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한수 기자 2019.07.13

천주교 부산교구 홍성민 신부, 강의·상담으로 중독 해결 나서
"현실 고통 피하려다 빠지는 중독… 인정하고 개선 위해 노력해야"

"저에게 '술 많이 마시냐?' 묻는 분도 있습니다. 별명이 '중독 신부'거든요. 중독 예방, 회복에 대해 강의하고 다니니까 줄여서 그렇게 부르죠.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분들과 중독 문제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싶어서 책을 냈습니다."

천주교 부산교구 홍성민(42) 신부가 최근 '신부님 저도 중독인가요?'(바오로딸출판사)를 펴냈다. 그는 '중독이라는 주제는 저에게는 또 하나의 성소(聖召)'라고 말한다. 홍 신부가 중독 문제에 첫눈을 뜨게 된 것은 2003~2007년 미국 인디애나주 성(聖)마인라드 신학교 유학 시절. 평소 치료 공동체에 관심이 많아 여름방학 석 달간 뉴욕주 '데이톱(DAYTOP)' 공동체에서 인턴 과정을 거치며 중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홍성민 신부는 틈 날 때마다 중독 예방과 회복에 대해 강의한다. 그는 “중독에 빠진 자신에 대해 실망하면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홍성민 신부 제공

초대 교회를 모델로 설립된 이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대면(對面)하기'. 복도를 걷다 마주친 사람에게 대놓고 '네가 가장 숨기고 싶은 게 뭐야?'라고 묻는 식이다. 큰 실례가 될 질문이지만 이런 문답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직면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 처음엔 "나는 중독자가 아니야. 너희끼리 해"라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매일 내 문제를 남에게 털어놓고 직면하는데, 너는 왜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자신은 알코올이나 약물 문제가 없을 뿐 그 공동체에서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중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귀국 후 중독 전문가 1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부산가톨릭대에서 '중독과 사회' 과목을 강의하는 한편 부산 청소년 약물남용예방공동체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중독에 대해 공부하고 상담을 할수록 중독은 현상보다 '배후'가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독 문제는 단순히 술과 도박, 약물을 끊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울함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면 우울함을 해결해야 하고, 무료함 때문에 도박에 손을 댔다면 무료함을 풀어야 합니다."

대부분 중독은 현실의 고통을 피하려고 하다가 빠져드는데, 나중엔 중독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중독의 아이러니다. 그는 "중독 중엔 '종교 중독'도 있다"고 했다. "미사의 목적이 성당에 오는 게 아니라 세상으로 나가는 데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기들끼리만 모이고, 사회와 가정생활을 포기하게 하고, 일반적 가치를 무시하게 만든다면 종교 중독입니다. 대부분의 중독은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데 종교 중독의 경우는 죄책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위험하지요."

그는 "중독 회복에 관해 빠르고 쉬운 길은 없다"며 "중독 회복의 시작은 멈춤 그리고 문제에 대한 인정"이라고 했다. "중독 회복의 1단계는 '인정'입니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후에야 회복이 시작됩니다. 종교적으로 보면 '순명( 順命)'이죠. 오히려 정상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변화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회복된 분들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그들에겐 중독이 '축복된 병'입니다."

홍 신부는 "최근 게임 중독이 질병인가, 아닌가 논란에서 보듯 중독 문제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중독 예방과 회복을 위한 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3/2019071300122.html

 

술·도박 중독 벗어나는 첫발… '그래, 난 문제 있어!'

"저에게 '술 많이 마시냐?' 묻는 분도 있습니다. 별명이 '중독 신부'거든요. 중독 예방, 회복에 대해 강의하고 다니니까 줄여서 그렇게 부르죠..

news.chosun.com

 

신부님, 저도 중독인가요?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중독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 중독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을 때 저자에게  듣는 명쾌한 중독 이야기. 

   바오로딸에서 발행한 잡지 <야곱의 우물>(2018년 12월 통권 298호로 종간)에 연재했던 홍성민 신부의 칼럼 “중독”을 단행본으로 엮어 출간했다. 
중독전문가인 저자가 중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독에 빠지기 쉬운 상황,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또한 치료가 필요한 중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느끼는 중독적 상황도 제시하며, 이를 알아채고 여기서 빠져나와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가톨릭 사제의 견지에서 중독을 바라본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술, 마약, 도박, 스마트폰, 일, 종교 중독 등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중독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주제를 재치 있는 필치로 밝게 담아낸다. 1부 중독이란? 2부 우리는 왜 중독을 경험하는가? 3부 회복의 길 위에서 등 3부로 구성되어 있고, 회복자의 생생한 체험 수기와 중독이 의심되거나 중독 상태일 때 유형별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중독 관련 단체가 부록으로 들어가 있다. 책 맨 앞쪽에는 저자가 직접 쓴 <중독 치유를 위한 기도>를 실어 자유롭게 기도문을 잘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중독에 빠진 사람들에게 쉽고 확실한 해결책을 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다만 중독적인 행동을 그만두고 달라지고 싶은데,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나에게 실망하면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썼다고 저자는 출간 동기를 밝히면서, 중독이라는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면 훨씬 더 나은 방법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중독자가 삶을 통찰하며 회복하는 과정을 지켜본 그는 중독을 ‘신성한 질병’이라 부르며 ‘중독의 역설’을 쉽게 설명한다.
   

중독을 ‘많이’ 하고 ‘자주’ 하는 문제로만 생각하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안 하거나 줄이면 된다. 중독은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어떤 문제 때문에 드러나는 증상이다. 마음이 우울해 술을 마신다면, 술을 마시게 한 우울함이 문제다. 가족끼리 관계가 좋지 않아 마음의 상처가 많고, 외로워서 게임에 빠졌다면 문제는 어려운 가족관계다. 그런데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문제라 여기고 그것만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진짜 문제는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삶의 태도’를 그 무엇보다 강조한다. 마음이 불안할 때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싶고, 그것을 통해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숨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피하려고만 하고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던 삶의 태도를 바꿔,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중독이라면, 중독을 예방하고 벗어나는 방법은 술을 마시지 않고, 도박을 안 하고, 게임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을 내가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 모든 순간을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이다. 

행복하다는 것은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김치찌개를 먹는 사람은 그 점심시간이 행복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사람은 그 하루가 행복합니다. 반대로,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고 기대합니다. 그래서 행복해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는 첫 번째 방법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누리며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행복은 내가 진짜 나로 살고 있을 때 느끼는 마음입니다. _본문 중에서

일상에서 늘 똑같은 상황에 걸려 넘어지는 것은 중독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문제다. 저자는 삶의 어느 순간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지금껏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맞는지,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시간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질문을 해보자. 그리고 과감히 결정을 하자. 자기의 ‘감’을 믿고 확신을 가지면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다. 

‘중독이라는 주제는 저에게 또 하나의 성소와 같습니다.’ 
해야 할 운명 같은, 특별한 소명으로 ‘중독 신부’로 불리며 중독에 ‘빠진’ 신부.
남다른 관심과 열정으로 중독 예방과 중독자의 회복을 위한 저자의 행보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삶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이 좋은 벗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한다. 

중독의 굴레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서 사랑을 받고 또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는 것입니다. 
_본문 중에서

▶ 중독 북 트레일러 : https://youtu.be/lMd449dc5gE

http://www.pauline.or.kr/bookview?code=16&subcode=01&gcode=bo1005344&cname=

 

신부님, 저도 중독인가요? | 도서 | 가톨릭 인터넷서점 바오로딸

성바오로딸수도회 운영, 가톨릭 서적 및 음반, 비디오, 성물판매, 성경묵상 제공

www.pauli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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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위로자이며 삶이신 주님,
나약한 저희는 상대가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좌절하기도 합니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결과에 울고 웃기도 합니다.
제 십자가가 아무리 어깨를 짓누른다 해도
주저하지 않고 용감히 일어서게 하소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신감을 잃지 않고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며 사랑을 나누게 하소서.
_ 「엄마의 기도수첩」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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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약함을 일깨우시는 주님,
감기로 열이 오르거나
몸살이 나서 재채기를 하며
입맛을 잃어버린 제 모습을 봅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마저 약해져
어쩔 줄 모르는 자신을 바라봅니다.
죽을 병이 걸려야 당신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제 영혼이 그렇게 가볍고 예민한 것을
몸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열뜬 제 몸에게 오히려 감사하며
짜증내지 않고 그 몸을 잘 건사해
건강을 되찾게 하소서.
건강한 몸으로 
당신께 감사드리게 하소서.
_ 한상봉, 「생활 속에서 드리는 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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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신 주님,

당신께서는 세상의 많은 부모들이

최선을 다해 가정과 삶을 꾸려간다는 것을 아시오니,

인간의 미약함으로 서로 의도하지 않게

주고받는 상처들을 보살펴 주시어

그들이 가정 안에서 기쁨과 보람을 얻게 하시며

영육 간의 건강도 허락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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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8) 엔딩노트 

죽음, 하느님께로 가는 아름다운 길

엔딩노트(Ending Note, 2011) , 감독 : 스나다 마미(砂田麻美), 상영시간 : 90분 , 장르 : 다큐멘터리 , 등급 : 전체 관람가 



인간은 이 세상에 한번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일회적 삶을 사는 인간에게 죽음은 반복될 수 없는 사건이기에 삶이 의미가 있다면 죽음 또한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스나다 도모아키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엔딩노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줄거리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스나다 도모아키는 건강검진을 통해 말기암 판정을 받아든다. 예상치 못한 죽음 통보 앞에 망연자실해 하며 슬퍼하기보다 그는 성실하고도 꼼꼼하게 자신만의 '엔딩노트'를 준비한다.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한 번도 찍어보지 않은 야당에 표 한 번 주기', '일만 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 가기' 등 목록을 작성하며 그는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그렇게 '엔딩노트'가 채워질수록 가족과의 긴 이별 시간은 점점 가까워진다


▲ 말기암 판정을 받고 나서도 해변가에서 손녀들과 머슴놀이 실컷 해주는 주인공 스나다 도모아키.


▲ 하느님을 믿기 위해 사제를 찾아가 세례를 받고 싶다고 고백하는 스나다 도모아키(왼쪽).


▲ 임종 직전, 주인공 스나다 도모아키는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 막내딸에게 세례받는 주인공.


죽음 준비는 내 일상의 일부


 영화의 첫 장면은 카메라 파인더를 서서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며 촬영하는 패닝(panning)기법으로 막을 올린다. 청명한 하늘에 정갈히 건축된 높은 빌딩을 낮은 데서 올려다보며 찍다가 장례식장인 성당으로 화면을 옮겨가며 오버랩(Overlap)한다.

 그는 죽어서도 문상객을 자상히 챙긴다. "바쁘신 와중에도 저를 위해 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마실 건 충분한가요? 부족한 건 뭐든 말씀하세요.… 덕분에 이날을 맞을 수 있게 됐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부를 나와 민간 화학제조사 영업부에서 40년간 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해온 그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마지막 프로젝트"라며 엔딩노트를 만든다.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무엇이든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는 꼼꼼한 그였기에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잘 죽을 수 있을까, 사람은 왜 죽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고 죽음을 적극적으로, 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하나하나 준비해 나간다. 장례식장도 자신이 직접 답사해 빈틈없이 준비한 그는 94세 어머니께 알려드린다. "장례식은 조용하고 간단히 할 거예요. 노래도 부를 거예요. 지인들만 모시고, 부의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밝은 성격과 심각한 일일수록 유머를 잊지 않았던 그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몸은 야위지만 부정하려고도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지도 않으며 분노하지도 않고 오히려 유쾌하게 죽음을 맞는다.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들을 미리 컴퓨터에 정리해 두고 혹시나 해서 여벌받기까지 해 둔 명단을 아들에게 넘겨주며 말한다. "장례식에서 주빈(Main guest)은 나니까." "…장례식 도중에 잘 모르겠으면 나한테 전화해"하며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올해를 넘길지 모르니 연하장하고 부고장을 같이 보내겠다며 친구에게 전화한다. 


 잊고 있던 중요한 것들을 회복하기


 자신의 부주의로 태어난 막내딸! 그러나 문제인 이 딸을 통해 그동안 무심했던 하느님과의 관계를 시작한다. 그래서 그는 직접 사제를 찾아가 말한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을 찾다 보니 이렇게 의지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여기서 편안히 보내주신다면…." 그러고나서 사제가 권하는 기도문을 매일 정성들여 바친다.

 "제가 세상을 뜰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가장 걸리는 건 가족이죠!" 그는 소홀했던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힘들지만 마지막 가족여행을 떠난다. 그동안 멀리서 홀로 살았던 어머니와 함께 여행하며 많은 대화를 나눈다. 대화 중에 가장 중요했던 건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것. 그리고 불교 신도인 그가 세례를 받기로 한 사실과 성당에서 장례식을 할 것이라는 소식 등이다. 바쁜 직장생활로 평소 소원했던 아내에게도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내 준코는 "같이 가고 싶어.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줄 너무 늦게 알았어. 더 많이 사랑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하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부인에게 "같이 살아줘 고맙다"고 자신의 노트에 기록한다.

 가족들 역시 끝까지 온 힘을 다하는 그가 흔들리지 않고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내도록 최선을 다한다. 모두 그의 둘레에 모여 행복한 옛 추억을 담은 비디오를 보며 아름다운 삶의 기억을 되살린다. 아버지 주위에 모인 가족들! 손녀들은 "할아버지 덕분에 많이 웃었어요.… 하늘나라에 가시게 됐지만 할아버지랑 굉장히 즐거웠어요.…"하며 할아버지가 아름다운 죽음을 맞도록 돕는다. 그는 어머니께도 작별 인사를 한다. "오랫동안 고마웠어요.… 어머니보다 먼저 가서 죄송해요.…" 가족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쁨을 느낀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관계가 있는 한 죽음은 끝이 아니다. 

 평소 스쳐 지나치던 일이지만 죽음 앞에서는 매시간이 소중하며 은총이었다. 방학 중 미국에서 찾아온 손녀들 앞에서 암에 걸렸다고 누워만 있을 순 없다며 손녀들 머슴노릇으로 재미있게 최선을 다해 놀아준다. 임종을 앞둔 그을 위해 미국에서 자신을 보러 찾아온 손녀들에게 애정을 표시하며 연신 "고맙다…. 감격스럽다! 할아버지 감격!! 만나서 감격!!"하며 두 손을 들어 올려 기쁨을 표현한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한 삶이었기에 모든 것이 감사로울 뿐이어서 그는 끊임없이 그와 관계한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는 죽기 하루 전 세례를 받는다. 그가 상상했던 장엄한 성당도, 오르간 음악도 없는 병실에서 막내딸에게 세례(대세)를 받는다. 온 가족이 모인 병실! 부인과 세 자녀, 큰 아들의 세 아이까지! 창가에 비치는 햇살 속에서 죽음에 대한 어린 손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웃고 있으니까 여기가 천국 같다. 정말 그러네"하고 말한다.

 이어 그는 편안하게 죽음의 문을 넘어 영원한 나라로 간다. 죽음은 축복이자 은총이다.

 그리고서 어둑어둑해지는 도시 하늘에 한 마리 새가 하늘로 훨훨 날아 사라진다. 장례차가 가족 곁을 지날 때 그는 손녀들에게 말한다. "할아버지 앞에 너희들이 나타나줘 정말 행복하단다. 하늘의 별이 돼 너희들 크는 걸 지켜볼게…."

 

영화에 대해서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노트'는 감독이자 주인공 막내딸인 스나다 마미 감독이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직접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를 공부한 그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밑에서 배운 이후 데뷔작에서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 준비, 임종을 그렸다. '엔딩노트'는 최대한 인물에 가깝게 다가가면서도 거리를 두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모습을 습관처럼 계속 카메라에 담아온 스나다 마미 감독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 계획은 없었지만 촬영 과정에서 아버지가 죽음을 맞던 모습과 죽음을 함께 마주하는 가족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고자 영화화를 했다고 밝힌다. 죽음은 관계의 회복이자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며, 하느님께 가는 아름다운 길임을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그룹대화  

 1. 인생을 마무리하는 주인공 죽음에 대해 느끼는 바는 무엇인가?

 2. 주인공의 마지막 프로젝트, 엔딩노트는 무엇인가?

 3. 나의 엔딩노트에 첫 번째는 무엇인가?


 성경구절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끝이 좋고 죽음의 날에 복을 받으리라"(집회 1,13).




이복순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

평화신문 [가톨릭 문화산책]<38>: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80592&path=2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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