하여 세속적 가치를 벗어난 삶을 살아가도록 이끈다.

주제 분류 - 서적/ 종교 역사 소설, 문학 
 
키워드(주제어) - 사랑의 노예, 재산과 생명, 십자가, 부활, 성령, 성경, 예루살렘, 예수, 예수의 제자, 신앙, 로마시민, 부귀영화, 연인, 기적

요약
쿠오바디스나 벤허보다 흥미롭게 예수를 만나게 하는 명작소설
사랑, 명예, 재산을 다 버리고 인생의 참 의미를 찾아 헤메던 한 젊은이가 만난 놀라운 인물, 그는 잊을 수 없는 진리에 일생을 걸었다. 그리고 기쁨으로 온몸을 떨며 연인 예수에게 자신을 던졌다.

상세 내용
11개 편지로 짜인 종교 역사소설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신 순간부터 부활과 승천, 성령이 강림하는 날까지 일어난 사건과 만난 사람들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마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현실처럼 느끼게 한다. 이 책의 지은이는 성경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올바로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사건을 전개하여 풍요로운 물질문명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삶의 궁극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자문하게 한다.

주인공 마르쿠스는 부유하고 학식 있는 로마인으로서 예수님이 처형당하는 바로 그 순간에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그의 죽음 앞에서 많은 것을 생각한다. 예수는 누구인가? 그가 정말 이스라엘 하느님의 아들인가? 그의 가르침은 무슨 뜻인가? 그의 왕국의 비밀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은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게 하고 부활을 체험하게 하며 참 부유와 고상한 삶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한다. 특히 그가 만난 제자들의 불신과 완고한 모습, 의심, 비웃음, 체념, 불안과 경악을 실감 나게 잘 묘사한다.

마르쿠스는 안티오키아에서 외국어를, 로도스에서 수사학을 배운 지성인으로 마닐리아누스라는 천문학자의 양자가 되어 부귀영화를 손에 넣고 미모의 툴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연적한테서 미움을 사 재산을 가지고 알렉산드리아로 피신한다. 그곳에서 온갖 쾌락을 탐닉하지만 빼앗긴 사랑에 대한 복수심으로 더 큰 세력을 찾는다.

그러던 가운데 예수님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분이 생전에 행한 기적을 추적해 가면서 이성을 초월하는 힘을 발견한다. 마침내 복수를 하고 사랑을 되찾으려던 생각을 버리고 현세의 삶을 넘어서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되어 간다. 왕국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주인공이 겪는 고난과 멸시, 냉대는 모든 신자가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주님을 만나기 위해 밟아나가야 하는 과정임을 일깨우며, 등장인물들의 모범은 메말라 가는 현대인에게 사랑을 일깨운다.

대상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애독자, 예수님 이야기를 소설로 다시 읽고 싶은 사람, 실연당하거나 짝사랑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 예비신자

지은이 : 미카 월터리 Mika Waltari(1908-1979)
핀란드 헬싱키에서 태어나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작가로, 정확하고 생생한 구성과 사실적이고 재미있는 등장인물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 지은 책에 「이집트인Sinuhe Egyptilainen」(1945),「모험가 Mikael Karvajalka」(1948), Mikael Hakim(1949),「흑천사 Johannes Angelos」(1952),「에트루리아인Turms,Kuolematon」(1955),「로마인Valtakunnan Salaisuus」(1959), Ihmiskunnan Viholliset」(1964),등이 있다.

옮긴이 : 성찬성, 권혜경
성찬성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에 「나를 이끄시는 분」․「대화」․「무지의 구름」․「새벽으로 가는 길」․「제네시 일기」․「헨리 나웬의 마지막 일기」․「사막에 귀를 기울여라」․「용서의 과정」․「신앙의 위기 사랑의 위기」․「베네딕토 성인에게서 배우는 리더십」․「공동체와 성장」․「참된 벗을 찾아서」․「성 토마스 모어」․「내 가슴에 문을 열다」․「십계명 마음의 법」 외 다수가 있다.

권혜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출판사 편집국 영어과, 전자신문사 외신부, IBM과 휴렛팩커드 등에서 일했으며 2004~2006년에는 한국해외봉사단원으로 중국 노동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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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엔도 슈사쿠 | 옮긴이: 이석봉 | 판형: 양장
쪽수: 392쪽 | 가격: 13,000원 | 발행일: 2011년 3월 25일


● 기획 의도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여섯 번째 책으로 자리매김하여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예수는 과연 누구인가?, 예수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온과 온갖 천재지변, 금융 위기 등으로 위협받는 불안한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물음을 던지며 신앙과 불확실한 삶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인간 예수의 모습을 제시하여 참 믿음의 의미와 신앙인의 삶을 재조명하고 더욱 뜻깊고 실천적인 신앙생활을 하도록 이끈다.

대상
일반인, 엔도 슈사쿠 애독자, 신앙에 의문을 품는 사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 고통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 가족이나 이웃의 고통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어 그냥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 예비신자, 신자

키워드 -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마음속에서 떨쳐버릴 수 없는 예수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루살렘 성지를 헤집고 다니는 <나>와, 예수 당대 인물들이 번갈아 주인공이 되며 엮어가는 이야기 속에 예수의 참모습이 선연히 드러난다.

내용
1973년에 처음 발표되어 1995년 한국에 소개된 「사해 부근에서」를 손에 잡기 쉬운 아담한 판형으로 새롭게 편집한 여섯 번째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다. 다시 읽어도 구성이 탄탄하고 재미있으며 깊이 있는, 그래서 여러 가지로 해석하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열린 소설이다.

엔도 슈사쿠가 그리는 예수님 모습은 얼핏 보면 힘이 없고 무능력하여 마냥 슬프기만 하다.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곧바로 누구나 치유해 주고 기적을 일으킬 수 없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수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한없는 사랑과 연민으로 늘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는 일입니다. …나는 다만 사람들의 슬픈 인생을 하나하나 지켜보았고 사랑하려 했을 뿐입니다. …내가 한번 그 인생을 스쳐 지나가면 그 사람은 나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내어 주면서까지 사랑을 행하신 예수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러한 사랑을 가르치기 위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스쳐 가신다. 그러한 사랑이 두려워 그분을 버리려 해도 그분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다. 기적을 고대하고 이기적인 우리에게 너무도 인간적인 하느님의 마음과 이웃의 고통을 함께하는 사랑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지은이: 엔도 슈사쿠(1923-1996)
성경과 신앙을 주제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와 삶의 의미를 파헤친 엔도 슈사쿠는 도쿄에서 태어나 어머니와 이모의 권유로 열한 살 때 세례를 받았다. 1949년 게이오 대학 문학부 예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프랑스 현대 가톨릭 문학을 공부했다. 1955년 「백인」을 발표하여 아쿠다가와 상을 받았고, 1981년 예술원 회원, 1985년 일본 펜클럽 회장을 지냈다. 지은 책에 「바다와 독약」․「예수의 생애」․「그리스도의 탄생」․「침묵」 등이 있다.

옮긴이 :이석봉(1928-1999)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남여중과 광주여고에서 가르쳤다. 1963년 동아일보 장편소설 현상모집에서 「빛이 쌓이는 해구」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펜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숙명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에 「광상곡이 흐르는 언덕」․「속죄」․「지하실에서」․「새벽빛」․「취당」․「여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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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J. 크로닌 지음, 이승우 옮김, 『천국의 열쇠』, 바오로딸, 2008


어떤 책을 가장 먼저 소개해드릴까 고심했어요. 그러다 고른 책이 바로 A. 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입니다.

이 책은 프랜치스 치점 신부의 파란만장한, 그리고 인간애 넘치는 삶을 보여줍니다. 치점 신부는 불우한 소년기를 보냈기에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에요. 세상 속 성공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하느님의 흔적을 찾아서, 선교를 하고 생명을 구하며 사제의 길을 가지요. 성품이 워낙 강직해 다른 사제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성령강림대축일에도 신부님은 신자들에게 ‘천국은 하늘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여러분의 손에 있습니다. 천국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어디 있어도 좋은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구요.” 슬리스 신부는 공책을 뒤적이며 검열관처럼 양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또 사순절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셨지요. ‘무신론자라 해서 모두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무신론자로서 지옥에 가지 않은 사람을 한 사람 알고 있습니다. 지옥은 하느님 얼굴에 침을 뱉은 자만이 가는 곳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하셨다지요. ‘공자가 그리스도보다 유머가 풍부하다.’고요?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신부는 분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페이지를 넘겼다.
(중략)
“아무리 보아도 신부님은 이미 자기 영혼에 대한 지배력을 잃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치점 신부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그 누구의 영혼에 대해서든 지배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해본 일이 없소.”
- pp.13-14

독자들은 치점 신부를 오해할 수 없지요. 그가 중국에서 펼친 선교활동을 생생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신부는 중국 황허 유역의 벽지인 파이탄에 부임합니다. 그곳에는 무너진 성당과 초가집 같은 외양간이 있을 뿐이에요. 바로 이곳에 그는 자신의 신앙과 하느님의 뜻을 채워갑니다. 벽돌을 만들어 성당을 세우고, 페스트가 퍼지자 구호소를 마련해 재난에 대처하지요. 이때 절친한 친구인 윌리 탈록이 찾아와 도와줍니다. 그는 의사로서 자기 몸도 돌보지 않고 사람들을 치료하다 병에 걸립니다. 죽어가면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고백하지요.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손꼽아봅니다. 이론이나 격식에 얽매인 신앙이 아닌, 삶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구현한 사람의 최후. 그리고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한 사람.

“자네가 우리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주게. 당신 아들이 훌륭히 죽어갔다고 말일세. 우습단 말야… 지금도 나는 아직까지 신이 믿어지지 않으니….”
“그런 것이 무슨 문제인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프랜시스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자기의 약함이 너무나 어리석게 느껴져 아무렇게나 말이 튀어나왔다.
“하느님 쪽에서 자네를 믿고 있네.”
“속일 건 없어…. 난 회개를 하지 않았네.”
“인간의 괴로움은 모두 회개의 행위이네.”
- p.397

치점 신부는 감리교회 선교사들과 친교를 맺고, 지방 군벌들의 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주민들을 성당으로 대피시키기도 합니다. 여러 해가 흘러 늙고 쇠약해지지만 단순하면서도 강직하게, 뜨겁게 이끌어온 자신의 성직생활을 돌아보지요. 본국으로 돌아와 고향 트위드사이드 본당에 자리 잡고 한때 알았던 불행한 여인의 아들을 거두어 살게 됩니다. 고향생활이라고 해서 마냥 평화롭지는 않아요. 치점 신부를 문제시하고 이단시했던 교구청의 비서가 그를 조사하러 옵니다. 그러나 비서는 신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 자신의 보고서를 찢어버립니다. 신부가 받았던 오해와 질시는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소년과 함께 낚시를 하러 가는 마지막 장면 속에서 말이지요.

“한련꽃을 주의해라, 안드레아.”
프랜시스는 마치 놀이친구에게나 하듯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우갈에게 놀림을 받지 않도록 말이다. 안 그래도 오늘 우리가 충분한 시련을 겪었다는 건 하느님도 잘 아실 거다.”
안드레아가 화단에서 지렁이를 잡고 있을 동안 노인은 도구를 넣어두는 창고에 가서 연어 낚싯대를 챙겨들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년이 지렁이가 잔뜩 들어있는 통을 들고 허둥지둥 달려나오자 그는 큰 소리로 웃었다.
“트위드사이드 제일의 어부와 연어를 낚으러 가다니 넌 참 행복한 녀석이다. 하느님께서는 예쁜 물고기를 만드시고, 우리에게 그걸 낚으라고 주셨단다.”
손을 꼭 잡은 채 사제관을 나선 그들의 뒷모습은 점점 작아지더니 좁은 길을 따라 강 쪽으로 사라져 갔다.
- pp.644-645

이 책을 읽는 데 종교적 지식이 필요하진 않답니다.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요. 그만큼 재미있고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에요. 무엇보다 치점 신부의 말과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메시지가 아름답습니다. 천국문의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

- 광고팀 고은경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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