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이긴 사랑이 건네는 희망의 빛
이 작품의 원제목은 The Green Years 로 1944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1946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천국의 열쇠」로 널리 알려진 저자 A.J. 크로닌의 자전적 소설로 우리나라에는1974년 처음 소개되었다.
주인공 로버트 샤넌은 아일랜드인 아빠와 스코틀랜드 리븐포드 출신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더블린에서 살았다. 하지만 부모님이 갑자기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제 처음 만난 외할머니가 엄마라 부르라며 그의 손을 잡고 스코틀랜드 리븐포드로 향하고 있다. 1900년대 초반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주인공의 성장 단계에 따라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여덟 살에 맛본 인생이다. 리븐포드에 도착해 학교와 집에서 겪은 이야기이다. 호된 시련을 겪으면서 참된 친구를 만나게 되고 사막처럼 메마른 일상 안에 숨어 있는 사랑의 샘터도 만난 다양한 사건들을 담았다. 제2부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는 1910년 로버트가 15세인 시점을 다뤘다. 캄캄한 어둠 속에 한 줄기 빛! 배움에 대한 갈증, 희망을 건네는 마샬 장학금을 받기 위한 혼신의 노력, 하지만 냉혹한 현실이 가로막았다. 모든 것을 잃고 서 있는 겨울나무처럼 어둠에 가려진 희망의 시기! 제3부 하느님은 너를 찾고 계신다는 18세의 로버트 샤넌이 마치 죽은 듯 어둠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날들을 그렸다. 가끔씩 강렬한 갈망이 용솟음치면 두터운 체념으로 덮어버리고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라는 재촉을 공허하다 느끼면서 지내는 그에게, 겨울나무를 깨우는 햇살처럼 “너는 하느님을 찾지 않아도 하느님은 너를 찾는다.”라는 로크 신부의 말이 스며든다. 그리고 외증조할아버지는 어린 로버트를 감싸 안던 그 사랑으로, 어둠은 희망의 빛을 이길 수 없음을 할아버지다운 방법으로 전해준다.
믿어주는 사랑만이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게 한다
아일랜드의 가톨릭 신앙을 증오하는 스코틀랜드의 개신교 문화! 가족을 거슬러 아일랜드로 시집간 엄마에 대한 레키 외할아버지 가족과 스코틀랜드 리븐포드 사람들의 시선은 로버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이로 인해 8세의 로버트는 집과 학교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하지만 가족에게 푸대접을 받는 외증조할아버지 알렉산더 가우만은 그가 믿음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안식처와 위로가 되어줬다. 로버트의 일상 안에 함께 걷다보면, 어려움 속에 숨어 있는 이와 같이 미약해 보이는 사랑이 척박하게 느꼈던 우리 삶의 자리에도 존재함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매우 하찮고 시시해보여도 그 도움이 바로 우리의 뿌리를 힘차고 견고하게 뻗어나가게 한 원동력임을 발견하게 한다.
“결전의 날이 찾아왔다. 아침에 할아버지 방으로 들어갔더니 할아버지는 엄숙하게 악수를 해주었다. ‘잊지 말아라.’ 할아버지는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다른 건 다 좋아. 그러나 겁내는 것만은 못써.’”(86쪽)
“할머니도 네가 녹스힐 교회에 나가기만 하면 지금보다 더 귀여워할걸. 해달라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해줄 거야, 틀림없어.” “안 돼요, 할아버지.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장하다, 우리 로비!” 그리고 통 속에 별로 많이 남은 것 같지도 않은데 박하사탕을 두 개씩이나 꺼내어 내 손에 쥐여주었다. (159쪽)
희망으로 피어나는 관계
친구도 없이 왕따를 당하던 로버트는 결투를 통해 가빈과 친구가 된다. 현미경의 세계를 통해 만난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외롭고 고독한 날들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로버트 샤넌! 로크 신부를 만나 가톨릭 신앙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이 험난한 고갯길로 다가왔지만 할아버지 덕분에 수월하게 넘어 첫영성체를 한다. 신앙생활에 깊이 맛들인 소년은 신부가 되어도 좋겠다는 꿈을 꾸기도 하고, 하느님이 준 명석함을 알아주는 레이드 선생님을 만나 불투명하던 미래를 접고 앞으로 달려 나갈 힘을 키우며, 다가오는 크고 작은 장애물도 거뜬히 뛰어넘을 용기를 갖게 되었다. 여자 친구 앨리슨을 통해 순수한 사랑의 꽃봉오리도 조금씩 커갔다. 이제 로버트 샤넌은 관계 속에서 어린 묘목이 아니라 제법 제 모습을 드러내는 나무가 되었다. 그 나무 곁에는 늙고 조금은 힘이 빠진 듯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우 증조할아버지가 계셨다.
“나는 내 손자의 마샬 장학금에 대한 일로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려고 왔소.”… 그러니까 선생님, 내 손자에게서 이런 자유를 빼앗아갈 만큼 저속하고 비열한 자가 있다면 할애비로서 이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338-339쪽)
사랑은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는 가운데 피어난다
1910년 7월 10일! 로버트 샤넌은 모든 희망을 빼앗겼다. 모든 의미와 희망은 연기처럼 사라졌고, 공장노동자가 된 그의 일상은 지독한 외로움과 절망이 희망의 자리를 채워갔다. 어떤 기대나 원망도 할 기력이 없는 상태로 그저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그는 모든 인간적인 관계,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하느님과의 관계마저도 멀리했다. 가끔씩 솟구치는 열정과 갈망도 현실 앞에서 무참하게 깨어졌고 이젠 체념으로 서서히 녹아내렸다. 로버트가 리븐포드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직 가우 할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할아버지는 언제나 어둠이 희망을 가려도 사랑은 희망으로 피어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줬다. 세상을 떠나면서도 그 증표를 남기는 걸 잊지 않으셨다.
“이봐, 로비, 너하고 내가 다른 점은 말이다. 너는 너무 쉽게 포기한다는 거야. 그렇게 쉽게 항복하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내가 일러주지 않았더냐?”(510쪽)
하느님이 우리보다 먼저 사랑하고 찾으신다
로버트는 부모님을 통해 가톨릭 신앙을 알게 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차츰 감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도를 해도 소용이 없는 하느님, 무자비하게 모든 것을 거둬들이고 침묵하는 듯한 하느님을 로버트는 더 이상 믿지 않기로 했다. 그런 하느님과 맺은 모든 관계를 끊어버렸다. 로크 신부가 내미는 모든 손길도 애써 무시하고, 어쩌다 눈길이 가면 가멸차게 외면했다. 하지만 마음 밑바닥까지 온전하게 털어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는 이제 하느님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집어치웠습니다.” 신부는 말없이 듣기만 했다. (472쪽)
헤어지면서 신부는 안개 속에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눈길을 주었다. “로버트, 너는 하느님을 찾고 있지 않겠지만, 하느님은 너를 찾고 계신단다. 그분이 너를 발견하실 거야. 너는 반드시 그분 눈에 띄게 될 거다.”(474쪽)
“… 그가 이 순간 자신의 영혼에서 솟구치는 주체할 수 없는 환희와 감사의 기도를 허공 속에 사라지지 않게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성당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는 것뿐이다. 그는 거기에 아주 오래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5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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